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고희진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는 6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가진 도드람 2021-2022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OK금융그룹과 경기 전까지 3연승을 달리며 5라운드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다.
하지만 삼성화재 선수들은 이날 경기를 마음 편히 준비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경기가 열리기 이틀 전 고인이 된 김인혁의 비보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고희진 감독은 경기가 열리기 직전까지 김인혁의 유가족과 함께 경남 남해에 위치한 빈소를 지켰다. 한 팀의 수장으로서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안산으로 올라온 고희진 감독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고희진 감독은 "나보다 유족들이 더 슬프고 가슴이 아플 것이라"라고 말하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그래도 경기는 해야 한다. 배구 팬, 국민들과의 약속이다. 고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 경기에만 집중해달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당부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유니폼에 근조 리본을 달고 경기에 임했다. 경기 직전에는 10초간의 추모 묵념 시간도 있었다.
발인이 열리기 전 김인혁과 함께하는 마지막 경기이기에 고희진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의욕을 갖고 경기를 치렀다.
쉽지 않았다. OK금융그룹 역시 5라운드를 2연승으로 시작하며 좋은 흐름을 타는 팀이었다.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의 맹폭이 1세트 삼성화재를 강하게 흔든 가운데, 삼성화재는 신장호가 4점으로 분전했지만 주포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이 2점으로 부진했다.
몸을 날리며 투지를 보였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나온 범실이 크게 느껴졌다.
2세트 다시 힘을 냈다. 1세트 후반 22-24까지 쫓아간 저력의 힘을 2세트 초반에 발휘하고자 모든 선수들이 각오를 다지고 코트에 들어섰다. 엎치락뒤치락 승부를 이어갔지만 상대 연이은 범실에 힘입어 근소한 리드를 가져갔다. 11-9에서는 황경민의 연속 서브에이스까지 나오며 13-9로 점수 차를 벌렸다.
하지만 역전을 내주는 건 순식간이었다. 2세트 12-15에서 조재성에게 연속 서브에이스를 내주고 곧이어 곽명우에게 막히며 동점을 허용했다. 2세트 막판 22-23까지 추격했지만 또 한 번 조재성에게 서브 득점을 내주며 2세트도 내주고 말았다.
3세트는 우여곡절 끝에 가져왔다. 4세트도 치열한 듀스 접전 끝에 세트를 가져오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갔다. 이렇게 패할 수 없다는 선수들의 의지와 집념이 돋보였다. 듀스에서 흔들릴 수 있었지만 그럴수록 안정감을 갖고 경기했다. 하지만 5세트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2-3(22-25, 23-25, 25-21, 31-29, 9-15)으로 아쉽게 패했다.
4연승에 실패한 삼성화재는 승점 1점을 추가하며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OK금융그룹과 함께 승점 36점을 동률을 이뤘지만 세트 득실과 다승에서 밀리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2세트부터 살아난 러셀이 37점을, 황경민이 12점을 기록했다.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삼성화재 선수단은 김인혁에게 승리를 바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했다. 몸을 날려 공을 살려내려는 집념과 투지가 돋보였다. 고희진 감독도 마음을 추스르고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 경기를 치렀고, 잘 마무리했다. 선수들을 다독여가며 최선을 다했다.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흘린 고희진 감독은 "힘들다. 인혁이가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마무리 잘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경기를 무사히 마무리 한 삼성화재 선수단은 김인혁의 빈소가 마련되어 있는 경남 남해로 내려가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인혁,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진_안산/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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