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서만 세 번째로 인터뷰실을 찾은 신호진이 마침내 자신의 경기력에 합격점을 줬다.
신호진은 결승전 이전까지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에서 두 차례 인터뷰실을 찾았다. 첫 방문은 10일 우리카드전이 끝난 뒤였다. 팀 내 최다인 25점을 올리며 팀 승리를 견인한 신호진이었지만, 그는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실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나는 잘 안 됐는데, 동료들 덕분에 이겼다. 범실이 많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는다”며 스스로에게 혹평을 남겼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일, 준결승 상대였던 파나소닉을 꺾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신호진이 또 다시 인터뷰실을 찾았다. 블로킹 6개 포함 31점이라는 대활약을 펼쳤지만, 신호진은 “지난 경기보다는 더 여유롭게, 넓은 시야를 가지고 경기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보완할 부분들이 너무 많다”며 스스로에게 또 다시 부족한 점을 찾았다.
그렇게 오른 13일의 결승 무대에서 신호진은 또 한 번 과거의 자신을 뛰어넘었다. 경기 최다인 34점을 퍼부었고, 공격 성공률은 무려 72.34%에 달했다. 범실도 5개로 많지 않았다. 특히 OK금융그룹의 우승이 결정된 4세트에는 11점을 올리면서 91.67%라는 경악스러운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게 신호진이 이번 대회에서만 세 번째로 인터뷰실에 들어섰다. 우승 기념 티셔츠를 입은 채 옅은 미소를 머금고 인터뷰실로 들어온 신호진은 “저를 포함한 팀원들이 전체적으로 몸이 좀 무거운 느낌이 있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우리의 배구를 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 이겨서 더 좋은 경험이 됐다”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신호진은 이번 대회를 시작부터 팀원들과 함께하지는 못했다. 중국 청두에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다녀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합류 이후 신호진은 부상으로 이탈한 전병선의 자리에 붙박이 선발로 나서며 팀의 우승을 견인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다녀와서 바로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교체 정도로 들어가다가 리그를 준비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전)병선이 형이 다치면서 우연치 않게 기회를 받았다”고 밝힌 신호진은 “그리고 우연치 않게 경기가 잘 됐다”라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대한항공의 송민근 같은 경우 신호진과 함께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다녀왔지만 휴가를 부여받아 이번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휴가를 받은 선수들이 부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웃음보가 터진 신호진은 “사실 조금 부럽긴 했다(웃음). 아, 조금 아니고 많이 부러웠다(웃음). 하지만 감독님이 나를 원했고, 이럴 때 해내야 프로라고 생각했다”며 유쾌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대답을 들려줬다.
이날 상대편 코트에 있었던 신호진의 드래프트 동기 박성진은 신호진과 같은 아포짓 포지션에서 만만치 않은 활약을 펼쳤다. 박성진의 활약이 자극이 됐는지 묻자 신호진은 “경기 내내 (박)성진이의 플레이 때문에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성진이가 점수를 낼 때마다 잘한다고 느꼈고, 그럴 때일수록 내 플레이는 더 차분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신호진은 경기 종료 후 진행된 시상식에서 투표인단의 31표 중 27표를 휩쓸며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MVP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신호진은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수치상으로는 내가 좋은 활약을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MVP는커녕 경기에서 이기지도 못했을 거다. 특히 (곽)명우 형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 신호진은 상금을 어떻게 쓸지 묻자 “형들이 커피로는 안 된다고 했다(웃음). 고기 사야 할 것 같다”는 재밌는 답변을 내놨다.
필자가 이번 인터뷰에서 신호진에게 꼭 듣고 싶은 대답이 있었다. 그 대답을 듣기 위해 신호진에게 “이번 경기만큼은 본인의 경기력에 만족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신호진은 이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편안한 표정으로 듣고 싶었던 대답을 들려줬다.
“어제 경기(12일 파나소닉전)보다 마음에 듭니다. 4세트에는 제 실력을 다 보여준 것 같습니다.”
사진_구미/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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