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벨의 이야기에는 지금 이 순간을 믿을 수 없다는 말이 정말 많이 들어갔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행복함과 뿌듯함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한국도로공사는 도드람 2022-2023 V-리그를 치르던 도중, 외국인 선수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존 외국인 선수였던 카타리나 요비치로는 봄배구 경쟁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 카타리나를 대신할 선수로는 캐서린 벨(등록명 캣벨)이 낙점됐다.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을 거치며 이미 V-리그에서 검증됐던 선수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한국도로공사를 우승으로 이끈 신의 한 수가 됐다. 캣벨은 정규시즌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큰 흔들림 없이 한국도로공사의 공격을 이끌었다. 모든 것이 걸린 승부였던 7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는 팀 내 최다인 32점을 터뜨리며 역대급 활약을 펼쳤고, 기자단 투표 결과 챔피언결정전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캣벨 17표, 박정아 7표, 배유나 7표).
인터뷰실로 들어오는 캣벨의 모습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은 어느 때보다 밝았다. 그는 “이 순간이 너무 놀랍고 믿기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이 다 같이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를 만들어서 기쁘다”고 우승 소감을 먼저 밝혔다. 캣벨은 “너무 충격적이라 실감은 하나도 안 난다. 내일이 돼야 뭐가 좀 생각날 것 같다. 흥국생명을 떠난 뒤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걷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한국에 돌아와서 MVP를 받았다는 게 너무 기쁘다”며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한 소감 역시 함께 들려줬다.
한국도로공사와 캣벨의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흥국생명이었다. 2021-2022 시즌에 캣벨이 몸 담았던 ‘친정팀’이다. 흥국생명을 꺾은 소감을 묻자 캣벨은 “너무 기쁘다. 내가 한국에 돌아온 뒤로 흥국생명 상대로 경기가 잘 안 풀렸다. 나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자는 마음가짐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이 경기가 이번 시즌의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캣벨의 재계약 여부에도 취재진들의 관심이 모였다. 캣벨보다 먼저 인터뷰실을 찾았던 김종민 감독은 “캣벨한테 내년에도 같이 하겠냐고 물었더니 ‘NO’라고 하더라. 자기는 시즌 중간에 오는 게 좋다고 했다”고 답한 바 있었다. 이에 대해 묻자 캣벨은 미소와 함께 “일단 내일부터 생각해볼 거다.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 난 원래 밝은 사람인데, 요새 경기에 몰두하다보니 좀 지쳐 있었다. 푹 쉬고 나서 생각해보겠다”고 답하며 여지를 남겼다.
캣벨이 다음 시즌에도 한국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도로공사의 유니폼을 입은 캣벨의 모습은 이번 반 시즌만으로도 수많은 배구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 같다.
사진_인천/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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