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대회 8승을 노린 폴란드와 독일의 승부에서 폴란드가 웃었다.
폴란드가 29일 서원 칠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부 3주차 경기에서 독일을 세트스코어 3-2(15-25, 25-19, 25-19, 19-25, )로 꺾고 대회 8승째를 챙겼다. 1세트를 매우 좋지 못한 경기력으로 패하며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2세트부터 경기력을 재정비하며 승리를 향해 다가갔다. 4세트를 내주며 승점 3점 수확에는 실패했지만, 아그니에슈카 코르넬룩의 맹활약으로 5세트를 승리하며 8승 수확에 성공했다. 막달레나 스티시악이 22점으로 경기 최다 득점을 올렸고, 코르넬룩은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5점을 올렸다.
독일은 아쉽게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스티시악과 같은 22점으로 경기 최다 득점자에 오른 리나 알스마이어가 5세트 중요 순간마다 범실을 저지른 것이 뼈아팠다. 한나 오스만도 19점으로 힘을 보탰지만 승리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시작하자마자 7-0 런’ 완벽하게 분위기 장악한 독일
경기 시작과 동시에 폴란드가 빠르게 치고 나갔다. 마르티나 루카식의 불안정한 리시브를 베이첼이 목적타 서브로 공략했고, 여기에 한수 위의 수비 조직력까지 더해지며 7-0으로 순식간에 점수 차를 벌렸다. 반면 독일은 흔들리던 루카식 대신 마르티나 치르니안스카를 투입했지만, 10-2에서 레나 스티그로트에게 2연속 서브 득점을 허용하는 과정에서 치르니안스카 역시 리시브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라바리니 감독은 다시 루카식을 투입하며 원치 않는 ‘돌림판’을 돌려야 했다.
1세트의 데칼코마니? 반격 성공한 폴란드
2세트는 1세트와 정반대로 초반이 전개됐다. 아그니에슈카 코르넬룩과 스티시악이 오스만의 공격을 연달아 가로막으며 폴란드가 4-0으로 앞서갔다. 1세트에 독일보다 어수선했던 수비 역시 한결 촘촘해졌다. 6-1에서 베네르스카의 날렵한 디그가 스티시악의 오픈 공격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백미였다. 독일도 알스마이어와 스티그로트가 공격에서 분전하면서 추격을 이어갔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폴란드는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독일을 흔들면서 꾸준히 리드를 지켰다.
폴란드는 16-13에서도 좋은 수비와 유효 블록으로 메가 랠리를 펼친 끝에 로잔스키가 득점을 터뜨리며 사기와 경기력이 모두 올라온 모습이었다. 반면 독일은 주포 오스만의 파이프 범실과 베이첼의 서브 범실로 세트 후반 추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오스만은 18-22에서도 직선 공격을 과하게 틀다가 범실을 저지르는 등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아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폴란드는 유르치크가 마지막 25점째를 책임지며 2세트를 25-19로 가져갔다.
3세트를 지배한 치르니안스카의 서브 두 방
3세트는 앞선 두 세트와 달리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이 벌어졌다. 독일이 먼저 오스만의 블로킹과 오픈 공격에 이은 유르치크의 속공 범실로 5-2로 앞서갔지만, 폴란드도 스티시악의 서브 득점과 유르치크의 블로킹으로 6-5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양 팀 간의 점수 차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고, 10점대 초반까지 1점 차와 동점을 오가는 팽팽한 승부가 이어졌다. 스티시악이 점수를 올리면 곧바로 오스만도 점수를 내며 양 팀 에이스들의 자존심 대결도 본격화됐다.
접전 양상에서 먼저 흐름을 잡은 쪽은 폴란드였다. 14-13에서 터진 치르니안스카의 서브 득점과 17-16에서 나온 스티시악의 호쾌한 직선 공격이 큰 역할을 했다. 여기에 직후에 펼쳐진 긴 랠리를 끝낸 코르넬룩의 마무리까지 나오며 점수 차는 19-16 3점 차까지 벌어졌다. 독일은 갈 길 바쁜 상황에서 베이첼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폴란드에게 20점 선착을 허용했고, 이후 기세가 오른 폴란드가 화력을 과시하며 3세트 승리를 향해 전진했다. 24-19에서 치르니안스카가 또 한 번 서브 득점을 터뜨린 폴란드는 3세트도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뒀다.
아홉수 탈출한 독일, 경기는 5세트로!
궁지에 몰린 독일은 4세트 초반 힘을 냈다. 스티그로트가 계속해서 깔끔한 결정력으로 득점을 올렸고, 오스만도 영리한 쳐내기 공격을 성공시키며 9-6으로 앞서갔다. 독일은 11-8에서도 모니케 스트루베의 이동 공격과 스티시악의 공격 범실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작전 시간을 요청해 흐름을 끊어보려 했지만, 독일은 개의치 않고 깔끔한 패턴 플레이들을 연달아 맞춰가며 계속해서 점수 차를 벌렸다.
14-19까지 뒤처졌던 폴란드는 독일을 아홉수에 빠뜨리고자 했다. 날개 공격수들의 연이은 득점과 코르넬룩의 블로킹, 스트루베의 범실까지 엮어 17-19를 만들며 막판 대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독일은 오스만을 앞세워 간신히 아홉수에서 탈출했고, 이후 코르넬룩의 네트터치 범실이 나오며 다시 21-18 3점 차를 만들었다. 마지막 24점째와 25점째를 알스마이어가 빠른 공격으로 도맡은 독일은 경기를 5세트로 끌고 가는 데 성공했다.
운명의 5세트, 초반은 코르넬룩이 지배했다. 1-1에서 노련한 다이렉트 공격과 블로킹으로 연속 득점을 올리며 폴란드에 리드를 안겼다. 반면 독일은 3-5에서 스티그로트가 스티시악의 서브를 불안하게 받으면서 세터 피아 캐스트너가 오버네트 범실을 저지르며 흐름을 잃는 듯 했다. 위기의 독일을 에이스 오스만이 구했다. 오스만은 4-6에서 스티시악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다시 1점 차를 만들었고, 5-7에서도 빈 공간을 꿰뚫는 연타로 에이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직후 로잔스키의 네트터치가 나오며 점수는 다시 7-7 동점이 됐다. 이후 독일은 10-10에서 베이첼이 코르넬룩의 속공을 단독으로 차단하며 마침내 역전까지 다다랐다. 그러나 절치부심한 코르넬룩이 속공과 블로킹으로 연속 득점을 터뜨리며 다시 재역전을 하는 등 경기의 향방은 끝까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결국 5세트는 듀스를 향하며 최후의 끝장 승부가 벌어졌다. 마무리는 결국 코르넬룩의 몫이었다. 스티그로트의 리시브가 길게 넘어온 것을 노련한 다이렉트 공격으로 처리했다. 17-15, 폴란드의 승리가 완성됐다.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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