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2세트 만들어낸 흥국생명, 페퍼저축은행에 14연패 악몽 선사 [스파이크노트]

광주/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1-07 18: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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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 중반까지만 해도 엄청난 이변이 일어나는 듯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흥국생명이 7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1(23-25, 27-25, 25-16, 22-25)로 꺾었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리시브부터 공격, 블록, 수비까지 모든 면에서 흔들리면서 페퍼저축은행에 1세트를 내줬고 2세트에는 8점 차까지 뒤지며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와 김연경의 맹활약으로 2세트를 뒤집은 뒤부터는 우리가 알던 저력 있는 흥국생명의 모습이 다시 나오며 승리를 챙겼다. 다만 승리에도 불구하고 옐레나 므라제노비치(등록명 옐레나)의 경기 및 감정 기복에 대한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다 잡았던 경기를 놓쳤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맹활약을 앞세워 1세트를 따냈고 2세트에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세트 중반까지 경기를 지배했지만, 채선아의 리시브와 이고은의 패스워크가 흔들린 사이에 흥국생명에 연속 득점을 내주며 순식간에 좋았던 흐름을 잃어버렸다. 3세트는 전형적인 페퍼저축은행의 패배 패턴으로 흘러가버렸다. 접전 이후 동력을 잃으며 완패를 당했다. 4세트 중후반까지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페퍼저축은행이 받아들어야 하는 결과는 14연패였다.


1세트 페퍼저축은행 25 : 23 흥국생명 – 페퍼저축은행의 달라진 서브와 후반 집중력
[주요 기록]

페퍼저축은행 야스민: 블로킹 1개 포함 11점, 공격 성공률 45.45%
범실: 페퍼저축은행 3개 – 흥국생명 7개 


세트 초반 페퍼저축은행의 돌아온 스파이크 서버들이 연속 득점을 이끌었다. 야스민과 이한비의 강서브가 흥국생명의 리시브를 흔들면 이어지는 공격은 이고은과 박정아가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근소하게 앞섰다. 그러나 흥국생명도 옐레나의 백어택과 김연경의 반격 득점으로 곧바로 받아치며 두 팀은 10점대 초반까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벌였다. 먼저 한 걸음을 앞서간 쪽은 페퍼저축은행이었다. 11-11에서 좋은 수비로 김연경의 연속 공격 범실을 유도하며 2점 차 리드를 잡았다.

13-16에서 레이나가 네트터치 범실을 저지르며 점수 차가 4점 차까지 벌어지자,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레이나를 빼고 그 자리에 김미연을 투입했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고, 19-15에서 야스민이 강력한 백어택으로 김미연의 서브를 한 번에 사이드 아웃시키며 20점 선착을 이끌었다. 21-16에서는 박정아가 네트 위를 스치듯 넘어가는 서브로 득점을 터뜨리기도 했다. 흥국생명은 20-24에서 김연경의 백어택과 옐레나의 손을 빼는 영리한 플레이, 레이나의 오픈 공격을 엮어 순식간에 막판 맹추격을 이어갔지만, 이한비가 24-23에서 오픈 공격을 터뜨리며 페퍼저축은행이 흥국생명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성공했다.


2세트 페퍼저축은행 25 : 27 흥국생명 – 8점 차를 뒤집은 흥국생명의 저력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연경: 15-22에서 서브 득점 1개 포함 7연속 서브
흥국생명 레이나: 20점 진입 이후 블로킹 1개 포함 4점

1세트 막바지의 고비를 넘긴 페퍼저축은행은 2세트 시작과 동시에 흥국생명을 밀어붙였다. 이원정의 네트터치에 이어 박정아의 연속 득점이 터지며 3-0으로 기분 좋게 2세트의 문을 열었다. 반면 흥국생명은 1-4에서 포지션 폴트가 지적됐고 이어서 박정아에게 서브 득점까지 헌납하며 좋지 않은 흐름을 탔다.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과 10점에도 무난하게 선착한 페퍼저축은행은 10-8에서 하혜진이 네트 앞에서의 좋은 집중력으로 연속 득점을 터뜨렸고, 14-10에서는 야스민이 옐레나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계속 흥국생명을 괴롭혔다.

이후 페퍼저축은행은 야스민의 오픈 공격과 서채원의 속공으로 18-11을 만들었고, 여기에 이고은의 발 빠른 디그와 야스민의 하이 볼 반격 마무리까지 나오며 흥국생명을 벼랑 끝까지 몰아붙였다. 어느 쪽으로도 활로를 찾지 못하던 흥국생명은 세트 막바지에 대반격에 나섰다. 15-22에서 김연경이 중앙 백어택을 두 번 연속으로 구사한 뒤 서브 득점까지 터뜨렸고, 여기에 레이나의 오픈 공격과 다이렉트 공격까지 이어지며 2점 차까지 간격을 좁혔다. 결국 22-23에서 박정아의 퀵오픈을 레이나가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페퍼저축은행의 여유롭던 리드는 모두 사라졌고, 2세트는 듀스로 접어들었다. 듀스 접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26-25에서 옐레나가 서브 득점으로 세트를 끝냈다.



3세트 페퍼저축은행 16 : 25 흥국생명 – 급격히 무기력해진 페퍼저축은행
[주요 기록]

범실: 페퍼저축은행 7개 – 흥국생명 4개
공격 성공률: 페퍼저축은행 24.39% - 흥국생명 43.75%

3세트 초반의 흐름은 흥국생명이 더 좋았다. 야스민의 공격 범실과 옐레나의 블로킹으로 산뜻하게 3세트를 시작했고, 4-2에서는 옐레나가 채선아를 겨냥해 서브 득점까지 터뜨렸다. 이후 김연경과 박정아가 진검 승부를 벌였다. 6-4에서 김연경이 3연속 득점을 터뜨리자, 박정아도 곧바로 3연속 득점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두 선수의 승부와는 별개로 세트의 분위기는 조금씩 흥국생명 쪽으로 넘어갔다. 1-2세트 활약이 좋지 않았던 옐레나가 조금씩 감각을 끌어올렸고, 김연경과 레이나의 공격력은 여전히 좋았다.

14-9에서 이주아가 이한비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흥국생명의 리드는 6점 차까지 늘어났다. 페퍼저축은행은 10-15에서 하혜진의 서브 득점과 레이나의 캐치볼이 이어지며 어느 정도 간격을 좁히는 데는 성공했지만, 야스민의 공격에 대한 흥국생명의 블록과 수비 견제가 탄탄해지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19-14에서 이주아의 이동 공격이 터지며 20점 고지를 밟은 흥국생명은 페퍼저축은행의 범실이 쏟아지며 손쉽게 25점을 향해 나아갔고, 24-16에서 김수지의 블로킹 득점이 나오며 3세트를 따냈다.


4세트 페퍼저축은행 22 : 25 흥국생명 – 결국, 14연패가 완성되다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연경: 7점, 공격 성공률 70%
범실: 페퍼저축은행 7개 – 흥국생명 4개
4세트 초반 하혜진의 손끝이 빛났다. 레이나와 옐레나의 오픈 공격을 모두 블로킹으로 차단했고, 날카로운 속공까지 터뜨리며 활약했다. 여기에 야스민의 서브 득점과 이한비의 날카로운 반격까지 나온 페퍼저축은행은 8-6으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8-1에서 김연경과 김수지의 연속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후 1세트 초반과 유사한 살얼음판 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먼저 점수 차를 벌린 쪽은 흥국생명이었다. 이주아가 김해빈을 목적타 서브로 집요하게 흔들며 연속 득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이 서채원의 날쌘 네트 싸움과 박정아의 오픈 공격으로 다시 추격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러던 중 김연경과 박정아의 공격에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연경이 19-18에서 여유로운 페인트로 득점을 올린 반면, 박정아는 공격 범실을 저지르며 점수 차가 벌어졌다. 22-20에서 이주아가 야스민의 오픈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하며 결정적인 득점을 올린 흥국생명은 24-22에서 레이나가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올리며 최종 승리를 거뒀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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