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이상현이 맛본 짜릿한 손맛은 팀의 달콤한 승리로 이어졌다.
올 시즌 1라운드 4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은 이상현은 리그 첫 경기부터 코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1라운드 전 경기에 선발로 출장해 올 시즌 신인상 경쟁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출전 시간이 줄어들었다. 3라운드에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4라운드에 이르러 간간히 원포인트 블로커나 교체로 들어가는데 그치면서 신인왕 경쟁에서 자연스레 멀어졌다.
우리카드는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현대캐피탈과 이번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가졌다. 4위 한국전력(승점 50)과 승점 차를 벌리기 위해선 이날 경기에서 승리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1승 4패 열세를 보인 가운데, 알렉산드리 페헤이라(등록명 알렉스)마저 무릎 통증으로 결장하고 말았다. 국내 선수들로 경기를 풀어갔지만, 코트 위에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1, 2세트 큰 점수 차로 내주며 벼랑 끝에 몰린 우리카드를 구해낸 건 신인 이상현이었다. 2세트부터 투입된 이상현은 ‘게임체인저’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이날 경기 승부처는 단연 3세트 초반이었다. 이상현이 전광인, 박상하, 허수봉의 공격을 차례로 막아내면서 분위기를 180도 뒤집었다.
풀세트 접전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우리카드는 귀중한 승점 2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이상현은 이날 경기에서 서브 1개, 블로킹 7개를 포함해 15점을 뽑아내면서 데뷔 첫 두 자릿수 득점이자 개인 최다 득점을 갱신했다.
신영철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하현용의 공격과 블로킹 리듬이 전혀 아니었는데, 상현이가 그 자리를 대신 들어가 잘해줬다"라고 칭찬했다.
“상현이 블로킹 덕분에 우리가 이길 수 있었다”라는 나경복의 말처럼 이날 경기의 일등 공신은 당연 이상현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무려 7개의 블로킹을 잡은 그는 “블로킹 감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현대캐피탈 플레이가 워낙 빠르다 보니, 상대 세터 플레이에 집중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세터 하승우와 호흡도 좋았다. 속공 7득점에 77.77%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그는 “원래 승우 형이랑 안 맞는 부분이 많았다. 연습을 통해서 점점 잘 맞았던 게 경기에서 나와 기분이 좋았다”라며 “경기에서 원했던 것 만큼 나왔고, 공을 많이 올려준 승우 형에게 고맙다”라고 전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배구를 시작해 구력이 짧지만, 201cm라는 좋은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는 이상현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비록 올 시즌 신인상과는 멀어졌지만,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신영철 감독은 “상현이가 구력이 짦음에도 불구하고 높이나 힘은 좋다”라고 했다.
선배 나경복 역시 “상현이는 큰 키를 가지고 있음에도 탄력과 스피드가 좋다.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한다면 정말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라고 격려를 보냈다.
이날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2를 획득한 우리카드는 오는 23일, 장충 홈에서 삼성화재와 경기에서 승점 3점 획득에 도전한다.
사진_천안/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