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1일의 기다림 끝에, ‘하엔젤’의 날갯짓이 다시 시작된다

광주/김희수 / 기사승인 : 2023-08-25 17: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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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하혜진의 복귀가 임박했다. 팀도, 선수도 손꼽아 기다려온 순간이다.

페퍼저축은행 하혜진이 마지막으로 V-리그에 출전한 날짜는 2022년 3월 3일이다(2021-2022 V-리그 정규리그 6R KGC인삼공사전). 이 경기를 끝으로 하혜진은 V-리그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2022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세계선수권에 나서기 위해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가 어깨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부상 상태는 심각했고, 결국 2022-2023시즌을 통으로 쉬어야 했다.

그러나 하혜진은 코트로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몸도 마음도 괴로운 기나긴 재활을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코트로 돌아갈 수 있는 몸 상태를 만들었다. 지난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하혜진은 조별예선 세 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하며 오랜만의 실전에 나섰다. 비록 팀은 3패로 대회를 마감했지만, 하혜진에게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25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하혜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재의 컨디션을 묻자 하혜진은 “컵대회 때보다도 컨디션이 더 좋다. 다만 시즌이 시작해도 계속 컨디션은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완벽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시즌 시작에 맞춰서 계속 컨디션을 끌어올릴 것이다. 재활 초반에는 팔이 잘 올라가지도 않았고, 잘 때도 옆으로 자면 팔이 아프니까 앉아서 잘 정도였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많이 회복한 상태”라며 컨디션이 준수함을 전했다.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하혜진 역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든 재활을 견뎌냈다. “재활을 하는 내내 하루하루 컨디션이 달랐다. 언제는 너무 좋다가도, 또 언제는 팔을 들지도 못했다. 그 과정에서 감정 기복을 컨트롤하는 게 힘들었다. 코트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자꾸 의심도 들었다”며 재활 기간의 고충을 털어놓은 하혜진은 “또 내가 재활하는 동안 팀은 시즌을 치르고 있었으니까, 선수들한테 기대기도 힘들었다. 그래서 재활 센터 선생님들이랑 같이 강하게 컸다(웃음). 지금은 선수들이랑 같이 훈련하고 있으니까 훨씬 좋다”며 유쾌하게 힘들었던 시간들을 돌아봤다.
 

“지난 시즌을 밖에서 지켜보면서 팀으로 돌아가면 어떤 것들을 해야 할지 계속 생각했다”고 밝힌 하혜진은 착실하게 다가오는 2023-2024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조 트린지 감독님 부임 이후, 새로운 배구를 배우는 느낌이다. 한국에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배구다. 스텝부터 점프 구간, 시선까지 디테일하게 지도해주신다. 훈련에 복귀 하자마자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기가 처음에는 조금 벅차기도 했지만, 지금은 감독님이 원하는 방향성에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게 된 것 같아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조 트린지 감독 부임 이후의 훈련 과정을 소개했다.

 

지난 컵대회에 이어 다가오는 시즌에도 다뤄야 하는 미카사 볼에 대해서도 하혜진은 “저는 좋은데요?(웃음)”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잘 적응하고 있다. 이전에 대표팀에서도 다뤄본 적이 있다. 특별히 나랑 안 맞는 부분이 없다. 약간 무거운 체감은 있지만,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공 적응에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도 좋은 변화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페퍼저축은행의 2023-2024시즌 첫 경기는 10월 15일 현대건설과의 수원 원정 경기다. 하혜진이 이 경기에 출전한다면 591일 만에 V-리그 복귀전을 치르게 된다. 복귀가 임박한 지금의 기분을 묻자 하혜진은 “긴 재활 이후의 복귀인 만큼 스스로에 대해서도, 팀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 빨리 리그가 시작했으면 좋겠다”며 밝게 웃었다.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팀으로서는 무조건 봄배구 진출이 목표다. 개인적으로는 다치지 않고 시즌을 완주하는 것과,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배구를 완전히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런 배구를 익힐 기회가 흔치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무기를 갖추고 싶다”고 당차게 답했다.

 

하혜진은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복귀를 응원하고 기다려준 팬들에게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이번 시즌부터는 코트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경기장에 많이 찾아와주셨으면 좋겠다. 응원하고 기대해주신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드리겠다”는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긴 숨고르기를 끝내고 다시 날개를 펼칠 준비를 마친 ‘하엔젤’ 하혜진의 비상이 기다려진다.

 

사진_광주/김희수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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