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장 안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내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 간절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캐피탈은 기나 긴 리빌딩 끝에 2022-2023시즌 정규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그토록 원하던 역전 우승은 이뤄내지 못했지만 2018-2019시즌 이후 4시즌 만에 봄배구를 맛봤다.
오랜만에 봄배구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이지만 100%의 전력으로 나서지 못했다. 주장 전광인이 정규리그 6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다.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전광인이기에 그 공백은 클 것으로 예상됐다.
최태웅 감독은 전광인 자리에 김선호와 홍동선을 번갈아 가며 투입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을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했고 결국 최태웅 감독은 이시우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전력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 4세트부터 스타팅으로 들어간 이시우는 효과를 톡톡히 보여줬다. 본인을 향한 한국전력의 서브를 버텨냈고 자신의 장기인 서브로도 빛을 봤다. 4세트에 23-24로 뒤지고 있던 상황에서 서브를 맞이한 이시우는 강서브로 한국전력의 리시브를 흔들어 공이 다시 현대캐피탈 코트로 넘어오게 만들었고 박상하가 득점으로 연결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공을 잡은 이시우는 이번에는 직접 서브 득점을 터트리며 현대캐피탈 쪽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시우의 활약으로 현대캐피탈이 4세트를 가져갔고 승부는 5세트로 이어졌다.
쉽사리 균형이 깨지지 않던 5세트는 듀스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16-16, 한국전력 조근호가 공을 잡았고 이시우를 향한 목적타 서브를 구사했다. 이시우는 리시브를 시도했지만 그를 떠난 공이 세터가 아닌 코트 뒤쪽으로 향하며 조근호의 서브 득점이 나왔다. 잘 버텨왔던 이시우의 단 한 번의 실수로 상대에 승리를 내줬다.
이날 경기 이후 이시우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시우는 무너지지 않았고 3차전에서도 선발로 나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10일 도드람 2022-2023 V-리그 시상식이 진행되던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만난 이시우는 “팀이 패배하는 데 내가 원인이 돼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그래도 코트장 안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게 내가 하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있으며 그만큼 간절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시우는 그날 경기가 끝나고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방으로 찾아왔다고 알렸다. “감독님이 방에 오셔서 ‘남자가 그런 걸로 왜 우냐, 나 때는 더 힘든 상황도 많았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남은 경기 잘 준비하자’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나도 위로를 받았다. 감독님 덕분에 마음의 상처는 남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022-2023시즌을 돌아본 이시우는 “군대에 있는 동안 팬분들이랑 같이 있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 시즌에 전역하고 돌아와 많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것 같아 행복한 시즌이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이시우와 현대캐피탈은 짧은 휴식기를 갖고 2023-2024시즌을 준비한다. “이번 시즌 마지막은 아쉬웠지만 2023-2024시즌에는 우승을 할 수 있도록 달려갈 거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에 나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느꼈던 시즌인데 다음 시즌에는 코트장에서 조금이라도 조금 더 많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고 주전으로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다짐하며 자리를 떠났다.
사진_더스파이크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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