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아쉬웠지만, 내용은 풍부했다.
최근 몇 시즌 하위권에 자리했던 삼성화재는 이번 비시즌부터 달라진 행보를 보여줬다. 여기에 운까지 따랐다. 아시아쿼터에서 1순위로 구슬이 나오면서 성균관대 시절 김상우 감독과 함께한 에디를 지명했고, 이후 이어진 트라이아웃에서도 ‘선호도 1순위’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를 뽑았다.
비시즌에 치러진 KOVO컵에서 준우승을 일궈내면서 정규리그도 기대케 만들었다. 1라운드는 그야말로 180도 달라진 삼성화재였다. 요스바니와 김정호가 아웃사이드 히터에 자리하고 아포짓에 박성진이 자리한 삼각편대가 효과적이었다.
질주는 1라운드를 1위로 마무리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그러다 삼각편대가 불안하자 아포짓에 요스바니가 들어가고 아웃사이드 히터에 김정호와 신장호가 들어갔고, 그럼에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줬다.
삼성화재가 높은 순위에 자리할 수 있기까지 서브가 강력했다. 서브 부문 1위(세트당 0.546개)에 이름을 올린 요스바니 서브부터 시작해 서브 부문 10위(세트당 0.199개) 김정호까지 원투펀치의 한 방이 팀을 이끌었다.
여기에 중앙에 김준우의 블로킹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삼성화재의 팀 컬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준우 대각에 자리할 뚜렷한 선수가 보이지 않았고, 시즌 도중 에디를 아포짓에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꾸면서 중앙 강화에 나섰다. 여기에 OK금융그룹과 일대일 트레이드를 통해 박성진을 내주고 미들블로커 전진선을 영입했다.
중앙을 튼튼하게 만들면서 4라운드까지 3위로 마무리했던 삼성화재는 갑자기 부상 악재가 쏟아졌다. 이번 시즌 블로킹 2위(세트당 0.633개)에 자리한 김준우가 4라운드 마지막 우리카드 경기에서 발목이 돌아갔고, 전치 8주라는 날벼락을 얻었다. 여기에 이호건, 노재욱의 줄부상까지 이어지면서 세터 자리에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세터 자리에는 신인 이재현이 들어가 어느정도 자리를 메꿔줬지만, 김준우의 공백은 절실하게 드러났고, 날개 공격수들의 부담감이 커지면서 체력이 점차 떨어지는 게 코트에서 나오게 됐다. 자연스럽게 5라운드부터 순위도 떨어지고 말았다.
득점 1위(1068점), 서브 1위(세트당 0.546개), 블로킹 10위(세트당 0.426개)을 자랑한 요스바니마저 체력이 떨어지면서 6라운드부터 봄배구와 멀어지게 되면서 시즌 초반과는 정반대의 순위표에 자리하게 됐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우리카드전, 상대의 정규리그 1위가 달려있었다. 우리카드를 상대로 물고 늘어지면서 세트스코어 3-2로 승리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비록 이번 시즌 19승 17패 승점 50점으 기록하며 6위로 시즌을 마무리했지만, 정규리그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과거들과 확실히 달라진 삼성화재를 볼 수 있었다.
삼성화재는 이번 시즌 2년 연속 신인왕을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2라운드 7순위로 삼성화재에 입단한 이재현은 지난 시즌 김준우에 이어 남자부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이재현 뿐만 아니라 이윤수, 안지원 등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삼성화재다. 다음 시즌이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_KOVO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