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제천/이정원 기자] 김연경은 김연경이었다.
흥국생명 김연경은 30일 제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A조 현대건설에 선발 출전했다. 3,647일 만에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국내 무대에 나선 김연경이다.
김연경이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나선 국내 경기는 2010년에 열린 2010 수원·IBK기업은행컵 프로배구대회 한국도로공사와 결승전이었다. 당시 김연경은 15점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고 대회 최우수 선수도 동시에 거머쥐었다.
김연경운 올 여름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리그에서 뛰는 게 어려워지자 국내 무대 복귀를 택했다. 7월 초 팀 훈련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연경이 뛴다는 소식에 많은 취재진이 제천에 왔다. 40여 명의 취재진이 왔다. 어제(29일) 열렸던 남자부 결승전 20여 명의 취재진에 두 배 이상의 수치였다.
경기 전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은 오늘 경기 다 뛸 예정이다. 연경이는 볼 연습을 7월 중순에 했다.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지금 본인이 만족하진 않지만 문제는 없어 보인다"말했다.
김연경은 팀의 대회 첫 득점을 책임졌다. 이다영의 패스를 완벽하게 공격 득점으로 성공했다. 아직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지 못한 탓인지 막히는 모습이 종종 보였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을 올렸다. 또한 팀 후배에게 많은 말을 해주며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김연경의 1세트 기록은 3점, 공격 성공률 40%였다.
2세트 팀이 5-8로 뒤진 상황에서 김연경은 공격 득점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노력했다. 서브에이스까지 나오자 코트 위를 돌며 마음껏 기쁨을 즐겼다. 수비에서도 힘을 냈다. 특히 14-12에서 나온 중요한 디그 하나는 팀이 2세트를 가져오는 데 큰 힘이 됐다. 세트 막판에는 체력 비축을 위해 코트 위를 벗어났다.
3세트에도 중요한 순간순간 공격 득점을 올리며 팀 리드에 힘을 보탰다. 김연경은 내일(31일) 경기 출전을 위해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 아웃을 마치고 이한비와 교체됐다.
이날 김연경의 최종 기록은 7점, 공격 성공률 41.66%를 기록했다.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아쉬운 기록이지만 박미희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코트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뽐냈기 때문이다.
경기 후 박미희 감독은 "더 할 수 있었지만 힘을 뺄 상황이 아니었다. 몸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본다. 차근차근 적응을 해야 한다. 연경이는 점수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옆에 있는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 그게 더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연경 역시 "오랜만에 복귀전을 해서 부담감이 있었다. 코트 안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팀워크를 더 준비해야 한다. 다른 팀들이 막강하기에 더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하며 더 좋은 모습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김연경의 합류로 그간 공수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던 이재영은 편해졌다. 이재영은 양 팀 최다인 19점을 올렸다. 리시브 효율 37%에 그쳤지만 받은 횟수가 8회였던 거에 비하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수치다. 박미희 감독은 김연경의 공격 점유율이 높지 않아도 팀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준다고 했다. 이재영이 훨훨 날 수 있었던 이유도 김연경이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어서였다.
여자부 감독들은 "김연경이 오고 나서 더 강해졌다"라고 이야기한다. 김연경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녀가 코트 위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위압감을 느낀다.
오랜만에 한국 무대 복귀전을 가진 김연경은 첫 경기부터 득점은 미비했지만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는 어려움을 느꼈다. 그녀는 이제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를 준비한다.
사진_제천/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