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2012 런던올림픽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김형실(70) 감독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최근 7구단 승인을 받은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초대 사령탑으로 말이다. 김형실 감독은 V-리그 최고령 사령탑이 되었다.
김형실 감독은 풍부한 경험을 가진 지도자다. 1982년부터 1984년 LA올림픽까지 여자 대표팀 코치를 맡으면서 지도자 경력을 쌓았고 1997~1998년, 2005년에는 여자 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김형실 감독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대표팀을 36년 만에 4강까지 이끌었다. 대표팀 감독 이전에는 KT&G(현 KGC 인삼공사)에서 코치와 감독으로 활동했다. KT&G 사령탑 시절 V-리그 원년(2005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또한 2006년에는 대한배구협회 전무이사, 2015~2017년에는 한국배구연맹(KOVO) 경기운영위원장을 맡으며 행정가로도 활동했다. 배구계 지도자, 행정가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신생팀의 새로운 수장이 된 만큼, 해야 될 업무도 산더미다. 24일 오전 기자와 전화 통화를 가질 때에도 김형실 감독의 머리에는 오직 '페퍼저축은행' 이 여섯 글자만이 존재했다. 당장 연고지 결정부터 시작해, 외인 드래프트, 선수 수급, 훈련장 마련 등 할 일이 태산이다. 김형실 감독은 요즘 하루하루가 바쁘다.
먼저 김 감독은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시기에 페퍼저축은행이 큰 결심을 했다. 7구단 창단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나이도 많고 부족한 면도 많은 나를 지목해 줘 감사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지금 해야 될 일이 많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코칭스태프를 구성해야 한다. 24일 오후, 몇몇 지도자들과 면담을 가지기로 했다. 이날 면담을 가지는 지도자 중에는 배구 팬들도 알고 있는 유명 지도자도 포함되어 있다. 올 시즌 남자부 구단에서 코치로 일한 지도자도 김형실 감독과 만남이 계획되어 있다. 코치진은 당분간 2명(트레이너, 전력분석관 등 제외)으로 유지하되, 때에 따라 3명으로 늘릴 수도 있다.
그리고 오는 28일에는 페퍼저축은행의 첫 번째 공식 일정인 외인 트라이아웃이 기다리고 있다. 김형실 감독은 두세 명의 유력 후보를 점찍어둔 상황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김 감독은 "28일 트라이아웃이 나의 첫 작업이다. 일단 두 명 정도 체크를 해놨다. 포지션은 아포짓으로 보고 있다. 영상만 보고 알수는 없지만 인성이 좋았으면 한다. 또한 배구적인 면을 보면 블로킹이 뛰어난 선수를 뽑고 싶다. 전력분석관에게도 잘 하는 선수들의 영상을 편집해달라고 부탁했다"라고 설명했다.
선수 수급도 시급하다. 페퍼저축은행은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여섯 명의 선수를 우선 지명한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한 명을 우선 지명할 권리도 부여한다. 여기에 2021-2022시즌 최하위 팀과 같은 확률을 부여해 1라운드에서 선수를 추가 선발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FA 미계약 선수도 계약할 수 있는 특별 권한도 생겼다. 기존 구단에서는 보호선수 아홉 명 외 선수 중 한 명씩 지명한다.
김형실 감독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려가야 하는 입장이다. 고교 3학년 선수 중 몇몇은 봐 뒀다. 이번 FA 미계약 선수도 계약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이야기를 해 봐야겠지만 하혜진 선수 영입에 생각이 있다"라며 "신생팀인 만큼 신선하고 발랄한 팀 컬러를 만들고 싶다. 아직 부족하겠지만 바닥부터 천천히 치고 올라가겠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차분하게 팀을 이끌 테니 기다려달라"라고 웃었다.
그 무엇보다 연고지가 정해져야 한다. 세 가지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한다. 본사가 있는 성남에 훈련장 및 숙소를 두고, 연고지로는 광주를 택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어제(23일)는 장메튜 대표와 훈련이 가능한 한 연수원을 체크했다.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는 만큼 신중에 신중을 가하고 있다고 밝힌 김형실 감독이다.
어느 누군가는 말한다. '요즘 현장 경험이 없는 김형실 감독이 최근 V-리그 트렌드에 적응할 수 있느냐'라고. 김형실 감독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김형실 감독은 자신 있다. 현장에 없을 때에도 매 시즌 V-리그 경기를 챙겨봤다. 특히 여자부 경기는 매일매일 챙겨봤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이번 시즌에도 발휘할 예정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평생 배구와 호흡했고, 배구에 내 영혼을 쏟았다. 현장에 없었지만 전 경기 모니터링을 했다. 35년 동안 여자배구를 가르쳤다. 여자배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불구덩이도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구단 관계자들과 미팅을 할 때 커뮤니케이션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아직도 걸그룹 음악을 듣고 젊은이들의 단어를 배우려 한다'라고. 난 젊어지고 싶다. 그리고 마음만은 젊다(웃음)."
말을 이어가며 "젊은 감독들과도 끊임없는 소통을 하고 싶다. 내가 후배 감독들에게 배워야 될 부분은 당연히 배워야 한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내가 선배의 역할을 한다면, 그 외 부분에서 배워야 될 부분이 있다면 나이를 막론하고 배우겠다. 배구의 동반자로서 함께 걸어가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위에서 언급했듯 급하게 가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김형실 감독이 페퍼저축은행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부분은 팀워크와 기본기다. 김 감독은 "배구는 세팍타크로나 배드민턴처럼 공이 땅에 떨어지면 지는 운동이다. 그러려면 전체의 리듬과 하모니가 좋아야 한다. 즉, 올 시즌 GS칼텍스처럼 팀워크가 좋아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게 기본기다. 요즘 기본기 갖춘 선수를 보기 힘들다. 기본기, 정신,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김형실 감독은 "코치들과 선수들은 나를 믿고 오면 된다.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진다"라면서 "Strong, Speed, Smart 한 팀을 만들어보겠다. 팀이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형실 감독이 만들어갈 신선하고 발랄한 페퍼저축은행. 그들의 대장정이 이제 시작됐다.
사진_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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