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즐거웠어요” 끝을 생각하던 정시영, 이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한다

고성/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7-12 15:2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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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즌을 덤덤하게 준비했던 정시영이 이제는 희망찬 시작을 준비한다.

지난 2022-2023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배구선수 정시영의 미래는 조금씩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자신의 포지션인 미들블로커에는 국내 최고를 다투는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고, 나이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시영은 2022-2023시즌 새로운 도전을 통해 가야할 길을 찾았다. 시즌 시작 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정시영은 17경기·30세트에 출전하며 모처럼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받았다. 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세 시즌을 모두 합친 것(총 17경기·29세트) 이상으로 많은 기회를 얻은 것.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은 선수에게 주어진 선물이었다.

10일부터 13일까지 경남 고성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건설의 하계 전지훈련에 참여한 정시영을 <더스파이크>가 찾아갔다. 정시영은 “지난번에는 동해 쪽으로 갔었는데, 이번에는 새로운 곳으로 와서 색다르다. 이제 시즌이 다가왔다는 느낌도 든다”며 전지훈련 소감을 먼저 전했다.

정시영에게 가장 먼저 지난 시즌은 어떤 의미가 있는 시즌이었는지를 물었다. 정시영은 “나이도 좀 있고 해서,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한 시즌이었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 덧붙여 그는 “그래서 더욱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 개인 연습도 많이 했다. 비록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많은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마지막을 각오했던 마음가짐을 들려줬다.

아웃사이드 히터로서의 포지션 변경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정시영 역시 “리시브가 제일 중요하면서도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다. 아무리 연습을 해도 어려웠다”며 리시브에 대한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시영은 같은 과정을 겪고 있는 동료 정지윤과도 “야간 훈련을 같이 할 때가 많았다. 서로 잘 안 되는 부분이나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의기투합해 노력하고 있음을 전했다.
 

힘든 시간을 보낸 만큼 결실도 뚜렷했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현대건설 입단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고, 우려스러웠던 리시브에서도 36.29%의 효율을 기록하면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을 각오했을 정도로 커리어의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었던 정시영에게는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정시영은 “지난 시즌은 정말 재밌었다. 경기를 많이 뛸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포지션에서 뛰는 것도 모두 즐거웠다”며 옅은 미소를 지어보이기도 했다.

다만 좋은 시즌을 보낸 것과는 별개로, 다가오는 시즌은 정시영에게 또 하나의 도전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시즌이지만 첫 시즌이랑 똑같이 긴장되고, 똑같이 어렵다. 게다가 포지션을 바꾼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이번 시즌에 공까지 바뀌어서 그것도 걱정된다”며 약간의 부담감을 밝혔다. 미카사에 대한 체감을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는 스타랑 차이가 좀 크게 느껴진다. 공이 튀는 정도나, 받을 때의 묵직함이 다르다. 또 플로터 서브가 날아오다가 떨어지거나 밀리는 변화도 큰 편이라, 리시브할 때도 어려움이 좀 있다”고 답했다.

이제 정시영은 29일부터 시작되는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컵대회를 통해 아웃사이드 히터 정시영의 본격적인 모습을 처음 선보였던 것처럼, 이번 컵대회도 정시영에게는 또 한 번의 산뜻한 출발을 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정시영은 “네, 그게 제 바람이에요(웃음).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시영에게 다가오는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와,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인사말을 부탁했다. 정시영은 “지난 시즌은 마지막이 너무 아쉬웠다. 이번에는 꼭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작년보다 더 나은 개인 기록을 작성하고 싶다. 팬 여러분들이 지난 시즌에도 많이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다가오는 컵대회와 새 시즌에도 계속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더 노력하겠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끝을 각오했던 정시영은 과감한 도전을 통해 값진 시간을 벌었다. 그러나 거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이제는 또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서야 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OH 2년차’ 정시영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다가오는 컵대회를 통해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사진_고성/박진이 기자, 더스파이크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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