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에서 책임을 지면 된다고 생각해요.”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 정지윤이 시즌 첫 선발 경기에서 활짝 웃었다. 정지윤은 9일 오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2라운드 정관장과의 홈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14점 활약을 펼쳤다. 공격으로만 14점을 터뜨린 것. 공격 점유율은 25.95%, 공격 효율은 24.39%였다. 리시브 효율은 19.35%로 낮았지만 공격력으로 이를 만회했다.
정지윤이 공격에서 해결사로 나서면서 모마, 양효진도 힘을 냈다. 모마는 블로킹 5개를 포함해 29점으로 맹활약했고, 양효진도 14점을 올리며 팀의 3-1(28-26, 24-26, 25-21, 25-16) 승리를 이끌었다.
‘현미즈’라고 불리는 세터 김다인, 미들블로커 이다현에 이어 정지윤까지 돌아오면서 완전체가 됐다.
정지윤은 지난 8월 대표팀에서 훈련 도중 오른 발목을 다친 바 있다. 직전 경기인 3일 GS칼텍스전에서 교체 투입되면서 시즌 첫 출전 기록을 남긴 정지윤. 시즌 초반 한 자리를 책임진 김주향이 발목 부상을 당하면서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출격했다.
경기 후 정지윤은 “예상보다 빠르게 들어갔다. 스스로 느끼기에 몸이 안 올라왔다고 생각해서 긴장도 되고 불안도 됐다. 옆에서 팀원들이 많이 도와주겠다고, 할 수 있다고 하던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하면서 격려해줬다. 그래서 즐기자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했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감독님이 오늘 아침에도 압박감 있겠지만 하던대로 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큰 부상은 처음이었다. 정지윤은 “크게 다친 적이 처음이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도 했고, 비시즌 동안 했던 것이 아까워서 속상했었다”면서도 “주눅들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통증을 제대로 잡고 복귀를 하자고 생각하고 천천히 준비를 했다. 재활도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정지윤은 “시즌 개막을 하니깐 마음이 조급해졌다.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마음을 다잡기 위해 집중했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몸 상태에 대해서는 “경기 감각면에서 점프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다리도 안 움직이는 것 같지만 하루하루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지윤의 약점은 리시브다. 상대 목적타 서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지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정지윤은 “리시브를 잘하지 못하는 선수인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내가 해야될 것은 리시브가 흔들려도 공격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리시브가 흔들린다고 다른 것도 못하면 난 가치가 없는 선수가 된다. 공격 부분을 책임감 있게 생각했다”며 힘줘 말했다.
아울러 “또 공격이 막혀도 주눅들지 않고 내 리듬대로 때려보자 했는데 잘 됐다”며 강단있는 모습을 보였다.
‘현미즈’가 다시 코트 위에서 뭉쳤다. 비시즌 김다인과 이다현은 대표팀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고, 정지윤은 태극마크를 반납한 뒤 국내에서 부상 극복을 위해 스스로의 싸움을 해야만 했다. 서로 격려하며 버텼다.
정지윤은 “서로가 힘든 상황이었다. 난 ‘대표팀에 있는 것이 큰 경험이다.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이 있다’고 해줬고, 두 선수들은 ‘네가 할 것에 집중해서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1라운드 잘 버텨볼게’라는 말을 해줬다”면서 “대표팀에 다녀온 모든 선수가 그랬겠지만 패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고, 자신감도 떨어졌던 것이 한국에 있는 나도 느껴졌다. 또 바로 시즌이 시작됐다. 심적으로 지쳐보였다. 그래도 선수들이 이겨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했다.
계속해서 정지윤은 “팀원들이 많이 도와줬다”고 강조했다.
경기 전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도 “전체 선수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시즌 초반 부상 악재 속에서도 탄탄한 팀워크를 발휘하며 버티고 있는 현대건설이다.
사진_KOVO, 수원/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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