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욕이 강한 아이다.”
남자 프로배구 한국전력의 김철수 단장이 10일 서울 강서구의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3-2024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 현장에 나타났다. 단장이 아닌 김세빈의 아버지로 긴장감을 안고 행사를 지켜봤다.
김세빈은 드래프트 전에도 최대어로 꼽혔다. 187cm 미들블로커는 한봄고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해내며 주목을 받았다. 블로킹은 물론 속공과 오픈 공격 등 공격력에서도 그 강점을 드러냈다. 결국 전체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지명을 받았다.
김 단장은 사실 드래프트 현장에도 아내만 보내려고 했다. 드래프트 종료 후 공식 인터뷰 요청에도 손사래를 쳤다. 김 단장은 “배구인이라 내가 나서는 것도 보기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 오늘도 안 오려고 했는데 부모니깐 왔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김 단장은 미들블로커 출신의 배구 선수였다. 성균관대 시절에는 1992년 슈퍼리그 4강의 주역이었다. 블로킹 기술이 좋은 미들블로커였다. 김남순 씨는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거포로서 이목을 집중시켰던 주인공이다. 김세빈도 우월한 DNA를 물려받았다.
김 단장도 “세빈이는 승부욕이 강하다. 남에게 지는 것을 싫어한다. 아내도, 나도 그렇다. 부모로서 잘 물려준 것 같다”며 흡족함을 표했다.
다만 우려가 되는 점도 있다. 김세빈이 올해 손가락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김 단장도 “작년 블로킹 능력이 좋았다. 근데 국제대회 가기 전에 손가락을 삐었다. 속공은 높이를 맞춰주면 때리는데 블로킹이 고등학교 때 감독님께 배웠던 것과 달라졌다”면서 “프로에서는 뒤에 있는 선수를 믿어야 한다. 반대편 손을 집어 넣어서 각을 좁혀야 한다. 부상 때문에 쉬면서 두려움이 생긴 것 같다”며 걱정스러운 마음도 전했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김 단장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전체 1순위 지명은 가문의 영광이다”면서도 “프로에서 첫 출발이다. 지금까지 한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부터 잘 해야 한다. 언니들 눈치를 볼 것도 없다. 프로는 실력이니까 열심히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조언했다”고 힘줘 말했다.
김세빈은 어머니 김남순 씨로부터 쓴소리도 듣는다. 대신 ‘아버지’ 김 단장은 김세빈을 달래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나까지 같이 뭐라고 하면 안 되니깐 난 따뜻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딸 바보’ 면모를 드러냈다.
김세빈도 배구인 2세의 관심과 부담감을 내려놓고 코트 위에서 즐기고자 한다. 프로 데뷔 첫 시즌 목표는 신인선수상을 거머쥐는 것이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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