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바니 구이데티 감독의 표정에는 기쁨과 결연함이 함께 드러났다. 이날의 승리는 기쁜 일이지만, 남은 경기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르비아가 30일 수원 칠보체육관에서 펼쳐진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여자부 3주차 경기에서 독일을 세트스코어 3-1(25-17, 23-25, 25-16, 30-28)로 꺾었다. 티야나 보스코비치의 활약이 엄청났다. 무려 38점을 퍼부으며 독일의 코트를 폭격했다. 보스코비치를 앞세워 승점 3점을 챙긴 세르비아는 5승 5패(승점 16)를 기록하며 7위 일본(6승 3패, 승점 18)과 8위 이탈리아(6승 4패, 승점 15)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파이널 라운드에 오르기 위해서는 최종 8위 안에 들어야 한다.
경기를 마친 뒤 지오바니 구이데티 감독이 인터뷰실을 찾았다. 구이데티 감독은 “독일이 굉장히 강한 상대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선수들이 끝까지 잘 싸워준 덕분에 승리를 거뒀다. 선수들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싶다”는 짧은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날 세르비아는 2세트를 독일에 내주며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구이데티 감독은 “리시브가 불안했다. 특히 상대에게 서브 득점을 많이 내준 것이 아쉬웠다”고 패인을 짚었다. 세터 마야 오그녜노비치의 경기 운영이 아쉽지는 않았냐는 질문에는 “마야의 경기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단호한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4세트에는 잦은 서브 범실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치기도 했던 세르비아다. 구이데티 감독은 “접전 상황에서는 선수들이 서브를 쉽게 넣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선수들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까다로운 서브를 넣으려고 했고, 그 과정에서 실수가 늘어난 듯하다. 이번 경기에서는 그랬지만, 이런 서브가 잘 들어가는 날도 있는 것이다”라며 과감한 시도를 했던 선수들을 감쌌다.
이날 세르비아의 미들블로커 요바나 스테바노비치는 생일을 맞이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스테바노비치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기도 했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블로킹 2개 포함 9점을 올리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구이데티 감독 역시 “경기 전에도 팀원들 모두 스테바노비치를 축하해줬다. 경기도 안정적으로 잘 치렀다. 승리를 스테바노비치의 생일 선물로 가져올 수 있어 기쁘다”며 다시 한 번 스테바노비치에게 축하를 건넸다.
소중한 승점 3점을 챙긴 세르비아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파이널 라운드 진출을 위해서는 남은 두 경기에서도 승점 3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이데티 감독 역시 남은 경기에 대한 투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는 “바로 다음 경기인 도미니카공화국전 뿐만 아니라 불가리아전에서도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강하게 승리를 열망한다”며 파이널 라운드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구이데티 감독은 “다만 선수들에게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는 압박이 있을 것 같다”며 선수들을 걱정하기도 했다.
보스코비치와 오그녜노비치의 합류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세르비아가 과연 남은 두 경기에서도 승점을 쓸어 담으며 파이널 라운드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까. 한국의 남은 두 경기와 함께 칠보체육관의 주말을 흥미롭게 만들 관전 포인트다.
사진_수원/김희수 기자, 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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