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프로배구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3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10년 동안 한 팀을 이끌게 됐다. 여자배구 역대 최장수 사령탑이다.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더 과감하고 모험할 시기다”며 새 출발에 나선 팀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2022-23시즌 V-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0% 기적을 선보이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구단은 지난 22일 “2022-23시즌 V-리그 우승을 이끈 김종민 감독과 역대 최고 대우로 2025-26시즌까지 3년 재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6년 4월에 부임한 김 감독은 2026년까지 계약 기간 10년을 채우게 됐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IBK기업은행을 지휘했던 이정철 전 감독의 재임 기간 9년을 뛰어넘었다.
1974년생 김 감독은 인하대를 거쳐 1996년 당시 실업팀이었던 대한항공에 입단했다. 선수 시절 수비가 좋은 아웃사이드 히터로 뛰었다. 2007년 은퇴를 선언한 후 2013년 1월 대한항공 감독대행을 맡았고, 2012-13시즌이 끝난 뒤 대행 꼬리표를 뗐다. 2016년 2월까지 대한항공 사령탑으로 지내다 그 해 7월 여자 프로배구팀에서 새 도전에 나섰다. 한국도로공사와의 인연은 2026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김 감독은 V-리그 남자부에서 역대통산 96경기를 치르면서 51승을 챙겼고, 승률은 53.13%였다. 여자부에서는 213경기를 기록했다. 이정철-황현주-박미희 전 감독에 이어 역대 4번째로 많은 경기 수다. 213경기에서 116승을 얻으며 승률 54.46%를 거머쥐었다.
김천에서 만난 김종민 감독은 “구단에서 날 인정해주고 다시 선택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면서도 “기쁨보다는 걱정이 더 많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우승을 즐기는 것은 그 순간뿐이다. 이를 잊어버리고 그 다음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힘줘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도로공사는 우승 이후 변화가 크다. ‘클러치박’ 박정아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고 페퍼저축은행으로 떠났다.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도 GS칼텍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경험이 풍부한 두 선수의 빈 자리를 지워야 한다. 결국 공격력과 높이 보완이 필요하다. 김 감독도 “그동안 나이가 많은 선수들도 있었지만, 조지력을 바탕으로 팀이 운영됐다. 그 주축 멤버들 중에 2명이나 빠졌다.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빠른 시간 내에 팀 전력이 올라올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높이가 낮아진다면 더 정교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세터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팀 리시브나 수비 능력은 좋다.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세터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며 팀 변화를 예고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새 외국인 선수 반야 부키리치를 지명했고, 아시아쿼터로 아포짓 타나차 쑥솟도 영입했다. 박정아 보상선수로 미들블로커 최가은과 손을 잡기도 했다. 트레이드를 통해서도 전력 보강을 했다. KGC인삼공사에 아웃사이드 히터 김세인과 세터 안예림을 내주고, 고의정과 박은지를 데려왔다.
다만 컵대회 이전에 발목 부상을 당했던 세터 이윤정은 이제 볼 운동을 시작했고, 컵대회 도중 발목을 다쳤던 최가은도 나란히 훈련에 돌입했다. 문정원은 대표팀에 발탁돼 자리를 비운 상태다. 태국 국가대표 타나차도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야 합류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일본 전지훈련을 통해 어떻게 선수들을 구성하고, 활용할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다양한 선수들을 폭넓게 활용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리빌딩에 대한 고민도 깊다. 김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해야 팀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간다. 그래서 훈련양도 많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에게는 더 혹독하게 하려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자기 것으로 만들면 최고다. 하지만 그 기회가 독이 될 때도 있다. 선수들에게 늘 프로에서는 나이가 상관없다고 말한다. 프로 선수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코트에 남는 것이다”라며 선수들의 성장에 대한 바람을 전했다.
여전히 팀 분위기는 밝다. 김 감독도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한고, ‘고참’ 임명옥을 비롯해 배유나, 문정원, 전새얀까지 밝고 긍정적이다. 그 에너지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다시 시작하는 한국도로공사다. 팀의 청사진을 그리며 고민에 빠진 김 감독이지만, 그 목소리에서 확신도 엿볼 수 있었다.
사진_김천/이보미 기자, 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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