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철 감독이 악조건을 뚫고 멋진 승리를 거둔 선수들에게 진심어린 고마움을 표현했다.
IBK기업은행이 30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7-25, 25-16, 25-12)으로 제압했다. 3일 만의 경기에 원정 거리도 길었고, 표승주는 몸살로 인해 결장한 악조건 투성이의 경기였지만, 승점 3점을 챙기는 데 성공했다. 표승주 대신 선발로 나선 육서영은 18점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뿜어냈고,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는 공격에서는 다소 고전했지만 6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뒤를 받쳤다. 표승주와 마찬가지로 몸살로 인해 컨디션 난조에 시달린 신연경 대신 2세트 중반부터 코트를 밟은 김채원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승장 김호철 감독은 “경기 초반에는 아베크롬비 쪽에 상대의 블록이 집중되면서 아베크롬비가 고전했다. 다행히 황민경과 육서영이 잘해줬고, 중앙에서도 좋은 플레이가 나왔다. 특히 우리가 원했던 블록과 수비도 잘 이뤄졌고, 거기에서 상대와의 차이가 벌어진 것 같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황민경의 시간차 공격을 적극 활용한 폰푼 게드파르드(등록명 폰푼)의 경기 운영에 대해서는 “따로 개인적인 지시를 넣지는 않는다. 세터의 기량이다. 폰푼이 상황에 맞게 패턴 플레이를 잘 쓰고 있는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날 IBK기업은행의 ‘미친 존재감’은 단연 육서영과 김채원이었다. 컨디션 난조에 시달린 주전 선수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맹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은 “육서영은 항상 열심히 준비하는 선수다. 기회가 부족했을 뿐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고맙다. 또 김채원을 포함해 웜업존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수들이 지난 시즌보다는 풍족해서 마음이 든든하다”며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덧붙여 김 감독은 “표승주가 이참에 회복과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대표팀과 리그를 거치며 체력적 한계를 느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돌아오면 더 잘해줄 것”이라며 표승주를 격려하기도 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2023년의 마지막 경기를 잘 마무리했다. 선수들이 힘들 텐데 잘 참고 해줘서 고맙다. 스스로 그들이 노력했기에 얻은 결과다. 2024년에도 계속 이런 모습을 유지해줬으면 한다. 모두가 마지막까지 시즌을 잘 치렀으면 한다”며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은 12연패의 늪에 빠졌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와 이고은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1세트를 석패했고, 이후에도 이 문제가 계속 불거지며 어려운 경기를 치렀다. 공격 성공률이 29.79%까지 떨어졌을 정도였다. 박정아와 이한비의 공격 성공률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어느 쪽으로도 활로를 찾을 수 없는 경기를 또 한 번 치러야만 했다.
인터뷰실을 찾은 조 트린지 감독은 1세트 접전 후 나머지 세트에서 무너지는 흐름이 자주 나오는 것에 대해 “그렇게 되는 이유는 매 경기 다르지만, 이번 경기의 경우 이고은과 야스민의 호흡과 리듬이 맞지 않았다. 두 선수가 호흡을 꾸준히 맞춰야 해결될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러나 트린지 감독은 “한 경기 만에 세터를 바꿀 생각은 없다. 이번 경기에서 이고은이 좋은 모습을 보인 부분도 있다. 조금 더 시간을 줄 것”이라며 이고은이 앞으로도 더 기회를 얻을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트린지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원하는 플레이에서의 변화를 몇 가지 수용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에서 눈에 띈 변화도 있었다. 이한비의 스파이크 서브 구사가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경기의 결과를 바꾸는 데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트린지 감독은 “어떤 변화가 이뤄졌을 때 그것이 결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라며 조금 더 먼 곳을 바라봤다.
끝으로 트린지 감독은 박정아의 공격력을 살릴 방안을 연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는 리시브와 수비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연결하는 선수가 가까운 사람에게 하이 볼을 올리는 패턴이 반복됐다. 박정아의 강점을 살리려면 수비와 리시브를 안정시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리시브와 수비의 보강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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