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편안했고, 누군가는 외로웠고, 누군가는 설렜던 경기 [스파이크노트]

안산/김희수 / 기사승인 : 2022-10-23 16: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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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린 경기였다. 제 자리를 찾았다는 듯 편안해 보이는 선수가 있었는가 하면, 팀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외로운 경기를 한 선수도 있었다. 설레는 데뷔전을 맞이한 선수들도 있었다.

한국전력은 23일 펼쳐진 도드람 2022-2023 V-리그 1라운드 OK금융그룹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5-19, 25-21)으로 꺾고 첫 승을 신고했다.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15점, 서재덕이 13점으로 공격에서 맹활약했다. 미들블로커 듀오 신영석과 박찬웅은 6개의 블로킹을 합작하며 든든한 방패 역할을 수행했다. OK금융그룹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가 17점으로 분투했지만, 뒤를 받쳐줄 선수가 없었다. 유망주 신호진과 강정민이 보여준 활약이 위안거리였다.

한국전력은 서재덕을 아포짓으로 기용하는 선발 라인업을 가동했다. OK금융그룹의 강서브를 버티기 위한 판단이었다. 권영민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OK금융그룹의 서브를 억제하며 전술적 성공을 거뒀다. 반면 OK금융그룹은 블로킹 싸움에서 5-13으로 밀리며 어려운 경기를 해야 했다.

편안한 옷을 입은 서재덕, 1세트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다
오랜만에 아포짓으로 선발 출전한 서재덕은 마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왔다는 듯 폭발적인 기량을 뽐냈다. 이날 한국전력은 세트 초반 레오의 맹활약에 고전하며 2-6까지 뒤졌다. 위기의 순간에서 서재덕이 나섰다. 블로킹, 서브, 공격 가리지 않고 득점을 올리며 빠르게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득점 이후 원정 팬들을 독려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서재덕의 파이팅에 힘입어 타이스와 임성진까지 공격 컨디션을 끌어올린 한국전력은 세트 중반 역전에 성공했고, 점수 차를 계속해서 벌리며 16-11까지 앞서갔다. 19-16으로 앞선 상황에서 또 한 번 서브 라인에 선 서재덕은 날카로운 서브로 OK금융그룹의 리시브를 흔들며 임성진의 블로킹에 간접 기여, 팀의 20점 선취를 돕기도 했다.

서재덕은 리시브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이었다. 포지션은 바뀌었지만, 타이스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서재덕이 리시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은 여전했다. 서재덕은 세트 중후반 레오의 강서브에 다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큰 무리 없이 리시브에 가담하며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서재덕의 수비 가담은 계획대로 타이스의 공격력 극대화를 이끌었다. 권영민 감독의 서재덕 아포짓 기용이 성공적이었던 1세트였다.


고군분투했지만… 레오는 너무 외로웠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OK금융그룹은 레오에 대한 의존도를 효율적으로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레오가 1990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인데다, 상대 팀들의 목적타 서브가 집중되는 상황이 자주 나왔기 때문이다. 새롭게 주장이 된 차지환은 물론 조재성, 신호진 등 OK금융그룹의 날개 자원들은 좋은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 레오의 점유율을 잘 나눠가져야 했다.

 

석진욱 감독 역시 경기 전 인터뷰에서 "다양한 공격 자원들을 통해 적절한 분배를 가져간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OK금융그룹은 레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지 못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1세트 레오는 38.89%의 공격 점유율을 가져가며 서브 1득점 포함 4점을 올렸다. 차지환과 조재성이 각각 27.78-22.22%의 점유율을 나눠 가지면서 레오의 짐을 덜어줬다. 레오는 득점할 때마다 팀원들을 힘껏 독려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도 일조했다. 그러나 OK금융그룹이 한국전력에 5개의 블로킹을 허용하며 1세트를 패하자, OK금융그룹의 경기 운영이 급격히 단조로워졌다.

 

레오의 2세트 공격 점유율은 53.85%까지 치솟았다.반면 차지환의 공격 점유율은 15.38%로 거의 절반까지 떨어졌다. 레오는 8점(공격 성공률 50%)을 뽑아내며 고군분투했지만, 서서히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였다. OK금융그룹은 0-2로 뒤진 3세트, 세터를 강정민으로 교체하고 신호진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의 흐름은 이미 한국전력 쪽으로 넘어간 뒤였다. 레오는 3세트에도 40.91%의 점유율로 팀내 최다 점유율을 기록했다. 레오에게는 너무나 외로운 경기가 됐다.
 


‘V-리그, 내가 왔다!’ 신인들의 설렘 가득한 데뷔전

 

이날 경기에서는 2022-2023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양 팀의 신인 선수들도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1라운드 1순위 지명을 받으며 OK금융그룹에 합류한 신호진은 1세트 후반 황동일과 함께 교체 투입되며 코트를 밟았다. 신호진은 투입되자마자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코트 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아직 긴장이 덜 풀린 듯 캐치볼이나 네트터치 등의 자잘한 범실을 저지르기도 했지만, 기죽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선보였다. 2세트 1-1 상황에서는 임성진의 백어택을 가로막으며 블로킹으로 본인의 프로 첫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신호진은 넘치는 투지와 자신감 있는 공격으로 홈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리시브에서 아직 보완할 점이 많다는 것과, 범실 관리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도 함께 확인한 데뷔전이었다.

4라운드 3순위로 한국전력에 합류한 우병헌도 이날 데뷔전을 치렀다. 1세트 24-18로 한국전력이 세트 포인트에 도달한 상황, 권영민 감독은 우병헌을 원 포인트 서버로 투입했다. 한양대 시절 대학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서버 중 한명이었던 우병헌은 프로에서의 첫 서브를 범실 없이 성공시켰다. 볼이 손에 맞는 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울릴 정도로 강력한 서브였다. 조재성의 퀵오픈이 범실이 되면서, 우병헌은 1세트를 자신의 서브로 끝내게 됐다. 권영민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우병헌을 주력 원 포인트 서버로 기용할 것임을 밝혔다. 데뷔 시즌부터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우병헌의 첫 경기는 제법 성공적이었다.

 

 

 

사진_안산/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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