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화법의 소유자인 진순기 감독대행이 이례적으로 독설을 내뱉었다.
현대캐피탈이 2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치러진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5라운드 경기에서 삼성화재에 세트스코어 2-3(22-25, 25-15, 22-25, 25-18, 16-14)으로 패했다. 무려 36개의 범실을 쏟아낸 것이 화근이었다. 유리한 순간들도 많았고, 서브와 블로킹에서는 더 위력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승점 1점 획득에 그쳤다.
진순기 감독대행의 표정은 싸늘했다. “아쉽다. 감독대행이 된 뒤로 치렀던 경기 중 최악의 경기였던 것 같다”고 운을 뗀 진 감독대행은 “이런 경기가 그야말로 자멸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너도 나도 안일하게 범실을 저질렀고, 그게 쌓이면서 패배까지 이어졌다”며 쏟아진 범실을 지적했다.
세트별로 경기력이 오락가락했던 부분에 대해서도 “결국 범실이 원인”이라고 지적한 진 감독대행은 “범실 없이 출발하는 세트와 범실을 저지르며 출발하는 세트는 경기력이 다르다. 이게 5라운드 내내 우리의 발목을 잡았다”고 냉정하게 라운드 전반을 돌아봤다.
진 감독대행은 “우선 돌아가서 다시 여러 생각을 해보겠다. 해결되지 않는 범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수단 미팅 등 다양한 해결책을 강구해보고 있다”며 6라운드에는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할 것임을 전하며 인터뷰실을 떠났다.
삼성화재는 값진 승점 2점을 챙기며 순위를 4위로 끌어올렸다.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등록명 요스바니)가 32.79%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흔들렸지만, 김정호와 김우진이 31점을 합작하며 부족함을 메웠다. 4세트까지 도합 2개 밖에 나오지 않았던 블로킹도 5세트에만 5개가 터지며 결정적인 순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승리를 거뒀다.
김상우 감독은 승리에도 불구하고 “블로킹이 너무 안 나오니까 경기가 너무 힘들다. 분석을 하고 경기에 들어가지만 그대로 경기가 풀리지는 않는 법이다. 정말 힘든 경기였다”며 볼멘소리를 먼저 냈다. 5세트에 제대로 폭발한 블로킹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감을 잡은 것이면 좋겠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의 걱정은 블로킹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요스바니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5세트에는 요스바니 쪽에 많은 찬스가 갔고, 그게 해결됐다면 이렇게 어렵게 갈 경기는 아니었다. 요스바니가 너무 처지면서 자연스럽게 김우진과 김정호의 점유율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고 요스바니의 부진으로 인해 불안했던 경기 양상을 돌아봤다.
힘든 와중에도 김우진과 안지원의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두 선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풀어나가기 힘든 경기였다. 김 감독은 “(안)지원이는 지난 컵대회부터 많은 기회를 주고 싶었던 선수였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고 한다. 기본적인 수비 능력과 순발력이 괜찮다. (김)우진이는 프로 입단 후 제대로 활약을 펼치지도 못하고 상무에 다녀왔기 때문에, 이제부터가 김우진의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키워나가야 할 선수다. 리시브나 수비 쪽에는 아직도 약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많이 나아지고 있다”며 두 선수를 격려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김준우는 조금씩 점프를 하고 있다. 서브 정도는 지금도 때릴 수 있다. 하지만 100%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시즌 종료 전 복귀가 목표”라며 김준우의 복귀 계획을 전했다.
사진_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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