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ly terrible match” 서늘한 아본단자 감독의 한 마디, 그 뒤에 숨은 분노 [벤치명암]

광주/김희수 / 기사승인 : 2024-03-08 21: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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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도 차갑게 굳어 있었다.

흥국생명이 8일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경기에서 페퍼저축은행에 세트스코어 1-3(25-19, 22-25, 23-25, 14-25)으로 역전패했다. 선두 경쟁을 위해 반드시 승점 3점이 필요했던 경기에서 오히려 승점을 1점도 얻지 못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흥국생명 입장에서 이번 경기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의 좌우 쌍포가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박정아 쌍포와의 화력전에서 완패했고, 최후의 보루인 김연경마저 5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35%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박혜진과 김다솔은 번갈아가며 코트를 밟았지만 누구도 확실한 안정감을 보이지 못했다.

패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충격적인 결과의 가장 큰 원인을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Really terrible match(정말 끔찍한 경기)”라는 말을 꺼낸 아본단자 감독은 “이유는 많다. 세터들은 공격수들이 아예 때릴 수 없는 패스를 올렸고, 블로킹과 수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중요한 경기였는데, 그에 걸맞은 정신적 대비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패인을 쏟아냈다.

아본단자 감독은 계속해서 강한 질타를 이어갔다. 그는 1세트의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어떠한 뚜렷한 이유도 없이 순간적으로 경기력이 무너졌고, 이 부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회복되지 않았다”며 이유를 고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의 경기였음을 역설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특히 4세트는 11점 차로 패할 정도로 무기력했다. 이런 경기는 선수들이 부끄러워해야 할 경기”라며 끝까지 독설을 보탰다. 말투도 전혀 격앙돼 있지 않았고, 표정도 흥분된 기색보다는 서늘한 느낌이었지만 오히려 그 뒤에 넘실거리는 분노는 더 잘 보이는 한 마디였다.  


승점 3점 확보가 급선무였던 경기에서 한순간의 변곡점이 경기의 결과를 바꿔버렸다. 흥국생명은 1위 자리를 탈환하지 못한 채로 12일에 홈에서 극강의 모습을 보이는 현대건설과의 원정 맞대결에 나서야 한다. 이번 경기의 충격패로 분위기마저 한껏 가라앉아 있는 상태다.

아본단자 감독은 “우선 이번 경기에 대해 복기해볼 것이다. 그 다음에 현대건설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다”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과연 흥국생명은 이번 패배를 쓰디쓴 약으로 삼아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혹은 이것이 흥국생명의 가파른 내리막의 시작일까.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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