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위기를 극복했다. 윌로우의 부상 공백을 모두가 하나 돼 메웠다.
흥국생명이 1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25-18, 26-24, 23-25, 24-26, 15-12)로 꺾었다.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이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윌로우 대신 아포짓으로 나선 김미연이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김연경과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도 좋은 공격력을 발휘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2세트의 막바지에는 김수지가 베테랑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은 3-4세트에 급격히 흐름을 잃으면서 5세트까지 끌려갔고, 이날 승점 3점 획득에는 실패하며 현대건설의 1위 자리를 뺏지는 못했다. 다행히 5세트에는 김연경의 활약을 앞세워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IBK기업은행은 짧았던 연승이 중단됐다. GS칼텍스가 아슬아슬한 3위를 지키고 있고 정관장이 빠르게 경기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가운데 승점 획득에 실패하며 봄배구 진출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브리트니 아베크롬비(등록명 아베크롬비)는 공격에서 제몫을 했지만, 표승주가 공수 양면에서 적잖이 흔들린 것이 뼈아팠다. 신연경 없이 치렀던 앞선 두 경기를 잘 버텨줬던 김채원도 이번 경기에서는 조금은 한계에 부딪힌 듯한 모습을 보였다. 3-4세트에 좋은 집중력을 선보이며 경기를 5세트까지 끌고 간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최후의 한 방을 날리지는 못했다.
1세트 흥국생명 25 : 18 IBK기업은행 – 김연경의 끝나지 않는 서브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미연: OP로 선발 출전
흥국생명 김연경: 19-18에서 6연속 서브
윌로우가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김미연을 아포짓으로 투입하는 선택을 했다. 그러나 김미연이 오른쪽에서 좀처럼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고, 표승주와 아베크롬비가 함께 공격을 풀어간 IBK기업은행이 초반 근소한 리드를 잡았다. 1~2점 정도를 끌려가던 흥국생명은 10점대에 진입하면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9-10에서 김연경이 서브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11-11에서 아베크롬비의 공격 범실까지 나오며 역전에도 성공했다. 그러자 IBK기업은행도 13-13에서 최정민이 김연경을 겨냥해 서브 득점을 터뜨리며 재역전을 만들었다.
두 팀은 세트 중후반까지 동점과 1점 차를 오가는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흐름 자체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흥국생명이 주도했다. 공격 득점도 흥국생명이 더 많이 올렸고, 범실도 흥국생명이 더 많이 저질렀다. 먼저 20점에 도착한 쪽은 흥국생명이었다. 19-18에서 레이나가 아베크롬비의 연타 공격을 단독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이후 김연경의 서브 차례에 김하경의 2단 연결 미스 후 레이나의 반격과 육서영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점수 차는 22-18까지 벌어졌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흥국생명 쪽으로 넘어갔다. 결국 김연경의 서브는 1세트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고, 24-18에서 레이나의 반격이 또 다시 터지며 흥국생명이 1세트를 따냈다.
2세트 흥국생명 26 : 24 IBK기업은행 – 김수지가 지배한 마지막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수지: 23-24에서 연속 득점
IBK기업은행은 세트 초반 표승주가 공격과 리시브 양면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고, 이에 김호철 감독은 빠른 타이밍에 표승주를 빼고 육서영을 투입했다. 그 사이 흥국생명은 페인트로 재미를 보며 조금씩 점수 차를 벌렸고, IBK기업은행은 살아난 아베크롬비의 화력을 앞세워 추격에 나섰다. 흥국생명은 10점대 초중반에 유의미한 리드를 잡았다. 12-11에서 김연경의 퀵오픈과 이원정의 서브 득점, 김미연의 반격이 연달아 터지며 4점 차로 앞서갔다.
김미연의 시간차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선착한 흥국생명이 세트 중후반 IBK기업은행의 맹추격에 시달렸다. 아베크롬비의 직선 공격과 최정민의 블로킹을 허용하며 16-15까지 쫓겼고, 결국 18-17에서 레이나의 시간차 공격이 범실이 되며 동점까지 허용했다.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히던 IBK기업은행은 20-20에서 아베크롬비의 유효 블록과 수비가 표승주의 반격까지 연결되며 역전에 성공했지만, 24-23에서 아베크롬비의 퀵오픈이 김수지의 손아귀에 걸리며 2세트는 듀스를 향했다. 듀스는 그리 길어지지 않았다. 김수지의 감각적인 볼 처리와 김미연의 원 블록 상대 반격 득점이 연달아 터지며 흥국생명이 승리를 거뒀다.
3세트 흥국생명 23 : 25 IBK기업은행 – 20점대 이후 벌어진 사투, 그 끝은 범실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연경: 23-24에서 공격 범실
표승주의 공격 컨디션은 3세트에도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러나 폰푼은 오히려 표승주 쪽의 공격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강제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선택을 했고, 표승주는 한 번에 득점이 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결정을 지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표승주가 좌충우돌하며 경기를 풀어가는 사이 두 팀은 치열한 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나란히 세터를 교체하기도 했다. 바뀐 세터 김다솔과 김하경은 각자 이주아-김현정과 좋은 호흡을 선보였다.
11-11에서 흥국생명이 먼저 2점 차 리드를 잡았다. 표승주와 최정민의 연속 공격 범실이 나왔다. 이후 김하경은 2세트까지 감각이 좋았던 아베크롬비 쪽으로 좀처럼 백패스를 뿌리지 못했고, 이로 인해 공격 패턴이 단조로워지면서 흥국생명의 블로커들을 편안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자 김호철 감독은 세터를 다시 폰푼으로 교체했다. 이후 18-16에서 김미연의 서브 득점이 터지며 흥국생명이 굳히기에 들어가는 듯 했지만, 아베크롬비가 17-19에서 연속 블로킹을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20점대 이후 양 팀은 엄청난 수비를 주고받으며 혈투를 벌였고, 혈투의 끝은 결국 범실이었다. 24-23에서 너무 많은 공격을 때리면서 지쳐버린 김연경의 공격 범실이 나오며 IBK기업은행이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4세트 흥국생명 24 : 26 IBK기업은행 – IBK기업은행의 무서운 투지
[주요 기록]
IBK기업은행 구혜인: 20-21에서 서브 득점
IBK기업은행 아베크롬비: 25-24에서 페인트 득점
3세트에도 좋은 서브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던 황민경은 4세트 시작과 동시에 또 한 번 좋은 서브를 연달아 구사하며 아베크롬비의 페인트 득점과 블로킹에 기여했다. 그러나 흥국생명도 김연경이 다시 한 번 힘을 내며 빠르게 받아쳤다. 두 팀의 엎치락뒤치락 접전은 또 한 번 벌어졌고, 10점에는 흥국생명이 간발의 차로 선착했다. 계속 팀 공격을 이끌던 레이나가 9-9에서 깔끔하게 득점을 추가했다. 이후 흥국생명이 조금씩 리드 폭을 늘려갔다. 12-11에서 김연경의 페인트와 폰푼의 후위 경기자 반칙이 이어지며 3점 차로 앞서갔다.
갈 길 바쁜 IBK기업은행은 13-15에서 아베크롬비가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흥국생명에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 선착을 내줬다. 최정민의 블로킹과 아베크롬비의 공격을 앞세워 간격을 조금 좁히기도 했지만, 동점과 역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 틈을 타 흥국생명은 19-17에서 이주아의 속공이 터지며 20점 고지를 밟았지만, 악착같이 뒤를 쫓던 IBK기업은행은 20-21에서 원 포인트 서버 구혜인의 서브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어김없이 벌어진 후반부 접전은 듀스로 이어졌고, 끝내 웃은 쪽은 IBK기업은행이었다. 24-24에서 최정민의 블로킹과 아베크롬비의 직선 페인트가 연달아 터졌다.
5세트 흥국생명 15 : 12 IBK기업은행 – 기승전 김연경
[주요 기록]
흥국생명 김연경: 7-7에서 3연속 득점
5세트 역시 초반 흐름이 팽팽했다. 양 팀의 공격수들이 모두 지친 가운데 쉽게 끝나지 않는 랠리가 이어졌다. 먼저 2점 차를 만든 팀은 흥국생명이었다. 5-5에서 아베크롬비의 포 히트가 나온 뒤 김미연의 좋은 수비를 김연경이 짧은 페인트로 연결시켰다. 그러나 IBK기업은행이 황민경과 아베크롬비의 연속 득점으로 곧바로 동점을 만들었다.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앞세워 다시 달아났다. 7-7에서 강력한 공격으로 3연속 득점을 터뜨렸다. 10-8에서는 박수연이 결정적인 연속 디그로 김연경의 득점에 기여하기도 했다. 김연경은 11-9에서도 깔끔한 공격으로 득점을 올린 뒤 후위로 내려갔다. 김연경이 후위인 상황에서 연속 실점을 하는 상황이 흥국생명으로서는 가장 위험했지만, 김수지가 속공으로 아베크롬비의 서브를 한 번에 사이드 아웃시켰다. 김다은의 득점으로 매치포인트에 도달한 흥국생명은 14-12에서 레이나가 마지막 득점을 터뜨리며 승점 2점을 챙겼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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