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로 챔프전 흐름 바꾼 한미르, “1차전 5세트 서브가 가장 짜릿했다”

용인/이보미 / 기사승인 : 2024-04-11 17: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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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이 8년 만에 V3를 달성했다. 2011, 2016년에 이어 통산 3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것. 베스트 멤버 외에도 교체 투입된 선수들까지 똘똘 뭉쳐 이룬 성과다. ‘서베로’로 나선 한미르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 계기가 됐다.

2002년생 한미르는 166cm 리베로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6순위로 현대건설 지명을 받았고, 꾸준히 ‘서베로’ 역할을 맡았다. 2023-24시즌 정규리그에서 서브로만 5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126회 시도해 5점을 올렸다. 세트당 0.054개의 수치다. 무엇보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며 흥국생명을 울렸다. 한미르는 챔피언결정전 3경기 14세트 출전해 서브로만 2점을 기록했다. 2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28회 서브를 시도해 2점을 올렸다. 세트당 0.143개였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기에는 충분했다.

한미르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 5세트 12-12에서 서브 득점을 올렸고, 2차전 2세트 24-21에서도 세트를 끝내는 서브 득점을 기록했다.

서브 뿐만이 아니다. 후위 수비와 세터 출신 답게 안정적인 2단 연결로 팀 랠리를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1차전 5세트에서 10-12에서 이다현 대신 투입돼 모마로 향하는 패스로 세트를 기록해 11-12 기록, 계속해서 상대 리시브를 흔들면서 13-12 역전을 이끌었다. 5세트 13-14로 다시 끌려갔지만,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모마)가 해결사로 나서면서 16-14로 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한미르도 코트 위에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었다. 한미르는 “기억이 잘 안 난다. 너무 긴장을 했던 것 같다”면서도 “1차전 5세트 12-12에서 나온 서브는 사실 나가는 공이었다. 서브를 때리기 전에 ‘그냥 넘기자, 아무 생각하지 말고 코트에 넣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치면 아웃이 된다. 이번에도 그렇게 쳤는데 아웃인 것 같았다. 운이 좋았다. 감독님도 서브 미스로 포인트를 내는 것을 처음 봤다고 하시면서 잘했다고 말해주셨다”며 해맑은 미소를 보였다.




한미르는 올 시즌 내내 적재적소에 투입돼 제 몫을 해냈다. 아직도 우승이 실감 나지 않는다. 한미르는 “팀에 와서 처음으로 우승을 했는데 실감이 전혀 안 났다. 신기했다. 팀원들이 웃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며 “서브 비결은 딱히 없다. 감독님과 약속한 코스로 치는 것이다. 긴장돼서 잘못 맞기도 했는데 팀이 잘해서 묻어갈 수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팀원들이 믿는 한미르다. 아시아쿼터로 선발돼 우승까지 이룬 위파위 시통(위파위) 역시 “미르는 나보다 서브를 훨씬 잘 친다. 내가 서브를 칠 때마다 나 대신 해줬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고 말한 뒤 “미르는 서브를 할 때마다 득점이 아니어도 잘 꽂히게끔 때리기 때문에 든든했다. 서브 이후 후위 수비도 잘해줬다. 그래서 미르가 들어오면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를 들은 한미르는 부끄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올 시즌 한미르의 가장 큰 소득은 경험이다. 그는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내가 들어갔을 때 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못했을 때 자책도 했다. 다음에 들어갔을 때 분명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됐다.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프로 데뷔 이후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가고 있는 한미르다. “드래프트로 들어와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자고 생각을 했다. 경기 흐름에 도움이 됐으면 했다. 그래도 1, 2번이라도 이러한 경기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좋다. 다음 경기에도 이러한 경기들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며 힘줘 말했다.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한미르는 “가끔 부정적인 나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보듬어주는 우리 언니들과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안 풀릴 때 자책을 심하게 할 때가 있는데 언니들의 긍정적인 말이 큰 힘이 된다. 언니들, 팬분들이 써준 편지를 다시 읽어볼 때가 종종 있다”면서 “인복이 좋은 것 같다. 또 팀 스포츠로서 사람들이 함께 해낸다는 느낌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끝으로 “내게 첫 우승이었다. 한마음 한 뜻이 잘 느껴진 시즌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고참이 됐을 때도 이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싶다”며 “지금은 비록 서베로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묵묵히 잘 받쳐주고 안정적인 리베로가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서베로’로 한미르 이름을 알렸다. 리베로 한미르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사진_용인/유용우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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