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프로 스포츠든 팬들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V-리그 남자부 KB손해보험의 홈경기장인 의정부체육관을 즐겨 찾는 ‘예령이네 가족’도 열정 넘치는 배구 팬이다. 배구장에서 KB손해보험 팀을 응원하고, 호쾌한 스파이크를 보며 스트레스를 푼다. 가족들이 오붓하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배구장에서 쌓는 추억 역시 소중하다.
2017년 연고지 이전 후 7년
팬들과 스킨십 강화, 노란 물결 일으켰다
KB손해보험은 지난 2017년 7월 의정부시와 연고 협약을 맺고 전격적으로 연고지를 이전했다. 경북 구미를 떠나 경기도 의정부에 정착한 것. 어느덧 의정부에서 7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KB손해보험의 홈경기장인 의정부체육관에는 노란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성공적인 연고지 정착으로 평을 받고 있다. 연고지 이전 이후 KB손해보험도 지역 팬들과 밀착 마케팅을 통해 스킨십을 강화했다.
지역 주민들의 높은 관심과 더불어 KB손해보험 팬들의 충성도도 꽤 높다. ‘의정부 나이트’라 여기며 배구장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이들도 있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의정부체육관 나들이에 나섰던 아이가 KB손해보험의 노락색 유니폼을 입고 누구보다 뜨거운 응원을 펼치기도 한다. 유소년 배구교실로 배구를 접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KB손해보험 팬이 됐다.
“아이들과 공통 관심사가 바로 배구!”
서한성 씨도 2017년 KB손해보험의 연고지 이전 후 배구장을 찾기 시작했다. 막내 딸인 서예령 양이 첫 돌을 지났을 때쯤이었다. 3명의 딸도 스포츠를 즐겨보는 아빠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배구장 나들이를 시작하게 됐다. 2017년부터 매 시즌 의정부 홈경기가 있는 날 저녁에는 배구장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한성 씨는 “한 시즌에 홈경기를 18경기를 하는데 집이 가까워서 아이들과 가급적이면 오는 편이다. 여기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적으로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는 편이다. 2017년에 구미에서 의정부로 연고지를 이전했는데, 내가 사는 지역에 프로 스포츠팀이 연고를 이전해서 반가웠다”며 “KB손해보험보다도 더 이전인 LIG손해보험, 럭키금성 시절 때부터 팬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도 관람 기회를 부여하고, 같이 즐기기 위해 함께 배구장을 다니기 시작했다”며 줄곧 배구장을 방문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가족 모두 KB손해보험을 열렬히 응원하는 팬이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되는 첫째 딸 서수빈 양, 초등학교 6학년이 된 둘째 딸 서예지 양, 초등학생이 된 막내딸 서예령 양 모두 의정부체육관의 노란 물결 일원이다.
서한성 씨는 “봄에서 가을까지는 야구 경기를 관람하고, 겨울에는 배구를 본다”며 “요즘에는 아이들과 얘기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공통 관심사가 생기면서 아이들과 더 친하게, 재밌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같이 응원을 하고, 같이 경험을 하다보면 서로 공감대도 형성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고 힘줘 말했다.
그렇다면 서한성 씨가 생각하는 배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축구, 야구의 경우 경기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느낌은 덜하다. 하지만 배구장은 관중석과 배구 코트의 거리가 가깝다. 선수들이 말하는 것도 직접 들을 수 있을 정도다. 이러한 것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다”며 “또 배구공을 강하게 때리면서 스파이크를 한다. 그 타격감으로 스트레스가 해소가 된다. 이것이 배구의 매력이다”고 전했다.
배구장에서 춤추는 것이 즐거운 막내 딸
서예지 양은 KB손해보험 최요한의 팬이다. 최요한은 1999년생 199cm 미들블로커로, 2022년 신인 드래프트 4라운드 2순위 지명을 받은 프로 2년차 선수다. 199cm 장신으로 KB손해보험의 미래이기도 하다.
서예지 양은 “배구를 보는 것이 재밌다. 선수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응원을 하고, 또 선수들이 힘을 얻는 것이 좋다”며 “특히 최요한 선수를 응원한다. 잘 생기셨다. 키도 크시고, 배구도 잘하신다. KB손해보험의 비밀병기이기도 했다. 배구를 잘하는 모습이 보여서 응원하고 있다”며 최요한을 응원하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하기에 더 뜻깊은 시간이다. 서예지 양도 “이렇게 배구장에 오면서 가족들과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막내 딸’ 서예령 양은 춤을 추는 것을 즐긴다. 배구장에서도 똑같다. 이제는 배구장 전광판에 나오기 위해 더 열심히 춤을 추고, 응원을 한다.
서한성 씨는 “첫 돌이 지난 뒤부터 경기장에 왔는데 그 때는 잘 모를 때였다. 응원 소리가 나면 같이 박수만 쳤다. 최근 2~3년 전부터는 아이돌 음악이 나오면 같이 춤도 추더라. 가끔 전광판에도 잡히면 아이가 더 즐기면서 응원을 하게 됐다”며 서예령 양을 소개했다.
이어 “막내가 집에서도 춤을 추는 것을 좋아했다. 배구장에서도 가끔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 추면서 전광판에도 나오는데,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여기에 힘입어서 더 밝아졌다. 배구 관람하면서 뜻깊은 일 중 하나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향해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아빠 품에 안겨있던 서예령 양도 ‘전광판에 나오면 어때요?’라는 질문에 “좋아요!”라고 우렁차게 말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서한성 씨도 KB손해보험 홈경기장에서의 특별한 재미에 대해 “각 선수별로 응원 동작이 재밌게 잘 돼있다. 작년에 트레이드 되긴 했지만 한성정 선수 응원가도 KB손해보험에서 재밌고,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응원 동작이었다. 팬들이 좋아할 수 있는 응원 동작이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성적? 굴하지 않고 응원하겠습니다!”
KB손해보험은 케이타와 함께 한 2020-21, 20 21-22시즌 각각 정규리그 3위, 2위를 차지했다. 2021-22시즌에는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하며 새 역사를 썼다. 비록 대한항공에 가로막혀 준우승에 그쳤지만 유의미한 결과였다.
하지만 2022-23시즌에는 6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올 시즌에는 현재 4승25패(승점 19)로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이에 서한성 씨는 “성적이 좋지 않아서 아쉽긴 하다. 우리도 이기는 분위기를 즐기면 좋긴 할테지만 선수들이 더 속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에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 굴하지 않고 팬 입장에서 응원하는 것이 좋은 기운을 북돋아줄 수 있는 방법일 것 같다. 선수들은 코트에서 역량을 발휘해준다면 팬들과 교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차분하게 말했다.
아울러 KB손해보험 선수단에 “비록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지만, 선수들이 더 아쉽고 안타까워할 것 같다. 팬들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열심히 응원할테니, 다치지 않고 부상 없이 올 시즌 잘 마무리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 시즌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도록 팬들이 더 열심히 하겠다”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예령이네 가족’의 진심이었다.
KB손해보험 팬들은 의정부체육관에서 다시 크나큰 노란 물결을 일으키며 선수들과 함께 웃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글. 이보미 기자
사진. KOVO,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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