마침내 김연경이 다시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해온 협상이 20일 오전 최종 마무리됐다. 그동안 일이 진행되는 속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김연경의 흥국생명 컴백을 놓고 다양한 말을 쏟아냈지만 협상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우리 팀에 돌아오겠다는 것이 아니면 만날 이유가 없다"던 흥국생명의 뜻을 김연경도 확인한 터라 양측이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순간 협상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V리그 최고의 인기와 실력을 갖춘 선수에게 대우는 당연히 최고였다.
샐러리캡 한도(18억원+옵션 5억원)에서 줄 수 있는 최고액 7억 원을 안겼다.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연봉 최대치(25%,4억5000만원)와 옵션 최대치(50%, 2억5000만원)를 채웠다. 흥국생명은 "2시즌 전에 입단했을 때 샐러리캡 한도가 차서 3억5000만원 밖에 못 준 것의 보상 성격도 있다. 돈을 놓고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았고 충분히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흥국생명의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었다.
V리그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흥국생명과 남은 계약기간 1년을 반드시 채워야 하는 김연경은 20일 최종 협상을 며칠 앞두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응원해 달라”는 메시지였다. 그 발언 이후 배구 커뮤니티는 갑자기 뜨거웠다.
김연경은 자신을 추종하는 팬들에게 일종의 양해를 구한 것으로 보인다. 극성 팬들은 김연경의 해외리그 행을 꿈꿨다. 설령 V리그로 복귀하더라도 흥국생명이 아닌 팀을 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었다. 유일한 대안은 해외리그 뿐이지만 김연경은 중국리그에서의 2021~2022시즌을 마치고 난 뒤 해외리그보다는 V리그에서 은퇴할 생각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V리그에 남으라고 계속 권유했다.
그의 발목을 잡는 한국배구연맹(KOVO)의 규정 탓에 이번에 다시 외국에 나가더라도 미래가 없었다. 입단 전까지 김연경의 신분은 흥국생명의 임의해지 선수였다. 선수등록 규정 제15조에 따르면 임의해지 선수는 3년간 V리그의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없다. 해외·실업·대학 배구팀의 선수로 활동한 기간도 제외된다.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규정이기에 흥국생명 소속으로 빨리 1년을 채워서 자유계약(FA) 선수가 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해법이었다.
게다가 그를 원하는 해외리그의 팀도 많지 않았다. 6월 중순이 넘어가는데도 공식 계약 발표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서 해외리그 행은 그냥 소문일 가능성이 더 컸다.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김연경도 흥국생명도 서로의 속 마음을 확인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단장의 갑작스런 교체로 한동안 중단됐던 물밑대화 채널이 복구되자 흥국생명은 20일 이례적으로 협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공개했다. “이제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발언에서 최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라는 것을 모두에게 알렸다.
2022VNL(발리볼내이션스리그)의 참패로 가뜩이나 걱정이 많던 KOVO는 한시름을 덜었다. 그의 복귀로 여자 배구의 인기가 급격하게 추락하는 일은 일단 막았다. 다시 김연경을 품은 흥국생명도 지난 시즌에 새로 입주한 인천 삼산 체육관을 가득 채워줄 빅 네임의 등장으로 큰 희망이 생겼다. 스카이박스를 보유한 삼산 체육관의 시설을 잘 이용할 경우 V리그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2시즌 전에는 코로나19로 김연경의 복귀 효과를 크게 실감하기 어려웠지만 새 정부 들어서 방역대응 기준이 달라졌다.
그를 보러 올 많은 팬들과 함께 구단이 경기장에서 할 일은 많다.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한 스카이박스석 운영은 V리그가 프로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상징적인 일이 될 수도 있다.
흥국생명이 21일 보도자료에서 "새로 이전한 홈구장 인천 삼산 체육관에서 핑크색 유니폼을 입고 국내 팬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했던 이유다.
사진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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