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검사를 받아야 할 것 같아요. 조금 난감합니다." 외인의 부상에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얼굴에도 미소가 사라졌다.
현대캐피탈은 13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18-25, 19-25, 25-23, 13-25)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모든 게 풀리지 않았다. 특히 상대 서브에 크게 흔들렸다. 리시브 효율이 25%에 머물렀고, 상대에 서브에이스 12점을 허용했다. 현대캐피탈의 서브 점수는 단 1점이었다. 블로킹(4-11), 공격 성공률(52%-57%) 모든 지표에서 열세를 보였다.
경기 종료 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V-클래식 매치에 걸맞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보여줬어야 했는데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힘이 들어갔다. 더 즐겨야 한다. 훈련하면서 쌓고 있다. 즐길 수 있는데 못 즐겼다"라고 총평했다.
하지만 패배보다 더 뼈아픈 게 있었다. 바로 외인 로날드 히메네즈(등록명 히메네즈)가 또 한 번 통증을 호소했다. 2세트에 선발 출전한 히메네즈는 서브 시도 후 왼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했고, 이후 코트를 밟지 못했다. 히메네즈는 시즌 개막 직전에도 왼쪽 허벅지 부상을 당한 적이 있다. 그래서 시즌 출발이 늦었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팀에 합류했지만, 또 한 번의 아쉬운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히메네즈는 라커룸에 들어가 치료를 받았으며 추후 병원 검진이 예정되어 있다.
최태웅 감독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 부상이 재발한 것 같은데 병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조금 난감하다. 검사받고 다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엔트리에 든 선수 가운데, 제2리베로 이준승을 제외하곤 모든 선수들을 기용했다. 폭넓은 라인업 가동 이유에 대해 최태웅 감독은 "분위기 전환을 했어야 했다. 교체해서 들어간 선수들이 나름대로 역할을 해줬다. 그래서 0-3으로 끝날 뻔한 경기를 한 세트라도 따내며 끝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에 정확히 365일 만에 패배를 당했다. 최태웅 감독은 "상대가 잘 한 것은 잘 했다고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2020년 11월 14일 이후 V-클래식 매치서 승리의 기쁨을 맛본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고 감독은 "1라운드에 현대캐피탈에 0-3으로 졌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우리 서브, 블로킹, 세트 플레이에 대해 지시를 했다. 선수들이 너무너무 잘 해줬다. 감독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러셀이 블로킹 3개, 서브 5개, 후위 공격 9개 포함 30점을 올리며 양 팀 최다 득점 기록 및 시즌 개인 첫 트리플크라운 달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범실 역시 양 팀 최다 12개였다. 고희진 감독도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격 아웃, 범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러셀이 더 잘 하면 우리 팀도 더 올라올 것이다"라고 웃었다.
러셀도 승리의 일등공신이지만 이날은 정성규의 활약을 빼놓고 논할 수 없는 경기다. 정성규는 강력한 서브에이스 6방을 터트렸다. 서브는 물론이고 득점(16점)도 많았고, 리시브 효율도 34%로 준수했다.
고희진 감독은 "훈련이 답이다. 훈련을 많이 시킨다. 선수들도 준비가 되어 있다. 훈련 결과가 나왔고, 나는 훈련 과정에서 정성규의 태도나 인성을 봤다. 훈련하면 좋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프로 선수가 되었다고 해서 훈련을 게을리하거나 반복 훈련을 귀찮아하면 안 된다. 수많은 반복과 연습만이 답이다. 훈련에 답이 있고, 훈련에서 흘린 땀을 믿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강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었다. 특히 현대캐피탈 윙스파이커 김선호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이날 김선호의 리시브 효율은 17%로 저조했다. 허수봉도 7%로 낮았다.
고희진 감독은 "계속 서브 코스 훈련을 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만 올라온다면 좋은 경기, 셧아웃으로 지는 경기는 없을 것이다"라며 "어제(12일)도 한국전력의 서브가 잘 들어가니 OK금융그룹이 상당히 힘들어했다. 남자부 경기는 서브가 승부를 가리지 않을까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6위에서 4위로 오르고 4승 3패(승점 10점)를 기록하며 5할 승률을 넘긴 삼성화재. 지난 시즌은 개막 6연패에 빠지는 등 안 좋은 출발을 보였지만 올해는 다르다. 황경민, 러셀이 제 몫을 하고 있고 이적생 홍민기, 백광현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세터 황승빈이 중심을 잘 잡는다.
끝으로 고희진 감독도 "하나씩 퍼즐이 맞춰가고 있다. 속공, 정성규의 서브, 황경민 공격 리듬과 템포가 좋다. 이게 계속 쌓이다 보면 국내 선수들도 자기 역할을 계속해 줄 거라 보고 있다. 무엇보다 황승빈이 경기를 잘 컨트롤해 주고 있다. 황승빈에게 고맙다"라고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실을 빠져나갔다.
사진_대전/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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