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박철우 “용기내 말하고 싶었다”

강예진 / 기사승인 : 2021-02-18 22:05:2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더스파이크=안산/강예진 기자] 박철우가 용기내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한국전력은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OK금융그룹과 5차전 경기서 세트스코어 3-1(20-25, 25-21, 25-15, 25-19)로 승리했다. 

 

다음은 인터뷰실을 찾은 박철우의 일문 일답이다.

 

Q. 4위로 올라섰다. 

정말 이기고 싶었다. 이겨서 인터뷰실에 오고 싶었다. 우선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Q. 인터뷰실에 오고자 했던 이유는.

경기 전에 이상렬 감독의 기사를 봤는데, 보고 나니 하루종일 손이 떨렸다. 감독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너무 힘들었는데 경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쉽지 않았다.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기사를 보고 나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지금 가장 미안한 건 순위 경쟁을 하고 있는 KB손해보험 선수들이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나 싶다. 

 

Q. 이상렬 감독이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에 힘이 든건지.

사과를 바라진 않는다. 그 일이 있었을 때 고소취하를 했고,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근데 선수들에게서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넌 처맞았어' 이런 말이 들려오고, 주먹으로 못 때리니 모자로 때렸다. 대학팀에서도 그런 얘기를 하셨고, 불과 몇 년 전에도 들었다. 

맞고 나서 대표팀을 나갔을 때도 선수들에게 ‘몇 대 맞았다고 나가냐’는 이야기를 했다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당시에 인터뷰를 했다. 고등학교 때도 유명하셨다. 경기서 지고 있으면 그런 일을 당하는 선수들이 허다했다. 다 내 친구고, 동기들이다. 몇 명은 기절도 했고, 고막이 터져 나간 선수도 있었다. 그게 과연 한 번의 실수, 감정에 의해서였던 걸까? 말이 안되는 소리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쳐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지’라고. 그러면 지금껏 맞아온 선수들이 맞을 짓을 해서 맞은거냐.

내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운동선수면 맞는 게 용인됐고, 관대했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부모님 앞에서 맞은 적도 있다. 하지만 정도라는 게 있다. 사랑의 매가 있지만 정도껏이어야 한다.

프로배구가 언론에 나쁜 일로 오르내리는 게 싫다. 근데 뿌리는 뽑아야 한다. 분명 나에게 안 좋은 이미지가 될 수 있고, 다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정면돌파가 맞다. 용기 내서 이야기 하고 싶다.

 

Q. 사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던데.

11년이 지났다. 재차 말하지만 사과받고 싶은 마음 없고, 보고 싶지도 않다. 

 

Q. 경기장에서 마주치면 어떤 생각이 드나.

생각은 안들고 감정만 차오른다. 간신히 가라앉혔는데 누가 와서 막대기로 휘젓는 느낌이다. 그럼 난 뿌옇게 되는 것만 같다.

 

Q.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원하는 건 없다. 사과는 바라지도 않는다. 우선 잘못됐다는 걸 말하고 싶다. 정당화되는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이야기 하더라. 상황이 힘들어지면 힘이 되어 주겠다고. 진작 변했을 거면 날 만나서 사과 했을거다. 그럼 내가 지금까지 이런 감정이 남아있었을까 싶다. 첫 째 아이도 이미 이런 일에 대해 알고 있다. 나는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들어왔다. 숨고 싶지도 않다.

 

사진_안산/강예진 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