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10억분의 1. 대단한 여정을 진행 중인 김연경에게 국제무대가 안겨준 극찬의 수식어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 주장 김연경은 4일 터키와 8강전에서 다시 한번 빼어난 활약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김연경은 5세트까지 가는 터키와 치열한 접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득점을 올리는 등 이날 28점, 공격 성공률 49.06%(26/53)를 기록하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디그 역시 16개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공수에서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의 활약을 펼친 김연경이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터키를 세트 스코어 3-2로 꺾고 2012 런던올림픽에 이어 9년 만에 다시 한번 올림픽 4강 무대를 밟았다.
경기 전 예상은 대부분 터키의 손을 들어준 만큼 한국의 승리는 놀라운 결과였다. 김연경이 버티고 있다지만 팀 전체 전력에서 한국은 터키에 명백히 뒤지는 팀이었고 높이에서 오는 차이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김연경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다. 장신 군단 터키를 공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소인 서브를 바탕으로 반격했다. 2세트 날카로운 서브로 터키 리시브를 흔들어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세트 승리까지 이르렀고 3세트 역시 듀스 끝에 가져왔다. 5세트 역시 10-10에서 13-10을 만드는 데는 박은진 서브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후 터키대표팀을 이끄는 조반니 구이데티 감독은 터키 ‘TRT’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들의 유일한 기회가 서브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우리 공격은 좋지 않았고 한국 수비는 매우 좋았다”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한국은 경기 전 준비한 게임 플랜을 확실히 소화했고 여기에 공격에서 김연경 활약까지 더해지면서 승리할 수 있었다.
여기에 김연경은 기술적인 면뿐만 아니라 코트 위에서 리더로서 면모까지 확실했다. 끊임없이 선수들을 독려하고 파이팅을 불어넣는가 하면 3세트 듀스가 되는 과정부터 4세트 초반까지 이어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 팀의 주장으로서 코트 위에서 목소리를 내고 선수들을 응집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사진_한국과 터키 8강전 이후 FIVB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게시물(FIVB 공식 인스타크램 캡처)
김연경은 9년 전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4위 팀 선수로는 최초로 대회 MVP를 수상하는 놀라운 활약을 펼쳤고 여러 화려한 수식어를 얻었다. 구이데티 감독은 그를 리오넬 메시에 비유했고 런던올림픽 세르비아전 승리 이후에는 ‘세계 최고의 공격수’라는 말을 한 외신기자에게서 듣기도 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 최전성기에서는 내려왔다는 평을 듣는 김연경이지만 도쿄에서 그는 자신의 클래스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10억분의 1’이라는 새로운 수식어와 함께 김연경은 자신의 마지막이 될 올림픽 여정을 해피 엔딩으로 마칠 수 있을까.
사진=FIVB, FIVB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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