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챔피언결정전이 성사됐다. 양 팀의 주전 리베로 김연견과 도수빈의 맞대결도 흥미진진하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과 정규리그에서 치열한 1위 싸움을 벌였다. 현대건설이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페퍼저축은행을 꺾고 가까스로 정규리그 1위를 확정지으며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했다. 흥국생명은 정규리그 3위 정관장과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3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웃었다.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한 흥국생명은 2018-19시즌 이후 5년 만의 챔피언 등극을 노린다. 현대건설은 2019-20, 2021-22시즌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음에도 코로나19로 인한 리그 조기 종료로 봄배구 경험을 하지 못했다. 2015-16시즌 우승 이후 8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다. 현대건설의 주축 멤버가 된 ‘젊은 피’ 김다인, 이다현, 정지윤 등의 첫 챔피언결정전이다.
이 가운데 흥국생명은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이 부상을 안고 있는 가운데 도수빈을 기용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주전 리베로는 김연견이다. 대구여고 선후배 맞대결이다.
김연견은 2011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5순위로 현대건설 지명을 받은 ‘원클럽맨’이다. 벌써 13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리시브와 디그 기록을 합산한 수비 부문에서 8965개 성공으로 역대통산 5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임명옥(17170개), 김해란(16118개), 은퇴한 남지연(10740개), IBK기업은행 황민경(9019개) 다음에 랭크돼있다. 디그에서는 역대 4위, 리시브정확에서는 역대 9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연견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디그 3위, 리시브 10위, 수비 5위를 기록했다.
도수빈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3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두 선수 모두 대구일중-대구여고를 거쳐 V-리그 무대에 올랐다.
올 시즌에는 도수빈의 어깨가 무거웠다. 김해란이 무릎 부상으로 4라운드부터 복귀를 하면서 도수빈이 중책을 맡은 것. 지난해 12월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서 도수빈은 “예전에도 주전 리베로로 뛰긴 했지만 그때와 다르다. 2020년에는 나 빼고 경험이 많이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따라가려고 했다. 그래도 그때부터 경험을 쌓았던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어떻게 경기를 읽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점차 연차가 쌓일수록 배구를 더 많이 알게 된다. 이것도, 저것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는데 감독님이 올해 비시즌부터 준비를 시켜주셨고, 믿음도 있다. 감사하다. 여기에 계속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수빈은 올 시즌 정규리그 디그 2위, 리시브 13위, 수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수빈도 시즌 후반에는 컨디션 난조로 인해 김해란과 1경기씩 나눠서 뛰기도 했다. 지난 2월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김해란 뿐만 아니라 도수빈도 부상 이슈가 있다. 연습을 할 때도 100%로 훈련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선수가 2경기 연속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플레이오프 3경기 모두 도수빈이 소화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해란 상태에 대해 “무릎을 굽히는 데 어려움이 있다. 당연히 코트에 들어오면 100% 다 해줄 것이지만 경기력 100%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필요하면 기용할 생각은 있다”고 설명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도수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난 도수빈은 “옆에서 긴장하지 말고 자신있게 하라고 말해줬다. 말을 많이 하는 게 도움이 됐다. 감독님, 스태프, 웜업존 선수들까지 말을 많이 하면서 도움이 됐고, 잘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김해란에 대해 “언니와 나와는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고, 부담을 안 가지려고 한다. 언니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도움이 되고, 고맙다. 부담감을 느끼기 보다는 언니가 고맙다. 각별하다. 경기 끝나면 안아주면서 고생했다, 잘했다고 해준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김연견과의 맞대결에는 “대구여고 선배다. 정규리그에서 6번을 붙을 때마다 언니를 견제하기보다는 내가 신경 쓸 것이 많았다. 내가 잘했으면 좋겠고, 좋은 수비로 팀에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1년 전 한국도로공사와의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 승리 뒤 내리 3~5차전에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 때문에 도수빈은 더 간절하다. 그는 “1년 전 챔프전이 끝나고 나서 꿈을 꾸나 했다. 안 믿겼다. 이번에는 챔피언을 해서 꿈이 아니고, 현실인 것을 느끼고 싶다. 작년 아쉬움을 덜 수 있게 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도수빈의 목표는 ‘최고의 리베로’가 되는 것이다. 도수빈은 “처음에 내가 이 팀에 들어오고 나서 리베로가 약하다는 평을 받았다. 해란 언니가 나중에 은퇴를 해도 약점이 없다는 얘기를 듣는 리베로가 됐으면 한다. 언니만큼 레전드 리베로가 되고 싶다”면서 “임명옥 언니도 정말 잘하는 언니다. 모든 리베로들이 명옥 언니의 ‘최리’ 별명을 이어받고 싶어 한다. 해란 언니의 레전드 리베로도 이어받고 싶다. 그렇게 하려면 10년 정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V-리그의 레전드 ‘최리’가 되고 싶은 ‘도비’ 도수빈이다.
사진_KOVO, 이보미,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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