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와 처제가 나란히 리베로 유니폼을 입고 V-리그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삼성화재 이상욱과 IBK기업은행 김채원의 이야기다.
1995년생 이상욱은 프로 7년차 선수다. 2017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우리카드 지명을 받은 뒤 2022년 삼성화재로 이적했고, 삼성화재에서 두 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2018-19, 2019-20, 2022-23시즌에는 디그 1위에 이름을 올렸고, 2019-20시즌에는 베스트 리베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이상욱은 디그 4위, 리시브 6위, 수비 3위에 랭크돼 팀 상승세를 돕고 있다. 직전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삼성화재는 현재 2위에 랭크돼있다. 14승7패(승점 38)로 선두 우리카드(15승6패, 승점 42)를 추격 중이다. 치열한 순위 다툼 속에서 버티기에 나섰다.
이상욱의 처제는 IBK기업은행 리베로 김채원이다. 1997년생 김채원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1순위로 GS칼텍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 자유 신분 선수가 된 뒤에는 실업팀인 수원시청 소속으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2023년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의 부름을 받고 다시 프로 무대에 올랐다.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셈이다.
김채원은 올 시즌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다. 지난 12월 30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주전 리베로 신연경이 감기 몸살로 컨디션 난조를 보인 상황에서 김채원이 후위에서 팀 안정을 꾀했다. 이날 2, 3세트 투입돼 디그 13개를 성공시키며 팀 승리를 도왔다.
당시 김채원은 “연습도 연습이지만,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심적으로 중심을 잘 잡아야 뭐든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항상 할 수 있다고 되뇌인다”며 멘탈을 강조했다. 이어 “예전에는 항상 긴장했고, 실수에 대한 불안감이 컸다. 지금은 자신 있게 해보자, 후회 없이 해보자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도 붙고, 나도 하면 할 수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다들 옆에서 많이 도와준 덕분이다”고 말한 바 있다.
든든한 형부의 멘탈 코칭이 힘이 됐다. 이상욱은 “원래 배구에 대한 얘기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처제가 힘들거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답한 상황이거나 할 때 내게 물어본다”면서 “아직 어리고 욕심도 많고, 의욕도 크다. 코트 안에 들어가면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데 못할 때 실망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런 부분을 하나씩 설명도 해주고, 풀타임 멤버가 아니라 교체로 들어가서 오히려 부담감이 많을텐테 바꿔서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상욱의 아내도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 선수 생활을 했다. 하지만 처제 김채원은 언니보다 형부의 조언에 의지하고 있다. 이상욱은 “처음에는 처제가 아내에게 말하는데 말이 안 통한다고 하더라. 그럼 나랑 얘기한다. 형부랑 얘기하니깐 속이 풀린다고 말한다”면서 “프로에 다시 올 때도 당연히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경험을 하지 못하면 분명히 나중에 후회하는 시간이 올 것이다. 지금 이 시간을 간절하게 여겨야 더 소중하게 쓸 수 있다. 지금 힘들고, 스트레스 받는 것 또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얘기한 뒤로 덜 징징거리고 있다. 잘하고 있는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이상욱은 “앞으로도 계속 오래 배구를 했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의 성장을 위해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끊임없이 더 노력을 해야 한다. 끝까지 프로에서 같이 뛰고 싶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포지션으로 뛰는 형부와 처제다. 후배이기도 한 김채원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선배이기도 하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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