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세터 김명관은 현재 V-리그 최장신 세터다. KB손해보험 신승훈과 나란히 195cm의 신장을 갖고 있다. 늘 장신 세터를 향한 기대감은 크다. 올 시즌 후반기 들어 다시 선발 세터로 코트 위에 오르고 있는 김명관이다. 김명관의 손끝에 현대캐피탈의 봄배구 운명이 달려있다.
군 복무 앞둔 김명관의 특별한 2023-24시즌
Q. 올 시즌에도 역대급 봄배구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데.
플레이오프만 바라보고 버티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도 휴식을 취한 뒤 여러 패턴도 많이 맞춰봤다. 조금만 더 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5라운드 들어 3경기 연속 5세트에 가면서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선수들끼리도 멀리 있는 것을 보려고 하지 말고, 바로 다음 경기에만 집중하자는 얘기를 한다.
Q. 현대캐피탈이 봄배구에 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그리고 흐름을 내준다고 해도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지는 팀이 돼야할 것 같다.
Q. 올 시즌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으로 감독님이 중간에 나가시기도 했다(현대캐피탈은 지난 12월 21일 최태웅 감독을 경질한 바 있다. 남은 시즌은 진순기 감독대행 체제로 나서고 있다). 처음으로 겪는 일이었다. 그때 당시 고참 형들은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빨리 분위기를 전환해서 당장 내일이라도 파이팅해서 올 시즌 마무리를 잘하자는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더 마음을 다잡고 했던 것 같다. 또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이 끝나고 군 입대가 예정돼있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다.
Q. 포스트 시즌 경험은 2022-23시즌 봄배구가 전부다. 김명관에게 봄배구란?
봄배구 경험이 없었을 때는 꿈의 무대였다. 한 번 경험을 해보니 물러설 곳이 없었다. 앞만 보고 가야 하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 또 단기전이다. 긴장도도 다르다. 한 번 실수하면 질 수도 있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래도 지난 시즌에 재밌었던 것 같다. 올 시즌에도 끝까지 싸워보겠다.
Q. 최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했다. 배구 인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듯한데.
사실 어렸을 때는 내가 군대갈 때쯤 통일이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군 복무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다.
Q. 주변에서 들은 조언이 있다면.
주변에서는 농담을 많이 해주기도 하고, 어차피 한 시즌 끝나고 다음 시즌 시작할 때 돌아오는 것이니 시간 금방 갈 것이라고 듣기도 했다.
고1까지 178cm였던 김명관
장신 세터로 성장하다
Q. 언제, 어떤 계기로 배구공을 잡기 시작했나.
난 충북 괴산 명덕초를 다니고 있었는데, 근처 동인초에 배구부가 있었다. 동인초 코치님이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다니시다가 우연히 만나게 됐다. 처음에 간식도 먹고 배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재밌었다.
Q. 초등학생 때부터 키가 컸었나.
그 때는 크지 않았다. 마르고 팔다리가 길쭉하긴 했다. 코치님이 나중에 키가 클 것 같으니 배구를 하자고 해서 하게 됐다.
Q. 원래 운동을 좋아했나.
어렸을 때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을 친구들과 밖에서 뛰어다녔다. 강가에서 수영도 하면서 돌아다녔다. 태권도도 했었다. 워낙 밖으로 많이 돌아다니다 보니 부모님도 차라리 찾으러 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하다고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다(웃음).
Q. 10대 김명관은 어땠나.
장난기도 많고, 엄청 까불거리는 아이였다. 중학교 때까지 까불이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같은 동네 친구들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숙소 생활을 했고, 그대로 같은 중학교까지 갔다. 그 때는 집에 가는 것보다 우리끼리 노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말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성격이 조금씩 바뀌었던 것 같다.
Q. 세터 포지션은 언제 맡게 됐나.
초등학교 때는 공격을 했었다. 중학교 때는 키가 작아서 세터를 했는데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중학교 때부터 쭉 세터 포지션을 맡았다. 원래 공격 욕심도 많았다. 그런데 초등학교, 중학교 네트 높이가 30cm 정도 차이가 나는데 공격을 하려고 해도 공이 안 넘어갔다. 그래서 세터를 하게 됐다.
Q. 그럼 키가 급성장한 시기가 있었나.
고등학교 진학할 때는 178cm였다. 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15cm 이상 컸다. 갑자기 키가 커져서 그런지 달리기를 하는데 발이 허공에 떠있는 느낌도 들었다. 빨리 달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웃음).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들은 이제 내게 징그럽다고 한다. 어렸을 때는 키 작은 까불이였는데 길쭉해졌지 않나. 그 때 얼굴은 똑같은데 몸만 커서 징그럽다고 한다(웃음).
Q. 순천제일고 세터 김명관의 모습을 떠올린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낯선 환경에 적응을 해야 했다. 표준어 쓰고 있는데 사투리 쓴다고 놀림을 받기도 했다(웃음). 그래도 처음으로 개인적으로 야간 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이렇게 해야 성공을 하겠구나를 느꼈다. 친구들도 먼저 다가와서 친근하게 대해줬다.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지금 그 동기들은 다 배구를 그만뒀다. 가끔 전라도로 가면 그 친구들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며 밥을 사준다.
Q. 고교 졸업 후 배구 명문 경기대까지 진학을 했다. 탄탄대로를 걸었는데.
대학교 가서 더 잘 풀렸던 것 같다. 청소년 대표로도 뛰었다. 확실히 국제대회 다녀와서 더 느는 느낌도 났다. 외국 선수들과 경기를 하다가 한국에 돌아오니 국내 선수들이 작아보이고 그랬다.
Q. 이 때까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다면.
대학교 올라가자마자 새벽 운동을 했다. 경기대 언덕이 높다. 처음 뛰어봤는데 엄청 힘들었다. 배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구토까지 했다(웃음). 그때 당시 1학년 때 새벽에 언덕을 뛰고, 운동장 10바퀴를 뛰었다. 당시 동기가 오은렬(대한항공), 정성환(한국전력), 정태현 등이었다. 1학년 때는 정말 힘들어서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하늘 보면서 30초 동안 생각만 하고 바로 들어갔다(웃음). 힘들긴 했지만 동기들끼리 뭉쳐서 재밌게 놀았다. 그때 기억을 떠올리면, 대학생이다보니 돈이 없어서 야식으로 계란 한 판을 사서 삶아먹곤 했다. 4학년 때 은렬, 성환, 태현 모두 V-리그 드래프트를 신청했는데 모두 프로팀에 입단해서 가장 기분이 좋았다. 이제는 만나면 먹고 싶은 건 다 먹는다. 그때 못 먹었던 것까지 다 먹는다. 요즘에도 단톡방에서 자주 얘기를 한다. 난 게임을 잘 모르는데 이 친구들이 게임 얘기를 해서 알람을 꺼놨다(웃음).
Q. 친구들에게 많이 들었던 별명은?
맹관이, 띵관이라고 나를 불렀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띵관이는 토스를 할 때 가끔 그분이 들어온다고 그러더라. 안 좋은 쪽이다. 갑자기 왜 그러냐고 그랬던 것 같다.
“대한민국 세터 한선수, 그 다음이 되고 싶어요”
Q. 2016년 황택의에 이어 두 번째로 세터 출신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부담감도 컸을 듯하다.
그때 당시 부담감을 느낀다기보다는 그냥 좋았다. 일단 버티자는 생각이 더 강했다. 또 새로운 곳인 프로라는 세계에 가서 적응을 해야 했다. 어떻게 적응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 실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Q. 프로 첫 시즌을 보낸 한국전력에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신인이었기에 사실 힘들었다. 운동량부터 어마어마했다. 다시 기초부터 배웠고, 근력도 키웠다. 손가락으로 팔굽혀펴기 100개, 모래주머니 차고 줄넘기 2단 뛰기 500개 등을 매일 했다. 근력을 새로 키웠다. 그때 그렇게 훈련을 하고 나서 확실히 근력이 늘었고, 힘도 붙었다. 프로 와서 변한 것들이 많다.
Q. 어떠한 것들이 변했다고 생각하나.
연습 때 높은 공을 토스를 하다보면 힘을 못받았다. 그러면 공이 나가는 것이 다르다. 힘이 없으면 빨리 떨어지고, 힘이 붙으면 쭉쭉 나간다. 요즘 (이)현승이도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하고 있다.
Q. 프로에 와서 첫 트레이드 이적을 했다. 혼란스럽지는 않았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했다. 프로 선수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세터 출신 최태웅 감독님이 계셨으니 많이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정말로 스텝, 손모양부터 다 바꿨다. 또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까불어야 한다고 배웠다. 분석을 하는 것도 달라졌다. 상대도 분석하고, 내 플레이 영상을 보면서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
Q. 장신 세터만이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리시브를 하는 선수들에게 보다 안정감을 주는 것 같다. 리시브가 길게 오더라도 보다 잘 잡아줄 수 있다. 또 서브, 블로킹에도 장점이 있고, 공격적이다. 토스를 할 때는 상대적으로 위에서 하다보니 상대팀 블로커들의 고개가 들리면서 쫓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하더라. (최)민호 형도 위에서 토스를 하라고 말해주신다.
Q. 지금까지 호흡을 맞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모든 외국인 선수들이 착했다. 그 중에서 꼽으라면 오레올이다. 늘 부담없이 하라면서 편안하게 해줬다. 지금 아흐메드는 친구 같은 느낌이라면, 오레올은 아빠 같았다. 한국전력에서 만난 가빈도 아빠 같은 느낌이었다(웃음).
Q. 세터와 상대 미들블로커의 수 싸움도 흥미진진하다. 가장 따돌리기 힘든 미들블로커가 있다면.
올 시즌에는 OK금융그룹 미들블로커다. 벤치에서 지시가 나오는대로 블로커들이 움직이더라. 속이려고 해도 쉽지 않다. 세터로서는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다.
Q. 어떻게 미들블로커를 속이려고 하나.
점프 타이밍으로 혼란을 주거나 과한 모션을 보여주면서 페이크를 주기도 한다. 상대 미들블로커가 속공을 보지 않을 때 속공 토스를 하고, 맨투맨으로 속공을 뜨면 사이드 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Q. 상대 미들블로커를 속이고 공격 득점이 나왔을 때 희열도 클 듯한데.
공격수만큼 기분이 좋다. 내가 공격을 때리는 것 같다. 그래도 블로킹 성공했을 때 가장 짜릿한 것 같다.
Q. 세터로서 롤모델이 있다면.
한선수 형이다. 네트를 두고 마주보고 경기를 할 때도 확실히 다른 것이 느껴진다. 원하는 때, 원하는 곳으로 공을 쏜다.
Q. 세터로서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당당함 그리고 똘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더십도 갖춰야 한다. 내게는 이러한 것들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뿐이다.
Q. 팀 내 당당함과 리더십을 갖고 있는 선수는 누구라고 보나.
(허)수봉이다. 나보다 어린데 의젓해 보인다.
Q. 세터로서의 목표는.
선수 형이 은퇴하면 1등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 세터하면 선수 형이 떠오르듯이 그 다음은 김명관이 됐으면 한다.
Q. 배구 선수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몸이 되는 한 코트 안에서 끝까지 뛰고 싶은 마음이다. 선수 형보다 한 살 더 많이 뛰고 싶다(웃음).
글. 이보미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더 자세한 이야기는 <더스파이크> 3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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