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1위, 8위보다 더 만족감이 높을 최종 순위는 15위일 수도 있다. 강등을 피하려는 4팀의 경쟁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남자부 3주차 일정이 미국 애너하임과 필리핀 파사이 시티에서 치러지고 있다. 3주차 일정이 모두 종료된 뒤 8위 안에 든 8개의 팀은 폴란드 그단스크로 장소를 옮겨 우승팀을 가리기 위한 파이널 라운드를 치르게 된다. 당연하게도 1위를 차지하려는 경쟁과 8위로 그단스크행 막차를 탑승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나 이 경쟁들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치열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바로 최하위인 16위를 피하기 위한 경쟁이다. 최종 16위를 기록하는 팀은 VNL에서 발리볼 챌린저컵으로 강등을 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챌린저컵에서 우승하면 VNL 무대에 복귀할 수 있지만, 토너먼트 무대를 통과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여자부의 한국처럼 최하위를 기록하더라도 VNL 창설 시 코어 팀으로 지정된 국가는 강등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남자부에서 최하위권에 위치한 캐나다·쿠바·중국은 모두 코어 팀이 아니다. VNL에 잔류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것이다.
한국 시간 8일 현재 순위를 살펴보면 불가리아가 2승 8패(승점 8)로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후 나머지 세 나라가 모두 2승 9패-승점 6을 기록 중인데, 세트 득실 순으로 캐나다-쿠바-중국이 각각 14-15-16위에 올라 있다. 같은 2승 팀이지만, 불가리아는 강등으로부터 안전하다. 9일에 중국과 캐나다가 맞대결을 치르기 때문에, 불가리아가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을 1점도 얻지 못하더라도 둘 중 한 팀은 불가리아를 승점으로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등의 불명예는 승점 6점 그룹의 세 팀 중 한 팀에게 돌아간다. 세 팀은 나란히 한 경기씩을 남겨뒀다. 상술했듯 14위 캐나다와 16위 중국은 9일에 맞대결을 치르고, 15위 쿠바는 10일에 이란과 맞붙는다. 이들에게는 결승전과 다름없는, 승리가 간절한 경기다.
캐나다와 중국의 경기는 그야말로 ‘단두대 매치’다. 이기면 생존이 확정되지만, 지면 강등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후에 있을 쿠바의 경기를 가슴 졸이며 지켜봐야 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세 팀 중 세트 득실이 가장 좋지 않기 때문에(8일 기준 세트 승패: 캐나다 12승 30패, 쿠바 12승 31패, 중국 11승 30패), 캐나다에게 승점을 얻지 못하고 패할 경우 쿠바가 이란을 상대로 한 세트라도 따내면 강등이 확정된다.
VNL에서 한 번 챌린저컵으로 강등당하면 다시 올라오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은 2018년 VNL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된 뒤 아직까지 VNL 무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 쿠바, 중국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강등을 피하기 위한, 세 팀의 처절한 생존 경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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