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데뷔 후 최고의 경기를 펼친 지아의 머릿속에는 한 단어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바로 ‘감사’였다.
정관장의 외국인 선수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는 아시아쿼터로 아포짓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를 선발한 고희진 감독의 좌우 쌍포 구축을 위한 파트너로 선택받은 선수다. 시즌 개막 후 메가-지아 쌍포는 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동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히잡이라는 확고한 개성과 아포짓 포지션에서의 호쾌한 공격들 때문에 시즌 초의 스포트라이트는 메가 쪽에 조금 더 쏠린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2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치러진 현대건설과의 1라운드 맞대결에서 지아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을 향해 끌어당겼다. 지아는 이날 18점을 터뜨리며 공격 성공률 44.83%를 기록했다. 여기에 4개의 서브 득점도 터뜨렸고, 리시브 효율 역시 33.33%를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서브 득점·리시브 효율 모두 V-리그 입성 후 최고 수치였다.
경기 후 밝은 미소와 함께 인터뷰실을 찾은 지아는 “머릿속에 한 단어 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바로 ‘감사’다. 코칭스태프들은 인내심을 갖고 항상 나를 응원해줬고, 동료들도 매일 나와 함께 경기를 열심히 준비했다. 그들 모두에게 감사하다”는 겸손한 승리 소감을 먼저 전했다.
이번 시즌 고희진 감독과 정관장의 선수들은 인터뷰에서 늘 고됐던 비시즌 훈련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지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비시즌 훈련은 정말 도전적이었다. 메가가 이전에 말한 것처럼 힘들어서 선수들이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많이 울었다”고 말하며 민망한 웃음을 지은 지아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덕분에 경기를 뛸 때 전혀 힘들지 않다. 또 얼마나 고된 훈련을 했는지 스스로 알기 때문에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비시즌 이후에 아예 다른 선수가 된 것 같다”며 힘든 시간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었음을 전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역시 지아의 서브였다. 지아는 무려 열일곱 번의 서브를 구사했고, 그 중 네 차례를 서브 득점으로 연결시켰다. 득점이 되지 않은 서브들 중에도 현대건설의 리시버들을 충분히 괴롭힌 좋은 서브들이 많았다. 지아는 “이번 경기에서는 지금까지의 서브와는 다른 서브를 구사했다. 흥국생명과의 경기를 치른 다음 날 아침에 김정환 코치님이 새로운 서브 토스를 알려주셨다. 그 토스를 계속 연습했는데, 스핀이 빨리 걸려서 더 좋은 것 같다”며 토스 변경을 서브 개선의 비결로 꼽았다.
흥국생명과의 혈투를 벌인 뒤 지아와 정관장 선수들에게 주어진 휴식일은 이틀뿐이었다. 체력적인 부담이 있을 법도 했지만 지아는 굳건했다. 그는 오히려 “다들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더 자고 싶다는 생각보다도 빨리 경기를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 기대감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된다. 경기 중에도 흥미진진한 순간들이 많아서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체력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밝혔다.
한편 지아는 코트 밖에서도 만족스러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한국 생활은 좀 어떻냐는 질문에 “Oh, I love it”이라고 운을 뗀 지아는 “대전을 돌아다니면서 한국 사람들은 편안해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뭔가 여유로워보였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바쁜 삶을 산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잘 쉬는 방법도 알고 있다는 것이 보기 좋았다”라며 한국 생활에 대한 자신의 긍정적인 인상을 밝혔다. 누구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냐는 질문에는 “코트 밖에서는 주로 윤솔 통역과 메가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낸다. Sisters(웃음)”라는 대답을 들려줬다.
마지막으로 지아에게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는 정관장 팬들을 향한 인사를 부탁했다. 또 한 번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먼저 꺼낸 지아는 “모든 선수들이 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겠지만, 정말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고 싶다. 득점을 낼 때마다 나오는 리액션과 함성이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며 팬들을 향한 자신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인사를 건넸다.
이번 경기에서 지아는 V-리그 데뷔 후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정관장은 이제 막 네 경기 째를 마쳤을 뿐이다. 남은 서른 두 경기에서 지아가 넘치는 열정으로 새롭게 경신해갈 경기력의 최고점이 과연 어디까지 높아질지 기대된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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