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진천/이보미 기자]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의 사령탑인 세자르 에르난데스 감독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됐다. 올림픽 4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해 또 달린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021년 도쿄올림픽 4강까지 이끌었던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과 이별한 뒤 수석코치였던 세자르 감독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첫 시즌 부진한 성적표를 남겼다. 2022년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2전 전패를 기록했고, FIVB 랭킹포인트 비중이 가장 컸던 세계선수권에서는 1승5패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물론 예고된 참사였다.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베테랑 김연경, 김수지, 양효진이 떠났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김연경에 이어 대표팀 캡틴이 된 박정아도 지난 16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대표팀 공개 훈련 미디어 행사에서 “언니들이 있을 때와 비교한다면 공수 모든 부분에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또 배구 실력을 떠나 처음 배우는 선수들도 많다. 비시즌에 대표팀에 발탁돼 국제대회를 치르는 것조차 처음인 선수들도 있다. 기본적인 것도 처음이기 때문에 어렵고 힘들었던 것 같다”라며 대표팀이 직면한 현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배구협회도 변화를 꾀했다. 공개 모집을 통해 지난 4월 세자르호의 새 코치로 한유미 해설위원을 선임했고, 은퇴한 김연경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국가대표 선수 멘토링, 지도자 및 지원인력에 대한 업무 지원 등 배구 국가대표팀 전반에 대한 조언자 및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며 어드바이저로 위촉했다.
올해도 세자르 감독 없이 대표팀 훈련이 시작됐다. 세자르 감독은 튀르키예 바키프방크 코치로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한국에 들어오지 못했다. 바키프방크는 최근 튀르키예리그를 3위로 마쳤고, 오는 21일에는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슈퍼 파이널에서 엑자시바시와 우승을 놓고 각축을 벌인다. 슈퍼 파이널 개최 장소는 이탈리아 토리노다. 대표팀은 22일 VNL 1주차가 열리는 튀르키예 안탈리아로 출국할 예정이다. 세자르 감독도 현지에서 합류한다.
지난달 24일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은 한유미 코치의 지휘에 따라 훈련이 진행됐다. 한 코치는 지속적으로 세자르 감독과 소통하면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한 코치는 “매일 소통을 하고 있다. 화상으로 하거나 중간에 채팅, 메신저를 통해서도 통역이 이뤄지고 있다. 감독님이 매일 체크하고 있다. 세부적인 지시 사항이 나오면 훈련 때 반영해서 그 정확도를 높이려고 한다. 또 체력 트레이너도 주차별 선수들 웨이트 프로그램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훈련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한 코치도 “지난해에는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훈련이 정확히 어땠는지 모르지만, 올해는 준비가 잘 돼가는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선수들도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연경도 “일단 젊은 선수들도 많이 들어왔는데 에너지나 분위기가 이전에 비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작년보다는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게끔 준비하고 있다”며 “후배들에게도 부담 아닌 부담을 불어넣고 있다. 훈련 분위기도 좋고, 하려는 의지가 강해보인다”며 대표팀 분위기에 대해 전했다.
한 코치와 김연경 모두 2012 런던올림픽 4강 멤버다. 김연경은 2020 도쿄올림픽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지만, 현역 선수 생활은 계속 이어가고 있다. 누구보다 선수들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조력자들이다. 외국인 스태프와의 소통,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코치는 “나도 첫 지도 경험이고, 감독님도 바로 팀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서 ‘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김연경 어드바이저나 선수들도 도와주고 있다. 어드바이저는 세계적인 추세나 외국인 감독의 훈련 스타일 등을 알려주면서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고, 김연경은 “아무래도 편한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코칭스태프나 감독님에게 말하지 못하는 것을 내게 얘기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덕분에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던 주장 박정아도 부담감을 덜었다.
새로운 조합으로 출발을 알린 세자르호. 현재 FIVB 랭킹은 23위다. 아시아에서도 중국(5위), 일본(6위), 태국(15위)에 이어 4번째다. 여전히 객관적인 전력상 약세로 꼽힌다. 베테랑들이 빠진 상황에서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까. 지난해 부진을 씻고 다시 웃는 날을 기다린다.
사진_진천/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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