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캐나다를 셧아웃으로 제압했다. 그러나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남는 경기였다.
폴란드가 한국 시간 8일 필리핀 파사이 시티에서 열린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남자부 3주차 경기에서 캐나다에 세트스코어 3-0(25-21, 25-23, 27-25)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세트스코어와는 별개로 그닥 개운한 승리는 아니었다. 윌프레도 레온과 바르토즈 쿠렉, 마르친 야누시 등 주전 선수들을 대거 제외한 라인업을 가동했다가 매 세트 캐나다의 저력에 고전했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 세계선수권 준우승의 핵심 멤버였던 알렉산더 슬리브카-카밀 세메니욱 OH 듀오가 좀처럼 그때의 폼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문제점은 이번 경기에서도 드러났다. 세메니욱은 공격에서 범실 4개·효율 20%로 고전했고, 슬리브카는 공격에서는 세메니욱보다 나았지만 블로킹 효율 –33.33%·2단 연결 성공 0개·디그 효율 –11.11% 등 이외의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매 세트 교체로 나서 존재감을 드러낸 레온을 포함해 토마쉬 포르날·바르토즈 베드노르시 등의 OH 자원들로 최선의 조합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폴란드다.
양 팀은 1세트 초반 리드를 주고받으며 치열하게 맞섰다. 먼저 폴란드가 5-4에서 알렉산더 슬리브카의 블로킹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캐나다도 브로디 호퍼의 공격과 브렛 제임스 월쉬의 서브 득점으로 반격했고, 9-8에서 아서 슈바르츠가 카밀 세메니욱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기세를 올렸다. 이후 양 팀은 리드를 뺏고 뺏기며 나란히 10점대 중반에 진입했다.
이후 접전 양상에서 폴란드가 먼저 한 걸음 앞서가기 시작했다. 16-16에서 캐롤 클로스의 블로킹과 노베르트 후버의 서브 득점으로 2점 차를 만들었고, 19-18에서 루카스 반 베르켈의 서브 범실이 나오며 20점에 선착했다. 여기에 세트 도중 교체 투입된 윌프레도 레온이 22-20에서 116km/h짜리 서브로 결정적인 득점을 터뜨렸다. 이후 24-21에서 슬리브카의 파이프가 터지며 폴란드가 1세트를 잡았다.
2세트도 초반 흐름은 비슷했다. 양 팀이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캐나다는 적극적인 파이프 활용이 돋보였고, 폴란드는 후버의 속공이 위력적이었다. 균형이 깨진 것은 슬리브카의 서브 차례에서였다. 7-6에서 서브 라인에 선 슬리브카는 날카로운 서브로 캐나다의 리시브 라인을 괴롭혔고, 이것이 후버의 속공과 루카시 카즈마렉의 득점으로 연결되며 폴란드가 3점 차로 앞서나갔다.
이후 폴란드는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갔다. 그레고르 워마치는 13-9에서 노련한 패스 페인트를 선보였고, 16-12에서는 세메니욱이 호쾌한 파이프를 성공시켰다. 그러나 캐나다도 쉽사리 물러나지는 않았다. 슈바르츠가 세메니욱의 직선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한 뒤 연이어 폭발적인 공격을 성공시키며 17-19 2점 차 추격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18-20에서 사무엘 쿠퍼의 2연속 서브 득점이 터지며 2세트의 향방은 예측불허가 됐다. 결국 23-23에서 레온의 득점과 후버의 블로킹이 연달아 터지며 폴란드가 고비를 넘기고 2세트도 따냈다.
두 세트를 모두 내줬지만 경기력은 좋았던 캐나다는 3세트 초반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쿠퍼와 슈바르츠가 팀 공격을 쌍끌이하며 세계랭킹 1위 폴란드를 상대로 근소한 리드를 계속 지켰다. 11-9에서 쿠퍼가 쓰리 블록을 상대로 자신 있게 쳐내기를 성공시킨 뒤 서브 득점까지 터뜨리는 장면은 캐나다의 3세트 초중반 경기력을 요약해서 보여줬다.
캐나다의 리드는 중반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루카스 반 베르켈과 브로디 호퍼가 공격 득점을 보탰고, 월쉬는 서브 득점을 터뜨렸다. 19-16에서 레온을 앞세운 폴란드의 공격을 수차례 걷어 올린 캐나다는 슈바르츠가 랠리에 마침표를 찍으며 20점에도 선착했다. 그러나 폴란드의 막판 저력이 대단했다. 19-21에서 후버의 블로킹으로 1점 차를 만든 뒤, 레온이 21-22에서 또 다시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캐나다를 따라잡았다. 이후 3세트는 듀스를 향했고, 26-25에서 세메니욱이 슈바르츠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가로막으며 폴란드가 우여곡절 끝에 셧아웃 승리를 완성했다.
사진_Volleyballworld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