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남자배구 국가대표팀이 VNL 역사를 새로 쓰기까지 3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전승에 집착하다가는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남자부 3주차 일정이 필리핀 파사이 시티와 미국 애너하임에서 치러지고 있다. 16개의 참가팀은 각자의 이유로 막판 스퍼트를 시도하고 있다.
7-8승 그룹인 미국·브라질·이탈리아·폴란드 등은 선두를 뺏기 위해, 8위 부근에 나란히 뭉쳐 있는 네덜란드·프랑스·세르비아는 파이널 라운드행 막차에 탑승하기 위해, 1-2승 그룹인 불가리아·쿠바·이란 등은 강등과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앞의 팀들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마지막까지 총력전을 준비하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1위 일본이다.
현재 9전 전승(승점 24)을 내달리며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본은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예선 라운드 전승을 거두고자 한다. 만약 일본이 남은 3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면, 2018년에 처음 개최돼 올해로 5회째를 맞는(2021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개최되지 않았음) VNL 역사상 최초의 예선 승률 100% 팀이라는 영예를 안게 된다. 이전까지 예선 라운드에서 최고 승률을 기록한 팀은 14승 1패로 93.33%를 기록한 2019년의 브라질이다.
그러나 예선 라운드 전승이라는 기록에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실패하면, 정작 가장 중요한 파이널 라운드 무대에서 부하가 올 위험성이 있다. 실제로 앞선 4번의 대회에서 예선 라운드 1위를 차지한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 사례는 한 번 뿐이었다(2020 브라질). 2018년의 프랑스는 준우승, 2019년의 브라질과 2022년의 이탈리아는 4위에 그쳤다. 물론 이 모든 결과가 체력 저하와 관련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일본의 잔여 경기 일정을 살펴보면 전승을 노리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일본은 한국 시간 7일부터 9일까지 3연전을 치르는데, 네덜란드-이탈리아-폴란드를 차례로 만난다. 네덜란드는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일본에 밀리지만 파이널 라운드행 막차 티켓인 8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경기에 임할 팀이기에 부담스럽다. 2022년 세계선수권 챔피언 이탈리아와 세계랭킹 1위 폴란드는 두 말할 것 없이 까다로운 상대다. 그야말로 ‘지옥의 3연전’을 치러야 하는 것.
따라서 필립 블랑 감독은 손익계산을 철저히 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끝까지 총력전에 나서면 전승이라는 역사에 남을 기록을 새길 수 있음은 물론이고 1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파이널 라운드에서 8위 팀을 만날 수 있다. 대신 선수들의 체력은 저하될 것이고,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파이널 라운드를 바라보며 로테이션을 돌리면 선수들의 체력을 보존하고 부상의 위험도 덜 수 있지만, 전승 행진이 깨질 가능성이 있고 순위가 떨어지면서 까다로운 파이널 라운드 대진을 받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과연 블랑 감독은 남은 세 경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일본과 블랑 감독의 행보가 남자부 VNL의 막바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사진_Volleyball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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