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수원/이정원 기자] 원정팀 선수로서 이다영의 첫 수원실내체육관 방문은 성공적이었다.
흥국생명 이다영은 3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과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이날 경기는 이다영에게 특별하다. 바로 2014-2015시즌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홈경기장으로 썼던 수원실내체육관을 원정 팀 선수로 처음 왔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유니폼이 아닌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친정에 방문했다. 올 시즌 첫 친정 방문이다.
이다영은 데뷔 후 지난 시즌까지 여섯 시즌 동안 현대건설에서 뛰었다. 현대건설에서 이다영은 많은 것을 얻었다. 꾸준히 선발 세터로 나섰고, 현대건설의 활약을 바탕으로 대표팀 주전 세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2019-2020시즌에는 여자부 최고의 세터라는 평을 얻었다. 이도희 감독과 함께 한 이다영은 성장한 게 분명했다.
그런 이다영은 이번 비시즌 FA 자격과 얻음과 동시에 쌍둥이 언니 이재영이 있는 흥국생명으로 이적을 택했다. 이다영은 총액 4억(연봉 3억, 옵션 1억) 원에 계약했다. 예전부터 언니와 같은 프로 팀 유니폼을 입고 V-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로부터 몇 달의 시간이 지난 후, 이다영과 현대건설은 올 시즌 처음으로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만났다.
이다영은 직전 경기 한국도로공사전에서 무릎 부상으로 인해 경기 도중 김다솔과 교체됐지만 이날은 선발로 돌아왔다. 경기 전 박미희 감독은 "이다영의 몸 상태는 좋아졌다. 선발로 들어간다"라고 말했다.
1세트 이다영의 몸 상태는 확실히 지난 경기보다 좋아보였다. 직전 경기에서는 선수들 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 보였지만, 이번 경기는 나은 모습이었다. 특히 루시아와 호흡은 완벽했다. 20-15에서 루시아와 완벽한 공격 과정을 맞춘 뒤 하이파이브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이다영의 고른 패스 덕분에 공격수들도 힘을 냈다. 몸을 날리는 헌신적인 수비도 돋보였다.
2세트는 다소 아쉬웠다. 1세트에 이어 2세트 초반에도 이다영의 만점 패스는 여전했다. 하지만 세트 후반부터 흔들렸다. 리시브가 불안해지다 보니 이다영에게 정확한 공이 가지 않았다. 이다영도 자기가 원하는 패스를 할 수 없었고, 팀의 실점은 늘어만 갔다. 결국 팀은 16-11에서 23-25로 2세트를 내줬다. 친정 팬 앞에서 경기를 한다는 게 어색해서였을까. 이다영은 부담감이 있어 보였다.
2세트 패배가 3세트 이다영에게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팀의 리시브가 흔들리는 상황 속에서도 이다영은 힘을 냈다. 공격수들이 원하는 방향에 알맞은 패스를 넣어줬다. 그리고 현대건설의 추격이 3세트 13-11에서 고예림의 공격을 차단했다. 이다영은 조금씩 미소를 되찾았다. 동생이 살아나니 세트 초반 리시브 불안과 공격 범실을 하던 언니도 공격 득점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이다영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하게 자신의 플레이, 팀의 공격을 지휘했다. 김연경-이재영도 힘을 냈다. 4세트 중간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11-8에서 황민경에게 발을 밟혔지만 훌훌 털고 일어나 플레이를 이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황민경의 공격을 블로킹했다.
3세트에 이어 4세트도 가져온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3-1(25-16, 23-25, 25-18, 25-23)로 승리했다. 4세트는 리드하다가 전세를 내준 후, 다시 가져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역전을 당해도 다시 가져올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줬다. 특히 그간 호흡이 맞지 않았던 루시아와 이다영의 4세트 후반 호흡은 인상적이었다.
김연경이 26점, 이재영이 18점을 올리며 쌍포 역할을 제대로 해줬다. 루시아도 14점을 올렸다. 이들이 고득점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이다영의 만점 패스가 있었다.
경기 전 "우리 팀에 개성 있는 선수들이 많다. 이 선수들의 호흡이 좋아져야 팀도 돌아간다"라는 박미희 감독의 말이 있었다. 이들의 호흡이 좋아지려면 결국엔 세터 이다영의 역할이 중요했는데, 이다영은 제 역할을 했다.
팀의 4연승 무패행진을 이끎과 동시에 이다영의 첫 수원실내체육관 친정 나들이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다영의 다음 친정 나들이에서도 승리를 가져갈 수 있을까. 다음 수원 경기는 오는 12월 29일이다.
사진_수원/유용우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