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동정을 받아야 할 시기는 지났다."
창단 첫 시즌을 마친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처음으로 자유계약(FA) 시장에 참전해 선수 영입에도 성공했다. 페퍼저축은행 FA 1호 선수는 바로 세터 이고은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에게 3년 총액 9억 9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하고 데려왔다. 이고은은 1년에 연봉 3억 3천만 원(연봉 3억 원, 옵션 3천만 원)을 받게 된다.
두 번째 FA 계약을 얻은 이고은에게 페퍼저축은행이 쏟은 정성과 금액은 상당하다. 지난 시즌 이고은의 연봉이 1억 7천만 원(연봉 1억 6천만 원, 옵션 1천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큰마음을 먹고 과감한 베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페퍼저축은행은 비시즌 세터 보강에 열을 올렸다. 이현, 구솔, 박사랑이 있지만 아직 한 시즌을 통으로 믿고 맡기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기복 있는 경기력이 흠으로 뽑히는 이고은이지만, 그래도 국가대표 경험이 있고 주전으로 뛴 세월도 있다.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갈 충분한 자질이 있다.
지난달 31일 본지와 전화 통화를 가진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은 "이제는 신생팀으로서 의욕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 동정을 받을 시기는 지났다"라고 운을 뗀 뒤 "창단 첫 시즌을 치르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포지션이 세터였다. 박사랑을 키워야 하는데 아직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구솔도 구력이 짧고, (이)현이도 시간이 걸리기에 영입을 시도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페퍼저축은행에는 아직 한 시즌을 믿고 맡길 세터가 없다. 지난 시즌에는 이현이 주전 세터로 활약했지만,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많은 기대 속에 신인 1순위로 지명한 박사랑은 시즌 개막 전 전국체전에서 부상을 당해 시즌 중반에서야 팀에 합류했다. 구솔 역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세 선수 모두 잠재력과 가능성은 있을지 몰라도, 지금 당장 경쟁력 있는 배구를 펼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김형실 감독은 "그대로 가는 거보다 변화가 필요했다. 새로운 팀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분위기 변화가 필요했다"라며 "고은이 하고는 1일에 처음 만난다. 그동안은 전화 통화로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1일에는 고은이와 진지한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페퍼저축은행은 도로공사에 이고은의 지난 시즌 연봉 200%인 3억 4천만 원과 보호선수 6명(이고은 포함) 이외의 선수 1명을 보상하거나 혹은 연봉 300%인 5억 1천만 원을 줘야 한다. 보상 방법은 도로공사가 결정한다.
이제는 보호 선수 명단을 두고 코치진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 감독은 "가장 힘든 작업이다. 지금 있는 선수들은 페퍼저축은행 처음을 함께 한 창단 멤버다. 코치들, 사무국과 협의해 보호 선수 명단을 꾸리겠다"라고 말했다.
이고은에게 크게 바라는 건 없다.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량을 코트 위에서 마음껏 펼치는 거, 그거 하나뿐이다. 김 감독은 "많은 연봉을 지불하고 데리고 왔다(웃음). 고은이는 좋은 고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코트 위에서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뒤 "선수 한 명을 외부에서 데리고 오니 괜히 내 어깨가 무거워진다"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새로운 페퍼저축은행의 일원이 된 이고은은 오는 9일로 예정된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리는 페퍼저축은행 팬 페스티벌 행사에 참가해 페퍼저축은행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한편, 지난달 23일 열린 여자부 FA 시장은 오는 6일 오후 6시에 닫힌다. 이고은의 이적이 다른 팀들에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기대를 모은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박상혁 기자), 페퍼저축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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