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아무도 모르죠." 막내 구단을 이끄는 김형실(70) 감독이 강한 포부와 함께 V-리그에 발을 내디뎠다.
AI페퍼스가 30일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창단식을 열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2011년 창단한 IBK기업은행 이후 10년 만에 탄생한 여자부 제7구단 AI페퍼스다.
AI페퍼스의 창단 감독은 코트 위의 승부사 김형실 감독이다. 김형실 감독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을 4강까지 이끈 주역이다. 2006년 KT&G(現 KGC인삼공사) 감독직에서 내려온 이후 15년 만에 V-리그 코트 위로 돌아왔다.
김형실 감독은 만 70세로 V-리그 최고령 감독이다. 하지만 김형실 감독은 할아버지 마인드로 손녀뻘 같은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 소통하고, 친근하게 다가가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AI페퍼스 훈련장에는 미소가 가득하다는 후문이 들린다.
하지만 AI페퍼스가 다가오는 시즌 좋은 성적을 낼 거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뚜렷한 에이스가 없고, 이번에 대거 지명한 신인 선수들마저 전국체전 출전을 위해 잠시 팀을 떠난다.
김형실 감독은 "어깨도 무겁고 마음도 무겁다.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 오늘 창단식을 했는데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말을 이어갔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젊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 사람의 테크닉보다는 전체적인 팀워크를 발휘해 한 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신인 선수들이 잠시 팀을 떠나기에 이미 부족했던 연습량과 호흡이 더 부족해질 수 있다. 김형실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선수들과의 호흡을 끌어올려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형실 감독은 "연습량도 부족하고 연습 시간이 너무 짧다. 한 시간이 아쉽고, 볼 한 번 만지는 게 아쉬운 시간이다"라며 "그래도 AI 인공지능처럼 조직적인 배구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팀의 중심을 잡아야 할 선수는 하혜진과 주장 이한비다. 특히 하혜진은 아포짓 스파이커 뿐만 아니라 미들블로커 포지션에서도 훈련을 하고 있다. 여러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실 감독도 "아포짓에 바르가가 있어 미들블로커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어느 포지션이 됐든 간에 제 몫을 해 줄 거라 믿는다"라며 "모든 선수가 36경기 전 경기를 소화할 수는 없다. 좋은 활약을 펼치기 위해서는 체력을 더 키워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AI페퍼스 전력을 놓고 보면 지금 당장 호성적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김형실 감독은 포기하지 않는다. 배구는 리듬의 스포츠다. 한 번 리듬, 흐름만 잘 탄다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게 김형실 감독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1승은 언제든지 얻을 수 있다. 나는 계속해서 선수들에게 자신감만 주면 된다. 패기에 노련미를 더해 전력을 다하겠다"라며 힘주어 말했다.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지명한 리베로 문슬기에 대해서도 한 마디 밝혔다. 문슬기는 1993년생으로 수원시청에서 배구 인생을 이어왔다. 9년 전에는 프로에 지원을 안 했다가, 이번에 김형실 감독의 러브콜을 받고 프로에 지원서를 냈다.
김형실 감독은 "수원시청에서 활약하는 거 보고 영입했다. 현재 최고참이다. 연습량이 부족했기에, 충분하게 시간을 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명여고에서 온 김세인 선수가 있다. 리시브, 서브가 좋다. 서베로로 활용하면서 문슬기와 함께 리베로 자리에 적절히 기용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창단식을 마친 AI페퍼스는 10월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페퍼스타디움에서 광주체고, 목포여상과 연습 경기를 가진다.
사진_광주/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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