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린 이한비, 주장의 어깨는 무겁다

인천/이정원 / 기사승인 : 2021-12-30 00: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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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의 어깨는 언제나 무겁다. 신생팀 주장 이한비의 어깨는 더욱 무거울 것이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의 초대 주장은 흥국생명에서 넘어온 이한비다. 항상 환한 미소로 동료들을 챙기고, 코칭스태프와 가교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적임자로 이한비를 선택한 김형실 감독이었다.

모든 주장들이 힘들지만, 이한비는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1996년생으로 이한비는 타팀에 가면 베테랑 축에 속하지 못하지만, 평균 연령 21세가 안 되는 페퍼저축은행에서는 문슬기(1993년생), 동갑내기 하혜진과 함께 언니 라인을 꾸리고 있다.

코트 위에서도 이한비는 주장의 책임감을 갖고 뛴다. 힘들어도 웃는다. 자신의 득점보다 동료들이 득점을 올렸을 때는 더 기뻐하고, 얼싸안으며 축하해 준다. 팬들은 그런 이한비를 보며 "경기 져도 되니 언제나 웃으며 행복 배구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한비도 사람이다. 모든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갈 수 없다. 그러나 그 부담감을 자기 혼자 짊어진다. 때로는 그 책임감과 부담감을 하혜진이나 문슬기에게 덜어줄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주장인 만큼, 힘든 몫은 자신이 이겨내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9일 인천에서 열린 흥국생명전. 1, 2세트까지 7점을 올리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이한비는 3세트에 2점, 가장 중요한 4세트에는 무득점에 머물렀다. 결국 페퍼저축은행도 흥국생명에 1-3(25-27, 20-25, 25-22, 13-25)로 패하며 13연패에 빠졌다. 여전히 시즌 1승(18패)에 머물고 있다.

김형실 감독은 4세트 지친 이한비에게 휴식을 부여하고자 잠시 웜업존으로 불렀으나, 점수 차가 계속 벌어지자 다시 이한비를 재투입했다. 왼쪽 발목 피로 누적으로 뛰지 못하는 하혜진도 없다. 흔들리는 상황에서 코트 위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이한비 뿐이기 때문이다.

매 경기를 사실상 풀타임으로 소화하며 지칠 대로 지친 이한비지만, 감독의 부름에 웜엄존에서 뛰쳐나와 다시 코트 위로 들어갔다. 힘들어도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13-24, 자신에게 올라온 공을 힘껏 내려쳤지만 이주아에게 걸렸고 경기는 그렇게 끝났다.  

 


경기 종료 후 이한비는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의 의미는 본인만 알 것이다. 김형실 감독은 "한비가 주장이어서 쉬지를 못한다. 허리 통증도 있고 종합 병원식으로 과로도 있다. 주장이어서 말도 못하고 전혀 쉬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쓰럽다. 힘들어서 그랬는지 2세트 지나 3세트에는 전체적인 체력이 떨어져 보이는 게 보였다. 끝나고 내가 '왜 울어, 울지 말라'라고 했다. 힘든데도 극복을 잘 하는 친구다. 이한비에게 조금 휴식을 줘야 하지 않을까. 17경기가 아직 남았다. 어디가 구체적으로 아픈 것은 아니지만 책임감 때문에 그런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한비는 페퍼저축은행의 주장이다. 팀의 주장으로서 어느 선수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주장은 코트 위 플레이도 중요하지만, 코트 밖에서의 역할이 더욱 클 때도 있다. 어느 자리에서든 주장은 흔들리면 안 된다. 이한비의 어깨에도 책임감이 있는데, 그 책임감을 완수하지 못하고 버텨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한비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 동료들과 팬들은 안다. 이한비가 코트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또한 환하게 웃는 것만으로도 팀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올 시즌 19경기(68세트) 출전 135점, 공격 성공률 26.0%, 리시브 효율 29.96%를 기록 중이다. 분명 빛나는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기록에서 보여지지 않는 이한비의 가치가 있다.

지금의 눈물이 나중에는 달콤한 열매, 아름다운 결말로 갈 초석이다. "비록 지금 연패를 하고 있지만 언제나 경기 승리가 목표이지 않나 싶어요. 팬들의 성원에 빨리 보답하는 게 팀의 목표입니다"라는 이한비의 바람처럼 페퍼저축은행의 아름다운 2022년을 기대해 보자.

페퍼저축은행은 2022년 1월 1일 새해 첫날 대전에서 KGC인삼공사와 경기를 가진다. 13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사진_인천/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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