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한 노력으로 기회를 잡은 송명근 “오랜만에 심장이 뜨거웠다”

장충/원지호 / 기사승인 : 2024-02-13 0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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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묵묵히 준비하면 기회는 올 거로 생각했다.” 코트 내에서는 환하게 웃으며 뛰어다녔던 송명근이지만, 짧은 대답에는 무게가 느껴졌다.

우리카드는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023-2024 도드람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3, 25-22, 25-13)으로 완승했다.

송명근은 이날 11득점과 60%의 공격 성공률로 아웃사이드 히터의 한 자리를 채웠다. 1, 2세트는 교체로 출전했고, 3세트는 선발로 나서며 팀을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실을 찾은 송명근은 평소와 달리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관중들께 세배를 드리고 왔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송명근은 2013-2014 V-리그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로 당시 신생팀이었던 러시앤캐시(現 OK금융그룹)에 입단했다. 프로 선수 경력으로 벌써 11년 차를 맞이하는 베테랑이지만, 지난해 6월 우리카드로 이적한 뒤에는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9일 OK금융그룹과의 경기에서 22득점을 기록하기 전까지 송명근은 10경기, 11세트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공격 득점도 22득점에 불과했다. 10경기 동안 했던 득점 합계를 지난 9일 경기에 기록한 것이다.

그가 코트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마테이 콕(등록명 마테이)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후부터다. 팀의 공격 분포도가 다양해지면서 아웃사이드 히터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공격력이 필요해졌다. 그리고 우리카드에는 송명근이 있었다. 신영철 감독은 송명근의 공격 스윙을 보며 “(명근이의 공격 스윙은) 대한민국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치켜세웠다. 송명근도 스스로 “공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인정했다.

신영철 감독이 지금껏 그를 기용하지 못한 이유는 수비다. 리시브와 디그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송명근은 다른 선수들에게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송명근은 “내가 인정하지 않으면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본인의 장단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송명근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뒤에서 묵묵히 단점을 보완했고 이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에서 송명근은 리시브 효율 63.64%를 기록했다. 불안함이 사라지자, 장점은 극대화됐다. 송명근은 빠른 스윙을 가진 선수다. 신영철 감독은 경기 도중 김지한과 송명근의 교체에 대해 “현대캐피탈을 뚫어내려면 빠른 스윙이 필요했다. 김지한이 공격 과정에서 팔을 끌고 내려오기 시작해 바꿔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그리고 교체 투입된 송명근은 특유의 빠른 스윙으로 현대캐피탈의 높은 블로킹을 이겨냈다.

 

이렇게 연달아 좋은 활약을 보였음에도 송명근은 “아직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기존 선수들이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적 부담이 있다. 하지만 웜업존 선수들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만큼 도움을 준다면 선수단 전체가 남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코트 위에서 팬들의 환호 소리를 들은 송명근은 “오랜만에 심장이 뜨거웠다”고 밝혔다. 이날 장충체육관에는 3,599명이 방문했다. 지난 1월 14일 한국전력과의 맞대결에서 나왔던 3,437명의 기록을 뛰어넘는 올 시즌 남자부 최다 관중 기록이다. 많은 팬들 앞에서 본인의 실력을 제대로 증명한 그는 설 연휴 마지막 날 관중, 그리고 팀에 큰 선물을 안겼다.

사진_장충/원지호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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