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슬기가 전한 진심 "배구하면서 처음 받은 팬들의 사랑, 행복했습니다"

광주/이정원 / 기사승인 : 2022-04-15 00: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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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배구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저에게도 이런 순간이 오네요. 관심을 받으며 운동을 할 수 있어 좋아요." 배구하면서 처음 느낀 팬들의 사랑, 문슬기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고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2021-2022시즌에 페퍼저축은행 리베로 라인을 책임졌던 문슬기는 1992년생으로 한국 나이 31세이지만 올 시즌이 프로 데뷔 시즌이었다. 문슬기는 목포여상 졸업반이었던 2011년,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서를 내지 않았다. 프로에서 뛸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실업 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당시 고교 동기였던 현대건설 김주하와 다른 길을 걸었다.

문슬기는 양산시청, 포항시체육회, 수원시청 등 실업 무대에서 11년을 뛰며 충분한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실업 무대를 돌며 신생팀 전력 보강에 애를 쓰던 김형실 감독의 눈에 들었고, 김 감독의 권유로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서를 냈다. 문슬기는 202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6순위 지명을 받아 페퍼저축은행에 입단했다.

시즌 초반에는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프로 경기 흐름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상대 강서브 대처에도 미숙했다. 그러나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코트 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김형실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다만 지난 3월 초 왼쪽 새끼발가락 부상을 입어 마지막 경기는 함께 하지 못했다.

문슬기는 30경기(99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효율 32.04%, 세트당 디그 3.101개를 기록했다. 팀이 치른 31경기 가운데,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6라운드 KGC인삼공사전을 제외하면 모든 경기를 소화했다. 31살 최고령 신인 선수의 올 시즌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최근 <더스파이크>와 이야기를 나눈 문슬기는 "우리 팀이 다른 팀들과 다르게 준비 기간이 짧았다. 그래도 경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맞춰 나갔고 중반부터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부분은 비시즌에 더 보완해 다음 시즌 더 잘 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2021-2022시즌을 앞두고 많은 선수들이 실업에서 프로로 넘어왔다. 2021-2022시즌 강력한 여자부 신인왕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이윤정도 수원시청에서 도로공사 지명을 받아 넘어갔다. 이윤정도 문슬기와 마찬가지로 올 시즌이 프로 데뷔 시즌이었다. 

 

프로 재취업자 선수들도 있었다. 도로공사 이예림(前 수원시청), 흥국생명 최윤이(前 포항시체육회)-변지수(前 수원시청), IBK기업은행 최수빈(前 포항시체육회) 등이 다시 한번 프로에서 뛸 기회를 얻었다. 시즌 중반에는 김혜원이 대구시청에서 KGC인삼공사로 왔다.

이들은 모두 팀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실업 배구에서 느낀 경험과 노하우를 프로 무대에 접목시켰다. 또한 이전에 경험했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배구의 사랑, 간절함도 팬들의 눈에 고스란히 보였다.  

 


문슬기는 "서로 다 알고 지내는 사이다. 항상 만날 때마다 힘든 거 없는지 물어본다. 모두가 경기를 잘 뛰었고, 지금도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힘들지만 다 잘 했다고 생각한다. 시즌 끝나고 다 같이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만나지는 못했다"라고 웃었다.

상대적으로 실업 배구는 프로 배구보다 팬들의 관심, 사랑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문슬기는 올 시즌 처음 느낀 팬들의 관심과 사랑에 화들짝 놀랐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감정을 프로 와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실업에 있을 때는 팬들의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다. 가족을 제외하면 경기장에 오는 팬이 거의 없었다"라며 "여기서는 응원해 주는 팬들이 많아졌다. '슬베로'라는 별명도 생겼다. 아직도 팬들의 사랑이 신기하다. 팬들의 관심을 받으며 운동할 수 있어 좋았다. 그래서 힘든 기억보다 즐거운 기억을 안고 시즌을 마무리 한 것 같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실업 배구에도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으니 팬들이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미소 지었다.

비시즌에 돌입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오는 5월 초에 소집, 2022-2023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간다. 지난 3월 초, 왼쪽 새끼발가락 수술을 받았던 문슬기도 깁스를 풀고 완벽한 몸 상태를 만들어 비시즌 훈련에 들어가려 한다.

문슬기는 "조만간 깁스도 푼다. 회복 단계에 있다. 다음 시즌 준비에는 문제가 없다"라며 "그래도 시즌을 조금 일찍 마감했기에 다른 선수들보다 빨리 몸을 끌어올려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음 시즌에는 해야 될 일이 더 늘어날 수 있다. 함께 수비진을 책임졌던 김세인이 이고은의 자유계약(FA) 보상 선수로 도로공사에 가게 되면서 리베로 라인에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해야 될 일이 많은 건 둘째치고, 함께 했던 동생이 떠난다는 슬픔은 그 어떤 말로도 대체할 수 없다. 

한참 말을 잇지 못한 문슬기는 "내가 리시브, 세인이가 디그를 책임졌는데 이제 세인이가 없다. 혼자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올 수도 있다. 체력을 많이 보강해야 할 것 같다"라며 "서로 의지를 많이 했다. 사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친동생 같다 보니 마음이 그렇다. 나도 내 나름대로 세인이 빈자리가 안 느껴지도록 더 노력하겠다. 멀리서도 세인이를 응원하겠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문슬기는 "새로운 세터 고은이가 들어왔다. 고은이가 중심을 잘 잡아줄 거라 본다. 나도 고은이와 언니 역할 하면서 밑에 선수들 잘 이끌겠다"라며 "첫 시즌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부상 없이, 정규리그 절반 이상은 이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_광주/이정원 기자, 더스파이크 DB(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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