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생의 노장이지만, 그는 이탈리아 리그를 호령하는 정상급 미들블로커다. 오히려 노련미가 더해지면서 더 무서운 선수가 됐다.
가스 세일즈 블루에너지 피아첸차(이하 피아첸차)가 현지 시간 4월 30일 이탈리아 피아첸차에서 열린 2022 이탈리안 슈퍼리가 3위 결정전 1차전에서 알리안츠 밀라노(이하 밀라노)를 세트스코어 3-0(25-17, 25-16, 25-22)으로 꺾고 시리즈에서 먼저 앞서갔다. 피아첸차는 득점력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격 득점(43-30), 블로킹(9-5), 서브 득점(6-3)에서 모두 앞서며 총 득점에서 75-55로 확실한 우위를 점했다.
이날 피아첸차의 최다 득점자는 15점을 올린 아포짓 유리 로마노(이탈리아)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에 빛난 선수는 따로 있었다. 바로 미들블로커 로버틀란디 시몬 아티스(쿠바)였다. V-리그 팬들에게 그는 OK저축은행(현 OK금융그룹)을 이끌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두 차례의 우승을 견인한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1세트부터 선발 미들블로커로 나선 시몬은 시작부터 존재감을 뽐냈다. 1세트에만 블로킹 2개 포함 6점을 퍼부으며 밀라노의 중앙을 붕괴시켰다. 15-9에서는 V-리그에서도 맹위를 떨쳤던 빠르고 낙차 큰 서브를 밀라노 코트 한가운데에 떨어뜨리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이날 시몬의 존재감이 가장 빛난 순간은 3세트 막바지였다. 여유롭게 앞서가던 피아첸차는 이시카와 유키(일본)와 오스니엘 메레가레호(쿠바)에게 연속으로 실점하며 밀라노에 21-21 동점을 허용했다. 리카르도 루카렐리 소우자(브라질)의 득점으로 겨우 역전 위기를 틀어막은 상황, 피아첸차의 구세주는 시몬이었다. 이시카와의 대각을 노리는 공격을 시몬이 정확한 위치 선정을 통해 두 번 연속으로 차단했다. 월드클래스 미들블로커의 품격을 보여준 명장면이었다.
시몬의 활약 속에 다시 승기를 잡은 피아첸차는 3세트도 25-22로 따내며 셧아웃 승리를 완성했다. 시몬은 이날 11점(공격 효율 71.43%)을 터뜨리며 로마노와 욘디 레알 히달고(브라질)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터뜨렸다. 블로킹 역시 팀 내 최다인 5개를 기록했는데, 이는 상대 팀인 밀라노가 기록한 전체 블로킹 개수와 같았다.
최근 여러 장르에서 자주 활용되는 줄임말 중 ‘그아O(그래도 아직은 O)’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수준을 유지하고 또 인정받는 사람들에게 쓰는 표현이다. 1987년생으로 한국 나이 37세인 시몬이 V-리그에서 전설을 써내려갔던 시절도 어느덧 8년 전이지만, 그는 여전히 세계구급 미들블로커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보여준 시몬의 퍼포먼스는 ‘그아시(그래도 아직은 시몬)’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맹활약이었다.
사진_legavolley.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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