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은 바 소임을 다한 김학민 감독대행이 시원섭섭한 마음을 전하며 후인정 전 감독의 이름을 언급했다.
KB손해보험이 17일 의정부 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한국전력에 세트스코어 1-3(22-25, 25-18, 22-25, 22-25)으로 패했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자 했지만, 2세트의 좋았던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하며 조금은 씁쓸하게 시즌을 마쳤다.
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김학민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워낙 세트별로 기복이 심하다. 좋은 흐름을 길게 이어가는 요령이 부족했다. 이게 우리 팀의 숙제인 것 같다. 다음 시즌부터는 좋은 분위기를 한 번 잡으면 그걸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경기를 먼저 돌아봤다.
이날 4세트 19-21에서는 김 대행이 극도의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하승우의 오버네트에 대한 비디오 판독 결과를 수용하지 못한 김 대행은 태블릿PC를 집어던진 뒤 선수들을 철수시켰고, 급기야 자리를 벗어나기도 했다. 지난 시즌 네트터치에 대한 비디오 판독 결과를 수용하지 못했던 후인정 전 감독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공교롭게도 상대 팀 역시 한국전력으로 같았다.
김 대행은 “우리가 봤을 때는 무조건 손이 넘어갔다고 봐서 강하게 어필했다. 이런 판정 하나에 선수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냥 넘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선수들이 워낙 화가 나 있어서 나도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고 반성한다”며 먼저 사과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후 김 대행은 “심판-판독관 분들의 기준이 각자 조금 다른 것 같다. 보다 명확하고 정돈된 기준이 있어야 앞으로도 판정 결과에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쉬운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김 대행은 감독의 자리에서 시즌의 1/4인 총 9경기를 지휘했다. 성적은 1승 8패, 승점 3점 획득이었다. 아쉬움이 남지만, 갑작스럽게 맡은 자리라는 걸 감안하면 무사히 시즌을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해낸 것이다. 김 대행은 “시원섭섭하다. 내 나름으로는 많은 공부가 된 시간이었다. 선수단을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고 시즌을 돌아본 뒤, “후인정 감독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감독님이 힘드셨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후 전 감독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음을 털어놨다.
김 대행은 “처음에는 블로킹 시스템을 정교하게 정비하고 싶었다. 이건 잘 된 경기도, 그렇지 못했던 경기도 있는 것 같다. 공격수들의 폼과 스텝도 의도한대로 조금씩 좋아지는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이라며 감독대행으로서 하고자 했던 것들과 이룬 것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제 KB손해보험과 김 대행의 시즌은 끝났다. 팀은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계속 나아갈 것이지만, 김 대행이 그 속에서 어떤 미래를 맞이할지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김 대행은 “일단 3월에는 휴가를 바로 떠나지 않고, 선수들이 회복 훈련을 먼저 진행해야 한다. 휴가는 4월에 나갈 예정이다”라고 팀의 향후 일정을 먼저 소개한 뒤, “그 이후의 일정과 나의 미래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김 대행은 “팬 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다. 선수들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된다. 성적이 비록 좋진 않았지만, 의정부의 팬 여러분들은 항상 열정적이셨다. 정말 감사드린다. 선수들도 팬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먹길 바란다”며 팬들에게는 감사 인사를, 선수들에게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힘든 상황 속에서 소방수로 나서 최선을 다한 김 대행이 이렇게 시원섭섭함을 느끼며 2023-24시즌을 마무리했다. 과연 그의 다음 시즌과 더 먼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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