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GS칼텍스가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우승을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지난 13일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에 패함에 따라 남은 한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코로나19로 인해 정규리그 2위라는 아쉬움의 성적을 거뒀던 GS칼텍스는 올 시즌 드디어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아름다운 성적을 거뒀다. 2008-2009시즌 약 12년 만에 거둔 정규리그 우승이다.
사실 GS칼텍스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거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이 학폭 논란으로 인해 팀을 나가면서 흥국생명은 추락했다. 그 사이 GS칼텍스는 한 경기, 한 경기 차곡차곡 승리를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리그가 여러 악재 속에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GS칼텍스는 끈끈하고 강한 팀워크를 유지했다. 그리고 우승이라는 달콤한 결과물을 얻었다. 날이 갈수록 끈끈함을 유지했던 GS칼텍스의 정규리그 타임라인을 돌아보자.
2020년 9월 5일 :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우승
사실 컵대회 때도 GS칼텍스가 우승할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결승전 상대였던 흥국생명이 김연경-이재영-이다영 등 화려한 라인업을 축으로 무실세트 행진을 이어가며 상승세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GS칼텍스가 한 세트만 따더라도 잘 한 것이다'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자신 있게 경기를 치렀다. 1세트부터 러츠가 상대 외인이었던 루시아와 득점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다. 또한 이소영과 강소휘 역시 김연경-이재영의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힘을 줬다. 1세트를 따내고 더 나아가 2세트 그리고 마지막 3세트 23-23에서 이소영과 강소휘의 연속 득점에 힘입어 2017년 컵대회 우승 이후 약 3년 만에 컵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GS칼텍스의 이번 시즌 행보가 기대됐다.
2020년 10월 17일 : 개막전은 삐걱
컵대회 우승과 함께 새 시즌 즐거운 출발을 꿈꿨지만 개막전에서 현대건설에 일격을 당했다. 5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했다. 러츠와 강소휘가 각각 33점, 21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다. 유독 올 시즌 GS칼텍스는 현대건설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상대 전적은 3승 3패 동률이지만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쉽게 경기를 치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차상현 감독 역시 "현대건설은 어느 포지션 하나 만만한 포지션이 없다"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2020년 11월 6일 : 강소휘의 교체
11월 6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서 강소휘가 복근 및 허벅지 통증을 호소하며 교체됐다. 이후 강소휘는 정상 컨디션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차상현 감독도 강소휘의 이러한 컨디션 난조가 아쉬웠다고 한다. 하지만 강소휘는 이를 다시 이겨내고 우리가 알던 강소휘의 모습으로 돌아와 팀에 힘을 보탰다.
2020년 12월 5일 : 흥국생명 상대로 승리를 거두다
12월 5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전. 1세트 초반 당시 외인이었던 흥국생명 루시아가 어깨 통증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강했다. 김연경, 이재영이 맹위를 떨치며 GS칼텍스를 압박했다. 하지만 3세트 이후 이소영과 강소휘가 살아났다. 또한 교체 투입된 이원정의 패스 안정감이 돋보였다. 결국 GS칼텍스는 흥국생명과 풀세트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뒀다. 당시 경기 후 차상현 감독은 "큰 산 하나 넘었다. 컵대회 결승전 승리와 오늘 승리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다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러츠가 팀 내 최다인 31점, 강소휘와 이소영이 각각 14점을 올렸다.
2021년 1월 15일 : 한수지의 수술
GS칼텍스 미들블로커 라인을 굳건히 지킨 한수지. 하지만 한수지는 지난 12월 19일 이후로 경기 출전을 못했다.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상 컨디션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녀의 발목에 이상 징후가 포착됐다. 검사 결과, 좌측 발목 전경골건 부분 파열. 당시 재활 기간만 3~4개월이 소요되는 큰 부상이었다. 한수지는 당시 수술 전까지 블로킹 2위, 속공 4위에 오르며 GS칼텍스 미들블로커진에 힘을 주는 선수였다. 당시 차상현 감독도 "수지가 빠진 높이의 약점을 이젠 수비로 메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수지는 코트 위에서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선수가 아니었다. 코트 밖에서도 맏언니로서 최고의 힘을 주는 선수였기에 그녀의 이탈이 그 어느 때보다 아쉬웠다. 주장 이소영도, 같은 포지션 문명화도 한수지의 말 한마디가 도움이 됐다고 한다. 이후 GS칼텍스는 한수지뿐만 아니라 권민지, 김유리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가 덮쳤다.
2021년 2월 5일 : 김유리의 눈물 인터뷰
지난 2월 5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경기에서 GS칼텍스는 승리를 거뒀다. 당시 승리와 더불어 데뷔 후 처음으로 방송사 수훈선수로 선정돼 인터뷰를 가진 김유리도 화제를 모았다. 김유리가 수훈 선수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선수들은 카메라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찍으며 김유리의 첫 인터뷰를 축하했다. 그 가운데에는 차상현 감독의 모습도 보였다. 그리고 이후 김유리가 겪은 마음고생을 알던 한유미 해설위원이 인터뷰 도중 눈물을 터트리자 김유리 역시 감정이 복받친 듯 울었다. 이는 동료들에게도 전파됐다. 문명화를 비롯해 GS칼텍스 몇몇 동료들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김유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데뷔하고 31살에 첫 MVP 선수 인터뷰라는 걸 했다. 내가 받아 마땅한 건지 의심도 했고 놀랐고 울컥했다. 지금도 다시 돌려보면 울컥하고 마음이 몽글몽글 거린다. 지금까지도 계속 연락해 주시는 분들 너무 감사하고 같이 축하해 주시고 울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당시 팬들은 김유리의 눈물 인터뷰, 그리고 이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선수들을 향해 "이게 진정한 팀이다. 정말 응원한다"라는 이야기를 남겼다. GS칼텍스가 잘 나가는 이유, 누가 잘 나가도 시기하지 않고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따뜻한 마음씨를 모두 가졌기에 잘 나가는 게 아닐까.
2021년 2월 28일 : 드디어 정규리그 1위에 오르다
2월 28일 드디어 정규리그 1위에 올랐다. GS칼텍스는 흥국생명과 맞대결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규리그 1위라는 순위표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을 치르는 과정에서 한수지, 김지원, 강소휘, 권민지 등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하지만 GS칼텍스는 어느 누가 빠져도 다른 선수가 최선을 다했다. 그 선수의 활약이 부족하면 또 다른 선수가 조금 더 메워주는 진정한 '하나의 팀'이 되어가고 있었다. 차상현 감독은 "팀 전원이 잘 버텨주고 있어 이 자리까지 왔다. 대견스럽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 그리고 "이런 팀의 감독으로 있어 선수들이 대견하고 뿌듯하다"라는 말을 남겨 선수들을 감동시켰다.
2021년 3월 13일 : 12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다
12일 IBK기업은행전에서 3-0 승리를 거둔 후 선두 자리에서 대전에서 펼쳐진 KGC인삼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흥국생명이 KGC인삼공사에 1, 2세트를 내주는 순간 숙소에서 경기를 보던 GS칼텍스 구성원은 모두 소리를 내질렀다. 2008-2009시즌 이후 처음 차지한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을 차지했기에 더욱 감격스러웠다. 차상현 감독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오늘 저녁에 선수들과 간단하게 맥주 한 잔 마시려 합니다. 괜찮지 않을까요? 우승 싫어하는 선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모두가 좋아합니다"라고 좋아했다. GS칼텍스 우승을 축하해 주는 이들이 정말 많았다. 차상현 감독도 수백 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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