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이후 양다리 경련은 처음이다. KB손해보험 정동근은 경련이 왔음에도 팀 승리 생각뿐이었다.
프로 6년차 정동근. 2015-2016시즌 삼성화재 입단 후 2017-2018시즌 한국전력을 거쳐 KB손해보험 유니폼을 입었다. KB손해보험에서 맞이한 3시즌 째. 정동근의 출전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올 시즌 출발은 웜업존이었다. 윙스파이커 홍상혁의 성장세에 자리를 내줬다. 웜업존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정동근은 “만약 내가 들어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밖에서 지켜봤다. 흐름이나 분위기를 파악했다”라고 했다.
윙스파이커 중 황두연과 함께 베테랑 축에 속한다. 정동근은 “상혁이가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밖에서 해줄 수 있는 조언을 해줬다. 충분히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 있는 선수다”라고 했다.
기회가 왔다. 리시브와 수비에 강점이 있는 정동근을 투입하면서 KB손해보험은 3연승을 달렸다. 후인정 감독은 “달라진 건 리시브나 디펜스가 좋아졌다. 정동근이 들어가면서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본다”라고 했다.
팀 내 공격 비중은 크지 않다. 2일 OK금융그룹전에서도 득점은 5점(성공률 62.5%)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외에 하는 일들이 많다. 팀 내 가장 많은 리시브(25회)를 책임졌고, 디그 11개 시도하며 몸을 날렸다.
KB 후인정 감독은 “팀이 되려면 꼭 필요한 선수다. 화려하지 않지만 코트 안에서 궂은일을 도맡을 선수가 필요하다. 정동근이 그걸 잘해줬기에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라고 했다.
팀 생각뿐이다. 정동근은 4세트 블로킹 착지 후 다리 경련으로 쓰러졌다. 양다리 경련이다. 정동근은 “사실 경련 나기 2점 전부터 조금씩 느낌이 왔지만 말하지 못하겠더라.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그래도 이겨서 너무 좋다. 감사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양다리 경련은 데뷔 이후 처음. 정동근은 웃으며 “한쪽은 난 적이 있는데 양쪽은 배구 시작하고 처음이다. 상대 기세가 좋은 것 같아 더 뛰었다. 그래서 쥐가 난 것 같기도 하다”라며 너스레 떨었다.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알고 있다. 정동근은 “공격 비중이 큰 것도, 강서브를 넣는 선수도 아니다. 경기 보는 분들은 내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라면서 “코트 안에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범실 하지 않기’다. 잘하는 것보다는 팀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사진_의정부/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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