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기 연속 맹활약을 펼친 현대건설의 에이스 모마가 무표정의 이유를 소개했다.
대부분의 공격수들은 득점 하나 하나에 대한 리액션을 크게 하는 편이다. 그래야 본인의 텐션도, 팀의 사기도 한껏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건설의 에이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는 유독 코트 위에서 표정 변화가 없다. 멋진 공격을 성공시킨 뒤에도 평온한 표정을 짓는다. 그야말로 ‘무표정의 전사’다.
‘무표정의 전사’는 30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도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55%의 공격 성공률로 서브 득점 1개 포함 34점을 터뜨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물론 모마는 이번 경기에서도 별다른 표정 변화는 없이 평온함을 유지했다. 심지어 5세트 14-13에서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터뜨린 뒤에도 그저 덤덤할 뿐이었다. 어쨌든 모마의 무표정 맹활약 속에 현대건설은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3-25, 25-21, 21-25, 25-17, 15-13)로 꺾고 시리즈 2연승을 달렸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모마는 경기 때보다 밝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한국에서는 처음 치러보는 챔피언결정전이지만, 다른 리그에서는 챔피언결정전에 나서본 적이 있다.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고, 그저 침착하게 팀을 최대한 도우려고 하는 중”이라며 큰 경기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먼저 소개했다.
그렇게 평온하던 모마조차도 밝은 미소를 짓게 한 사람이 있었다. 53.85%의 공격 성공률로 15점을 터뜨리며 1차전보다 훨씬 좋은 활약을 펼친 정지윤이었다. 정지윤의 반등이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됐는지 묻자 모마는 “정말, 정말정말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정말정말 고맙다(웃음)”며 밝게 웃어보였다.
이어서 모마는 “(정)지윤이뿐 아니라 모든 팀원들이 1차전 때보다 더 강한 승부욕을 뿜어낸 것 같다. 그 정신력이 온전히 느껴졌다. 다들 그렇게 경기에 임해준 덕분에 잠깐의 휴식을 취한 것 같은 느낌까지 받았다”며 정지윤을 포함한 모든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후 모마에게 무표정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모마는 “화가 나거나 한 건 아니다. 그냥 집중하고 있을 때 무표정이 된다”는 설명을 먼저 건넨 뒤, “이상하게 내가 웃으면서 경기를 하면 뭔가 우리 팀의 경기가 잘 안 풀리는 것 같더라”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제 모마는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삼산 원정길에 오른다. 흥국생명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워낙 거센 탓에 원정 팀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적지다. 하지만 모마는 이를 별로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그는 “좀 시끄럽긴 하지만 그런 파이팅 넘치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내 투지를 불타게 한다”며 오히려 기대되는 부분도 있음을 전했다.
모마를 비롯한 현대건설의 모든 선수들은 지난 시즌 흥국생명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해 2승을 선취하고도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을 놓쳤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모마는 “그때랑 지금이 같은 상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 지금 상대는 충분히 좋은 경기를 하고 있고,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느낌대로 시리즈를 잘 끌고 가고 있고, 이 기세를 몰아 빠르게 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으면 한다”며 덤덤하게 전의를 다졌다.
‘무표정의 전사’ 모마가 두 경기 연속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팀을 이끌었다. 과연 원정팀의 무덤인 삼산체육관에서도 모마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무표정을 유지하며 V-리그에서의 첫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_수원/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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