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블랑 감독이 이끄는 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이 아시아 최초로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준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1일(한국시간) 폴란드 우치 아틀라스아레나에서 펼쳐진 2024 FIVB VNL 결승서 프랑스에 세트스코어 1-3(23-25, 25-18, 23-25 23-25)으로 졌다. 이시카와가 17점을 선사했다. 니시다와 미야우라가 각 11점, 10점을 보탰다. 프랑스는 패트리가 양 팀 최다인 24점을 올렸다. 틸리는 13점, 로아티는 11점을 쐈다.
화력은 충분했다. 일본은 총 득점에서 프랑스에 94-93으로 앞섰다. 팀 공격에서도 58-55로 우세를 보였다. 팀 블로킹에선 5-11로 열세였으나 상대 범실 29-25로 집중력을 발휘했다. 팀 서브는 2-2로 같았다. 하지만 매 세트 결정적 순간마다 고비를 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클러치 능력에서 한 수 위인 프랑스가 근소한 점수 차로 세트 점수를 쌓아갔다.
준우승임에도 일본은 우승국 프랑스 못지않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성장세가 두드러져서다. 2022년 블랑 감독 부임 이후 일본은 매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2년 전 대회에서는 5위를, 지난해 대회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엔 2위에 올랐다. 2023 VNL 3위는 특히 의미가 컸다. 1977년 월드컵 은메달 이후 무려 46년 만의 세계대회 메달이었다.
52년 만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도 도전한다. 일본은 1972년 뮌헨 하계올림픽 우승 이후 이 대회 입상이 없다. 2012년 런던 대회와 2016년 리우 대회서는 2연속 예선 탈락했다. 2021년 도쿄 대회는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해 7위를 거뒀다.
이번은 다르다. 지난해 일본은 파리 대회 조별 예선을 2위(5승2패)로 통과했다. 16년 만의 본선 자력 진출이다. 게다가 세계랭킹 2위 자격으로 본선 톱시드를 배정받으면서 메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반면 한국은 올림픽은커녕 VNL 참가도 어렵다. 2018년 한국은 VNL서 1승14패로 최하위를 기록해 하위 무대로 강등됐다. 그 뒤로 지금까지 VNL에 복귀하지 못했다. 한국이 VNL 무대를 다시 밟기 위해선 먼저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에서 우승해 FIVB 챌린지컵 출전권을 따내야 한다. 이후 FIVB 챌린지컵서도 1위를 차지하고 나서야 VNL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한국은 2024 AVC 챌린지컵서 3위로 고개 숙였다. 입구에서부터 가로막힌 것이다.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 격차는 아니었다. 2014년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지역 최종라운드 최종전서 일본은 한국에 세트스코어 0-3(20-25, 20-25, 13-25)으로 크게 졌다. 그러면서 끝내 본선을 밟지 못했다. 처음이자 마지막 예선 탈락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일본을 세계대회서 만나는 것조차 어렵다. 강산이 한번 바뀌는 동안 양 팀의 상황도 크게 달라졌다.
그간 한국은 세계무대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를 '신장의 한계'로 여겼다. 물론 신체 조건은 배구에 있어서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같은 동아시아에 속한 일본은 낮고 빠른 배구로 세계대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끈끈한 수비 조직력과 다양한 공격 패턴으로 호성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러워만 할 일은 아니다. 일본이 작은 신장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이 일본에 보내야 할 것은 시기가 아닌 시선이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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