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이 8년 만에 V-리그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오른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과감한 선수 기용과 리더십으로 ‘원 팀’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OK금융그룹 2023-24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준플레이오프 없는 봄배구를 노렸지만, 현대캐피탈이 가까스로 OK금융그룹과 승점 차를 3점으로 만들면서 단판 승부인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됐다. 현대캐피탈과 풀세트 접전 끝에 웃은 OK금융그룹은 정규리그 2위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다. 1차전 원정 경기에서도 5세트 혈투를 벌인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지난 25일 안방에서 2차전을 3-0 완승으로 끝내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2014-15, 2015-16시즌 연속 챔피언 등극 이후 8년 만에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V3를 노린다.
오기노 감독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후에도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트 스코어 2-0에서 흐름을 내주며 5세트까지 펼쳐야만 했다. 오기노 감독은 “이겼기 때문에 반성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을 해야할 부분을 해야 하고, 잘 안 됐던 것을 얘기했다. 또 잘 안 됐던 선수가 있다면 다음에는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강하게 얘기를 했다. 이를 이전에도 실행한 적이 있다. 선수들이 위기감을 갖고 임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 지은 뒤에는 “가능한 화를 안 내려고 한다. 외국인 선수든, 어떤 선수든 원 팀을 전달하려고 했다. 이를 증명해준 경기였다”고 전했다. 주전 세터 곽명우도 “감독님이 말한대로 팀으로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오기노 감독이 늘 강조하는 말이다. 개인이 아닌 팀이 우선이다.
올 시즌 내내 과감한 선수 기용도 ‘원 팀’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오기노 감독은 정해진 주전 멤버를 기용하지 않았다. 부상 등의 이유도 있었지만 포지션별로 최대한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들을 활용하고자 했다.
세터에도 곽명우 뿐만 아니라 이민규, 신인 박태성에게 기회를 줬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아포짓, 아웃사이드 히터를 오가면서 다양한 조합을 점검하기도 했다. 마침내 레오가 아웃사이드 히터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리시빙 아포짓 신호진을 기용했고, 수비가 좋은 송희채로 삼각편대를 꾸렸다. 이 과정에서 레오에게 공격에서의 기술적인 성장을 시키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힘만 쓰는 공격이 아닌 상대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과 적재적소의 연타 공격으로 결정력을 끌어 올렸다.
레오가 안정을 찾으면서 국내 득점 자원 활용도도 높았다. 왼손잡이 신호진이 오른쪽에서 빠른 공격을 펼치며 상대 블로킹과 수비를 따돌렸고, 송희채도 노련한 플레이로 팀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OK금융그룹의 첫 아시아쿼터 선수인 바야르사이한과 곽명우의 속공 호흡도 깔끔하다.
시즌 도중 장신 아웃사이드 히터 차지환이 부상 복귀 이후에도 선수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송희채도 “3라운드 이후 선발에 빠져서 스트레스가 쌓였다”고도 했다.
정규리그 5라운드부터 코트로 복귀한 리베로 정성현,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선 베테랑 미들블로커 진상헌 기용 효과도 봤다. 이들을 기용한 이유도 분명했다. 오기노 감독은 “물론 조국기도 좋은 선수다. 기술적으로는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성현이 좀 더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 쉽게 말해 콜을 잘한다”고 했고, 진상헌에 대해서는 “연습 과정에서 컨디션이 좋았다. 높이도 있는 선수다. 블로킹은 박원빈 다음으로 잘하는 선수다. 빠른 공격도 갖고 있다. 블로킹으로 승부를 봤다. 지난 경기 때 원터치도 해줬다. 상대 사이드 공격수를 충분히 따라갈 스피드도 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원포인트 서버들의 깜짝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유니폼을 놓고온 신호진 대신 투입한 '이적생' 박성진도 제 몫을 했다. 어떤 선수든 준비만 된다면 선발로 들어갈 수 있다. 결국 OK금융그룹은 레오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팀워크를 발휘하며 최상의 경기력을 드러냈다. 시즌 평균 43.52%의 공격 점유율을 가져간 레오는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30.43%의 공격 비중을 기록했음에도 팀이 이겼다.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V-리그 최초 4회 연속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대한항공이다. 이를 앞두고 대한항공은 대체 외국인 선수 무라드 칸을 보내고, 왼손잡이 아포짓 막심 지갈로프를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OK금융그룹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대한항공과 상대전적은 2승4패로 열세를 보였다.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어떤 조합으로 나설지 궁금하다. V-리그 최초 외인 사령탑의 대결이기도 하다. 오기노 감독 그리고 일본에서 지도 경험을 쌓아온 핀란드 출신의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의 마지막 승부가 펼쳐진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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