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창단 첫 V-리그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021-2022시즌 캡틴이었던 전광인은 “다시 자랑스러운 팀이 되겠다”며 굳은 다짐을 했다.
현대캐피탈은 V-리그가 출범한 2005년부터 2010-2011시즌까지 1, 2위를 다퉜고, 2011-2012시즌 처음으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2014-2015시즌에는 5위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캐피탈은 2015년 최태웅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고, 7시즌을 함께 했다. 바로 2016-2017시즌부터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성과도 있었다. 2016-2017, 2018-2019시즌에는 챔피언에 등극하며 유니폼에 별을 달았다.
하지만 2020-2021시즌 6위, 2021-2022시즌 7위에 그쳤다. 혁신적인 리빌딩으로 변화를 꾀했던 현대캐피탈이다. 이에 맞춰 선수 구성도 했다. 평균 연령이 확 낮아졌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국전력 지명을 받은 김명관은 2020-2021시즌 초반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1997년생이며, 이제 프로 3년차다. 2016년부터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윙스파이커 허수봉은 1998년생, 윙스파이커 김선호와 리베로 박경민은 1999년생 동갑내기다.
박경민과 김선호는 올 시즌 팀 수비 1위를 이끌기도 했다. 두 선수는 청소년대표팀에서도 임동혁(대한항공), 임성진(한국전력) 등과 함께 24년 만에 U-19 세계선수권 4강 진출 멤버다. 프로 2년차 박경민은 리시브, 디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최고의 수비를 선보였다. 시즌 도중에는 전광인이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합류했다. 전광인과 박경민이 수비 라인을 책임졌다.
허수봉과 김명관도 경기를 치르면서 경험을 쌓았다. 허수봉은 올 시즌 자신의 한 시즌 최다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36경기 140세트 출전, 602득점을 올렸다. 공격점유율은 28.94%, 공격성공률과 효율은 각각 52.89%, 32.38%였다.
195cm의 장신 세터 김명관도 빠른 토스를 살리며 최 감독의 기대감을 높였다. 세트점유율은 70.15%였고, 세트성공률은 52.93%였다.
현대캐피탈의 스피드배구를 펼치는 듯했지만 경험 부족의 한계를 드러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 불운이 이어졌다. 타격이 컸다. 트라이아웃에서 지명한 보이다르 뷰세비치(세르비아), 대체 외국인 선수 로날드 히메네즈(콜롬비아)와 펠리페 알톤 반데로(브라질) 모두 부상으로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의 결정력에 따라 팀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수비와 연결이 흔들려도 공격에서 해결이 된다면 서로 끈끈한 믿음이 생긴다. 국내 선수들로는 역부족이었다. 현대캐피탈이 가장 아쉬워한 부분이다.
한 시즌을 마친 전광인은 <더스파이크>와 통화에서 “힘들었던 시즌이었다. 운도 안 따라줬던 것 같다. 감독님도 많이 힘드셨다. 누구 탓이다고 할 수도 없다”면서 “팬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이 크다. 현대캐피탈하면 남자배구 인기 구단인데 성적 자체가 안 좋으니 실망하셨을 것 같다. 현대캐피탈을 배구 명문으로 만든 선배들에게도 죄송했다. 앞으로 자극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전광인은 12월 말 팀에 합류했다. 이에 “사실 처음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선수들과 같은 몸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도 미안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을 마친 뒤 바로 휴가를 보내지 않았다. 마무리 훈련 그리고 재활과 치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15일까지 천안에 머물렀다.
포스트시즌 경기도 지켜봤다. 전광인은 “경기를 챙겨봤는데 재밌어보였다. ‘저런 기분을 느껴본지가 언제였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절친’ 한국전력 서재덕도 봄배구 무대에 올랐다. 전광인은 “챔프전까지 가면 보러 가려고 했다”면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서재덕에게는 “현명한 결정하길 바란다. 무슨 선택을 하든 응원을 한다”고 말했다.
창단 첫 꼴찌를 기록한 현대캐피탈은 더 나은 내일을 바라본다. 전광인도 “휴가 다녀와서도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놔야 한다. 비시즌에 열심히 운동을 해야 한다”며 “이제 아들이 31개월 됐다. 경기장에도 오고 했는데 이기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다가오는 시즌에는 결과로서 보여줘야할 시즌이다. 팬들에게 자랑스러운 선수, 자랑스러운 팀이 되는 것이 목표다”며 힘줘 말했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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