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컵대회는 처음이지? 4가지를 주목하라

스파이크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8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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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부터 8월 13일까지 경북 구미에서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이하 KOVO컵)가 열린다. 29일부터 8월 5일까지는 여자부, 8월 6일부터 13일까지는 남자부 경기가 이어서 열린다. 구미에서 프로배구 경기가 열리는 건 2017년 3월 이후 약 6년 4개월 만이다. 지난해 순천 대회에는 3만7000명의 관중이 찾았다. 경기가 열리는 구미박정희체육관은 이보다 더 많은 관중 수용이 가능하다. 배구 팬들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1. 새로운 이적생, 새로운 감독들의 데뷔 무대
이번 KOVO컵은 새로운 이적생, 새롭게 팀을 맡은 감독들의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그런 면에서 유난히 이적이 많았던 여자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3년 총액 23억 2500만원을 받고 한국도로공사를 떠나 페퍼저축은행으로 간 ‘여자대표팀 캡틴’ 박정아를 비롯해 정대영(도로공사→GS칼텍스), 황민경(현대건설→IBK기업은행), 채선아(KGC인삼공사→페퍼저축은행) 등이 주인공이다. 박정아, 정대영, 황민경은 각 팀의 주전 자원이다. 채선아는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수비 안정에 힘을 더할 전망이다. 특히 패배가 익숙한 페퍼저축은행을 구원하러 간 박정아와 채선아가 새 동료들과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를 모은다.

FA가 아니더라도 트레이드, 이적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나선 이가 있다. 바로 최가은과 고민지다. 최가은은 이고은과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었다. 고민지는 KGC인삼공사에서 자리를 잃은 뒤 현대건설에서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 FA 보상선수 원위치 파동 때 우여곡절을 겪었던 이고은이 마음 부담을 털어내고 어떤 패스를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IBK기업은행을 떠나 6년 만에 흥국생명으로 복귀하며 친구 김연경과 재회한 김수지는 부상으로 KOVO컵을 건너뛴다.

남자부는 FA 시장에서 이적 선수가 단 한 명이었다. 우리카드 원클럽맨 타이틀 대신 KB손해보험과 새로운 동행을 택한 나경복이다. 그러나 나경복은 계약하자마자 바로 군에 입대해 내년 11월까지 볼 수 없다.

트레이드를 통해 새 출발 하는 선수들이 많다. 3년 연속 팀을 옮기는 황승빈(우리카드→KB손해보험), 친정으로 돌아온 박진우와 한성정(이상 KB손해보험→우리카드), 5년 만에 안산으로 돌아온 송희채(우리카드→OK금융그룹), 절친과 맞트레이드로 장충에서 새 출발 하는 송명근(OK금융그룹→우리카드) 그리고 예전의 기량을 찾고 싶은 손현종(대한항공→삼성화재)까지 6명이나 있다. 이들은 이번 KOVO컵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보여줄 준비를 마쳤다.

지난 시즌 뒤 감독이 바뀐 팀은 단 두 팀에 불과하다. 남자부 OK금융그룹, 여자부 페퍼저축은행이다. OK금융그룹은 석진욱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일본 배구의 레전드로 불렸던 오기노 마사지를 제3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지난 시즌 후반 아헨 킴 감독을 선임했던 페퍼저축은행은 6월 말 갑작스러운 감독 사퇴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빠르게 새 감독을 구했다. 미국 출신으로 풍부한 대표팀 경력을 가진 조 트린지 감독을 데려왔다.

오기노 감독은 6월에 한국에 들어와 수비 강화 및 실제 경기에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 훈련에 힘을 쓰고 있다. OK금융그룹이 가장 취약했던 부분을 알고, 그를 보강하는 훈련을 반복하고 있다. 주장 이민규는 “훈련량이 생각보다 많다. 반복 훈련을 정말 많이 한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다. 사실 반복 훈련을 하다 보면 지루할 수 있는데 ‘왜 지루하지 않지’라는 생각을 한다. 그 부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7월 9일 한국에 온 조 트린지 감독은 10일 선수들과 처음 만났다. 아직 팀에 머문 시간이 적어서 KOVO컵에서 ‘조 트린지 배구 색깔’이 어느 정도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 트린지 감독은 “최고의 배구를 준비하도록 돕겠다. 서로를 믿고 헌신하는 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난 최선의 팀을 만들고, 올바른 경기를 하는 데 집중하겠다. 페퍼저축은행이 존경을 받을 때가 왔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2. 미카사볼 스타트



한국배구연맹(KOVO)은 ‘국제 경쟁력 강화’에 목표를 두고 리그 사용구를 전격적으로 교체했다. 기존 스타 볼에서 국제배구연맹(FIVB)이 주관하는 모든 대회를 포함해 여러 해외리그에서 사용하는 미카사 볼을 선택했다. 이 결정으로 지난 시즌까지 사용해왔던 한국 브랜드 스타의 ‘그랜드 챔피언’ 대신 일본 브랜드 미카사의 ‘V200W’가 코트를 누빌 것이다. V-리그 출범 이후 스타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공이 사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OVO는 국제 대회 참가 때 대표 선수들이 미세한 볼 감각의 차이를 느끼지 않고 적응력을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최근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남녀부인 만큼, 이번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가 크다. 그동안 대표 선수들은 리그 때 스타 볼로 경기를 하다가, 시즌 뒤에는 미카사 볼로 국제 대회를 치러야 했다. 대표팀에 다녀올 때마다 스타-미카사-스타-미카사를 반복해야 했고 이 바람에 시스템, 호흡이 아닌 공 적응에 시간을 더 써야 했다는 선수들의 아쉬운 고백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수고를 덜 수 있게 됐다. 일 년 내내 미카사 볼로 경기와 훈련을 할 수 있다. KOVO는 7월 1일 남녀부 14개 구단에 미카사 볼 100개를 지급했다. 당장 구미 도드람컵에서부터 새 공으로 경기를 하는 만큼,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공 적응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고희진 KGC인삼공사 감독은 “탄성이 스타 볼 보다 낫다. 디그 하기에는 미카사 볼이 낫다고 보고 있다”라며 “아마 리그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리시브할 때 정말 정교하게 받아야 한다. 나중에 개인 순위표를 볼 때 선수들의 리시브 능력은 떨어질 수 있고 서브 성공률은 올라갈 거라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주장 이소영은 “개인적으로 미카사 볼을 좋아한다. 받을 때 어렵긴 하지만 적응하면 괜찮아진다. 선수들에게도 한 발 더 다가가 공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팀 동료 고의정도 “받을 때 어렵긴 하지만 적응하면 괜찮아진다. 선수들에게도 한 발 더 다가가 공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말했다.

GS칼텍스 강소휘는 “확실히 공 때릴 때 스타 볼보다 힘이 덜 실리는 느낌이다. 선수들이 이겨내야 한다. 리시브할 때도 스타 볼은 옆으로 튈 확률이 낮았는데, 미카사 볼은 자칫 방심하면 좌우로 언제 어떻게 튈 줄 모른다. 너무 내려서 받지 말고 위에서 받는 훈련도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는 이번 대회에서 어떤 얼굴로 다가올까.

3. 국가대표 대거 차출, 대한항공 위기 극복할까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이 지휘하는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남자부 두 번째 트레블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시즌 KOVO컵,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휩쓴 대한항공은 2009-2010시즌 삼성화재에 이어 남자부 트레블과 함께 통합 3연패라는 쾌거를 이뤘다.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삼성화재가 왕조를 만들었다면, 2020년대 들어 V-리그 최강팀은 단연 대한항공이다. 이제 대한항공은 남녀부 최초 두 시즌 연속 트레블에 도전한다.

다만 스타 선수가 많다 보니 대표팀 차출도 많다. 이는 V-리그 우승팀의 숙명이다. 성인 대표팀에 임동혁, 정지석, 김민재, 김규민이 차출됐다. 또 중국 청두에서 열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에 팀의 미래 정한용과 송민근이 나가고, U19 대표팀에는 강승일이 뽑혔다. 손현종마저 삼성화재로 떠났다. 당장 아포짓을 볼 자원이 없다. 대한항공은 위기를 딛고 두 시즌 연속 트레블을 향한 첫 비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4. 해외 팀들은 어떤 성적을 거둘까
이번 대회에는 국군체육부대(상무)나 실업팀이 아닌 해외 팀이 참가한다. 해외 팀 참가는 2018년 남자부 JT선더스(일본), 여자부 EST(태국), 베틴뱅크(베트남) 이후 5년 만이다. KOVO는 “해외 팀과의 교류를 통해 선수들에게 다양한 국제 경험을 심어주고 특히 아시아 스포츠 시장 확대를 위해 아시아 국가 간 친선교류를 이어가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여자부 우승팀 히사미쓰 스프링스가 참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나서지 못했다. 올해 남자부에서는 일본 파나소닉, 여자부에서는 태국 촌부리가 나선다.

파나소닉은 배구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프랑스 남자배구에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준 로랑 틸리가 이끄는 팀이다. 아시아쿼터로 한국 무대를 밟은 한국전력 리베로 료헤이 이가, 우리카드 아포짓 스파이커 오타케 잇세이가 뛰었다. 지난 시즌에는 리그 3위를 기록했다. V.리그 통산 우승을 6번 차지한 강호다. 최근 일본 대표팀의 아포짓 스파이커 니시다 유지가 합류해 전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윌라반 아핀야퐁 감독이 이끄는 촌부리는 지난 시즌 4위에 그쳤지만 태국리그 우승 3회, 준우승 4회를 기록한 강팀이다. 아시안클럽챔피언십에서도 우승 2회, 준우승 1회, 3위 1회를 기록했다. 올 시즌 GS칼텍스 아시아쿼터로 합류한 소라야 폼라의 전 소속팀이다.

여자부 감독들은 촌부리가 태국 여자배구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신장은 크지 않지만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한 박자 빠른 공격과 탄탄한 리시브를 갖췄다고 보고 있다. 한국 팀들이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해외 초청팀의 우승 사례는 2009년 중국 톈진 이후 단 한 번도 없다. 과연 파나소닉과 촌부리는 구미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이외에도 4회로 남녀부 KOVO컵 최다 우승 2위를 기록 중인 ‘현대 남매’ 현대캐피탈과 현대건설이 5회로 1위를 달리는 대한항공, GS칼텍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또 MVP 2회 수상으로 최다 수상 기록을 가진 박철우(한국전력)와 강소휘 중에서 또 MVP로 선정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일단은 팀이 우승해야 가능성이 있다.

글_이정원 MK스포츠 기자
사진_KOVO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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